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통한복 어디 없나요?"..경복궁 대여점엔 국적불명 한복만

2018. 5. 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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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오모(27) 씨는 최근 친구들과 한복을 입은 사진을 찍기 위해 서울 경복궁에 갔지만 곱고 은은한 색감의 치마가 돋보이는 '전통 한복'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었다.

경복궁 인근 한복대여점 대다수가 국적불명의 개량 한복만 구비한 탓에 진짜 '전통 한복' 체험을 원했던 이들이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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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도 한국인도 ‘전통 한복’ 외면
-전통한복은 찾는 사람 적어…저렴하고 낡아
“한복 대중화도 좋지만 전통 가치 높였으면…“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여기 전통 한복은 없나요?”

직장인 오모(27) 씨는 최근 친구들과 한복을 입은 사진을 찍기 위해 서울 경복궁에 갔지만 곱고 은은한 색감의 치마가 돋보이는 ‘전통 한복’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었다. SNS에서 유명하다는 한복 대여점 서너곳을 찾아다녀도 매장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번쩍거리는 옷 일색이라 발길을 돌렸다.

[전통한복을 입은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한복 대여점이 늘어나면서 한복을 입고 도심 고궁 곳곳을 거닐기는 쉬워졌지만 정작 ‘전통 한복’은 찬밥신세다. 경복궁 인근 한복대여점 대다수가 국적불명의 개량 한복만 구비한 탓에 진짜 ‘전통 한복’ 체험을 원했던 이들이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4일 찾은 경복궁 인근 대여점 다수가 한국 전통은 커녕 동양 복식과도 거리가 있는 한복들만 구비한 경우가 많았다. ‘스페셜’, ‘프리미엄’, ‘테마한복’ 등으로 불리는 이들 한복은 전통한복보다 1만원 안팎으로 더 비싼 대여료를 받고 있었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경복궁 한복 촬영에 나섰던 오 씨 역시 홀대받는 전통 한복의 현실에 깜짝 놀랐다. 그를 더욱 아연실색하게 한 것은 국적을 알 수 없는 ‘스페셜’, ‘프리미엄’ 한복은 이름을 붙여 1만원 가량인 전통한복 대여료의 두배 가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전통한복은 구석에 몇벌 걸린 게 다였다. 종류도 적고, 옷도 낡아보여 고르기 어려웠다”며 “한국말도 서툰 중국인 직원이 ‘왼쪽은 만원, 오른쪽은 2만원’이라며 오로지 가격만을 설명해주는 가게에서 전통을 체험한다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24일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전통한복을 입은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전통 한복은 속치마를 겹쳐입어 풍성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형태인 반면, ‘스페셜’, ‘프리미엄’ 한복들은 서양 복식처럼 치마에 인위적인 골격을 넣어 부풀린 탓에 속이 텅 비어있는 모양새다.

업체 측은 수익성때문에 피치못할 선택이라고 하소연한다. 주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인도 화려하고 치마 심이 들어간 한복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에 맞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돈 만원이라고 해도 전통한복은 손님들이 안 찾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가 없어도 갖춰놔야 한다는 생각에 매대의 1/5 정도는 전통한복에 할애하고 있지만, 전통한복을 찾는 손님은 10명 중 1명이 될까말까다.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조차 외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현실에도 ‘예쁜 옷’이 아닌 ‘전통 한복’을 찾는 시민들의 안타까움은 여전하다.

이날 전통 한복을 입고 경복궁 체험에 나선 김모(27) 씨는 “한복 대중화도 좋지만 전통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여점에 전통한복이 없어서 못 빌리고, 그나마 있는 것도 저렴하고 질 떨어지는 것들 뿐이라면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비싼 돈을 주고 대여하고 싶을만큼 값어치 있는 전통한복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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