[Science &] '라돈 침대'가 부른 공포..방사선이 뭐길래
피폭량보다 장기간 노출이 더 위험하다는데..
퀴리 부부의 우려는 2018년 한국에서 라돈 침대로 현실이 됐다. 발암물질 라돈은 '라듐'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기체로 발암물질에 속한다. 라돈과 같은 방사성물질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어서 대중의 염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라돈 침대에서 오랜 시간 생활했더라도 당장은 몸에 나타나는 변화가 방사성물질 때문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라듐은 위험한 방사성물질이지만 처음 발견됐을 때는 '방사선'이라는 개념이 부족했다. 별다른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물질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질병 치료는 물론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스타킹, 연고, 치약 등 생활필수품 여러 곳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이 "라듐을 팔에 묶고 다녔더니 수포와 궤양이 생겼다. 쥐에게 쏘이자 죽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여러 부작용이 발견되고 난 1931년이 돼서야 시판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피에르 퀴리는 마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지만 마리 퀴리는 1934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방사성물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기준치 이상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도 인류는 수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 역시 방사선을 내뿜는다. 비행기를 타고 유럽 여행을 했을 때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성물질에 우리 몸은 0.07m㏜(밀리시버트·1000m㏜=1㏜)가량 피폭을 받은 상태가 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돌과 발밑의 지각에서도 방사선이 나온다. 40억년 전 지구가 처음 생성됐을 때 많은 방사성핵종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크기가 센 방사선은 거의 사라졌지만 미량의 방사선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건축물에서 방사선이 나오는 이유 역시 지각으로부터 채취한 흙, 모래, 돌 등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에서 연간 3m㏜의 방사선을 받는다. 세계 평균인 연간 2.4m㏜보다 약간 높다. 일반적으로 지각에서 1.04m㏜(33.8%), 라돈가스 등에서 1.40m㏜(45.6%)의 자연방사선이 나온다. 이 같은 자연방사선과 원자력발전소나 X선 촬영 시 발생하는 인공방사선은 세기에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방사선이다. X선 촬영 시 0.1~0.5m㏜의 방사선에 피폭된다. 1~2㏜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메스꺼움이나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2~3㏜에 노출되면 30일 뒤 사망률이 35%에 달한다. 50~80㏜ 세기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수 초~수 분 내 사망한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당시 4~6㏜의 방사선에 노출된 소방관은 이후 암에 걸려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자연환경에서 건강에 큰 해를 미칠 정도의 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물질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1950년대 이뤄진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성 낙진이 조금씩 땅으로 떨어져 토양이나 야채에 묻은 뒤 방사선을 뿜기도 한다. 또 식품이 함유하고 있는 칼륨의 약 1%는 방사성물질로 이를 먹으면 미세하지만 우리 몸에서도 방사선이 나온다. 다행히 이 정도 섭취는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얼마만큼 노출됐는지 보여주는 단위가 ㏜(시버트)다. 신체 부위에 피폭된 방사선량을 보여준다. 방사선량은 '표준인'의 전신이 노출됐을 때 피폭되는 양이기 때문에 손이나 얼굴 등 일부가 노출되면 그 양은 뚝 떨어진다. 표준인은 나이, 신체조건, 성별 등의 평균을 내 표준화한 가상의 인물이다. 한국 성인 남성의 경우 171㎝에 68㎏, 성인 여성은 160㎝에 54㎏이 기준이다. 따라서 같은 방사성물질에 노출됐더라도 신체 크기에 따라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어른들보다 두 배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신체 내부에서도 장기별로 방사선에 대한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 저선량 방사성 인체영향은
고선량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일반적으로 DNA에 이상이 생기는 만큼 염색체 검사를 통해 피폭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라돈 침대 피폭량이 작기 때문에 염색체 검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없다"며 "폐에 발생하는 이상 역시 명확한 인과관계를 찾아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체내로 흡수된 방사성물질이 혈액 검사 등을 통해 검출되기도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저선량인 만큼 확인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적은 양의 방사선 노출도 논란이 되는 이유는 미량의 방사선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실험값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원폭 피해 생존자나 원전 종사자 집단에 대한 연구 결과 100m㏜ 이상 피폭된 사람들에게서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이하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는 추가적인 암 발생률을 알기 힘들다. 어떤 실험은 영향이 있다고 나오기도 했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는 발표가 뒤따르기도 한다.
2015년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미국과 프랑스 등 국제공동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극저선량의 방사선이라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만명 이상의 핵산업시설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던 만큼 이 논문 결과가 미치는 파장은 컸다. 연구 대상 근로자들은 자연방사선으로 인한 피폭을 제외하고 연간 방사능 노출 허용치를 소폭 넘어서는 평균 1.1m㏜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방사선 노출량이 증가할수록 백혈병 위험이 증가했다"며 "지극히 낮은 수준의 방사선에도 이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7년 학술지 '핵의학지'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 논문은 이를 다시 반박하고 있다. 진단 시 발생하는 적은 방사선에 오랫동안 노출된 의료진에게서 암 발생과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방사선 피폭과 관련해 '알라라(ALARA)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1973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처음 제시한 이 원칙은 '합리적으로 달성가능한 한 낮게(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라는 영어 문장의 단어 앞글자에서 따왔다. X선이나 CT처럼 치료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미미한 양이라도 가능한 한 최대한 방사선 피폭량을 줄이도록 노력하라는 얘기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비행기 타도, 건물 안에도..일상 속 방사선 괜찮을까
- '한화큐셀' 신재생에너지의 진화..'수상태양광' 뜬다
- 자율주행 핵심기술 개발..만도·네이버랩스 손잡아
- 삼성-애플 끝없는 특허분쟁..美법원 "애플에 5816억 줘라"
- 대한송유관公 '기름 도둑과 전쟁'..감시시스템 개발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금융당국이 손보려는 농협중앙회...NH농협금융 지배구조 ‘복마전’ 왜?
- 대만 치어리더 한국스포츠 첫 진출…K리그 수원FC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