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대교 투신 막은 20대 "119올때까지 농담하며 시간 끌어"

2018. 5.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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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세요? 저는 스물 아홉이에요. 비슷한 또래처럼 보이는데요."

취업준비생 조상현(29·사진) 씨가 지난 23일 마포대교에서 투신하려는 A(34) 씨에게 나이 얘기를 꺼냈다.

"떨어지면 죽을까"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A씨를 움직인 건 "몇 살이냐"는 상현 씨 질문이었다.

상현 씨가 "나이가 비슷해 보이니 말을 편하게 할까"라고 묻자, A씨는 "아니다. 내 나이가 더 많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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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붙잡고 버텨 자살시도자 구조
“돌발상황 생길까 애써 태연한 척
누군가의 새 인생 함께해서 감사”

“몇 살이세요? 저는 스물 아홉이에요. 비슷한 또래처럼 보이는데요.”

취업준비생 조상현(29·사진) 씨가 지난 23일 마포대교에서 투신하려는 A(34) 씨에게 나이 얘기를 꺼냈다. 조 씨가 A씨를 말리기 위해 수없이 내뱉은 질문 중 하다.

조 씨는 이날 오후 11시께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지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A씨를 목격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조 씨는 너무나도 놀랐지만 긴장하는 마음을 숨기고 A씨에게 천천히 접근했다. 

마포대교서 자살 시도한 30대 남성 구한 조상현 씨.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여기 어떻게 온 거예요?”, “어우~ 밑에 쳐다보니 무서워죽겠는데 우리 눈 보고 말해요.” 조 씨는 119에 신고한 후 A씨를 붙잡고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A씨는 조 씨의 말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떨어지면 죽을까”라는 말만 되풀이하던 A씨를 움직인 건 “몇 살이냐”는 상현 씨 질문이었다. 상현 씨가 “나이가 비슷해 보이니 말을 편하게 할까”라고 묻자, A씨는 “아니다. 내 나이가 더 많다”고 답했다. 말은 놓지 말자는 의미였다.

25일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위에서 만난 조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내가 놀라 허둥지둥 대면 상대도 동요할까봐 침착한 척 애쓴 것일 뿐 속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봐 너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119 구조대가 오기까지 약 10분간 상현 씨는 생전 처음 본 A씨의 ‘아우’가 되었다. A씨가 “떨어지면 죽을까” 물을 때 상현 씨는 능청스럽게 “안 떨어져서 봐서 모르겠는데, 많이 아프지 않을까요?” 되물었다.

서로 나이를 확인한 후 A씨가 형이라는 것을 안 뒤로는 더욱 친근하게 대했다. 조 씨는 “형님 근데 제가 너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데 일단 나와서 얘기하시죠”겁먹은 말투로 매달렸다.

조 씨는 이러한 재치가 ‘상대방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그저 내 눈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119 구조보트가 한강에 보이자 다시 대교 아래로 떨어지려고 몸부림을 쳤다. 상현 씨는 그 다음부터는 아예 온몸으로 그를 막아섰다. 그를 껴안고 붙잡고 구조대원이 올 때까지 버텼다. A씨가 구급차에 올라타는 것을 본 뒤에야 온몸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소중한 생명을 구한 소감을 묻자 “감사하다”고 그는 답했다. “이번 일은 분명 그의 인생이 달라지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지는 길목에 있어 영광스럽다. 또 그분 덕분에 나도 할 줄 몰랐던 일을 하게 돼 감사드린다”고 미소 지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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