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회담취소도 충동적"..NYT "중재해준 한국에 경솔"

입력 2018. 5. 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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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리비아 언급은 최악..북한 화나게 하고 긴장 새롭게 고조"
NYT "한국과 상의 안했다" 비판.."교착상태 풀기 위한 일시적 중단"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 결정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의사결정 스타일과 부주의한 태도를 지적하는 미국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회담 취소는 그가 모든 외교를 시작할 때처럼 성급하고 전략이 부재한 즉흥성이 감지된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결정했을 때도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는 성명을 내놓거나 북한에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북한 정권이 빠르게 '무장해제'할 것이라는 비현실적 가능성을 선전하는 등 곳곳에서 즉흥적인 면모를 보였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회담 취소를 알리는 서한을 발표한 직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회담 취소를 발표한 직후 백악관 행사에 참석해 일정대로 6월12일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동시에 "필요하다면 우리 군이 준비됐다"는 경고장을 날리는 이중적 모습을 보였다.

WP는 이처럼 비중 있는 사안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 행동으로 혼란을 야기한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북한은 최소한 미국의 수사(修辭)에 반응하고 있었으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한 것은 앞으로 나아갈 용의가 여전히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하는 국제기자단 (풍계리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2018.5.25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WP는 또 '리비아를 더 자주 언급할 수록 북한은 더 화가 났다'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미국이 북한에 무하마드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비참한 최후를 떠올리는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 최근 북미 간 긴장관계가 고조시켰다고 꼬집었다.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리비아식 모델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을 하지 않으면 리비아 모델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WP는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려는 경고성이었겠지만 역사를 들여다보면 리비아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펜스가 고를 수 있는 최악의 사례"이자 "최근 (북미 간) 긴장을 새롭고 고조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나란히 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오른쪽)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왼쪽).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결정은 수십년간 변덕스러웠던 북미관계를 고려하면 놀라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애초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과도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 것이 잘못이었다고 꼬집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보다 더 회담을 열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를 더 깊은 궁지로 몰아넣었다"며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지금 전 세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취소하기 전에 회담이 성사되도록 중재 역할을 한 한국과 상의도 하지 않았다면서 "동맹국에 대한 경솔함을 보였다"고도 비판했다.

NYT는 그러나 "이것은 지난 70년 간 해결되지 못했던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일시적 중단일 수 있다"면서 "외교를 제 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시간이 여전히 있다"며 대화 재개 노력을 강조했다.

한편 북미정상회담이 출발문을 나서기도 전에 불발된 것은 양국 정상이 서로에 대해 얼마나 이해가 부족하며 그들의 언사와 과격한 요구가 양국에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NYT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에게 마치 소중한 자산을 놓고 다른 부동산 개발업자와 경쟁하듯 접근했다"며 "그러나 부동산 협상의 기술이 핵무기 협상에도 쉽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래 번영 약속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줄 알았겠지만 정작 김 위원장에게는 북한 지배층을 향해 아버지와 조부로부터 이어받은 유일한 '안보 수단'을 팔아 없애지 않았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한 이들은 북한의 진정한 엘리트 계층으로, 이들에게 무기를 잃는다는 것은 곧 그들의 지위와 영향력이 사라진다는 의미라는게 NYT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은 NYT에 "그들(북한)에게 부유해지는 것은 두번째 고려사항"이라며 "그들과 협상에서 내가 배운 게 있다면 안보가 최상위의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에 핵포기의 대가로 엄청난 지원과 번영을 약속했지만 북한은 그보다 체제보장에 대한 확답을 요구, 애초부터 양측의 초점이 달랐다는 얘기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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