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표심으로 보여주자".. 행동 나선 여성들

이재연 강경루 기자 2018. 5. 2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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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는 페미니스트로서 한 표를 행사할 거예요."

대학원생 이가영(가명·28)씨는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의 여성부문 공약을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강혜숙 대경여연 상임대표는 "성폭력 가해자와 이를 묵인한 의원들은 오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실명을 거론한 낙선운동이 법에 어긋난다고 해서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여성후보 출정식 행사를 따로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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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참가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남녀 범죄자에 대한 동일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시위로 차별 해결 안되자 “페미니스트 후보 찍자” 정치적 목소리 내기 시작
부당한 공격 받은 수지 등 음원 구매하며 지지 표명도

“이번 선거에서는 페미니스트로서 한 표를 행사할 거예요.”

대학원생 이가영(가명·28)씨는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의 여성부문 공약을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미투 운동이나 최근 몰래카메라 수사 촉구 시위 등 여성의 목소리는 커졌지만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는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도 “페미니즘이 거리 행진에서 끝나면 안 되고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여성 인권이 주요 안건으로 올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씨는 24일 “이제는 페미니즘이 표가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하고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평등 이슈를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의 표심을 보여주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년 전 강남역 살인 사건에서 시작된 페미니즘의 물결이 현실 정치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각 당의 여성부문 공약을 세부적으로 비교한 글이 화제가 되고, 페미니스트 후보들을 후원하는 운동도 펼쳐진다.

회사원 김모(27)씨는 얼마 전 녹색당에 1만원을 후원했다. ‘페미니스트 후보’를 자처한 신지예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글을 지인의 페이스북에서 본 게 계기가 됐다. 최근 몇몇 여성학자들이 페미니스트 후보를 후원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나선 것도 한몫했다. 권김현영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신지예 예비후보의 후원 사이트 링크를 올리며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꿈꾸는 후보에게 물을 주자”고 적었다. 김씨는 “페미니스트를 전면에 내세운 후보가 있다는 게 신선했고 그 후보를 공개적으로 응원하는 분위기도 신기했다”며 “이런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성차별적인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심판’하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대구수성구의회는 지난 3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경여연) 등 여성·시민단체 32곳이 선정한 ‘성평등걸림돌상’ 수상자로 호명됐지만 상장 수여를 거부했다. 당시 구의회는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남성 의원의 제명안을 부결시켜 논란이 됐다. 강혜숙 대경여연 상임대표는 “성폭력 가해자와 이를 묵인한 의원들은 오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실명을 거론한 낙선운동이 법에 어긋난다고 해서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여성후보 출정식 행사를 따로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페미는 돈이 된다’ 운동도 활발하다. 지난 22일에는 수지가 4개월 전 발매한 곡이 주요 음원 차트에 재진입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총공’(차트 순위를 올릴 목적으로 특정 음원을 집중 스트리밍하는 행위)을 벌인 덕분이다. 수지는 앞서 양예원씨 사건을 도와 달라는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이후 수지와 설현 등 직·간접적으로 페미니즘 지지 의사를 밝힌 연예인들의 음원 구매 운동을 하자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들 연예인이 광고한 상품의 구매 인증도 이어지고 있다. 직접 구매한 상품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고 ‘용기는 반드시 보답 받아야 한다’ ‘난 너의 용기야’ 등의 문구를 덧붙이는 식이다. 최근 구매 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대학생 최담(24)씨는 “우리 사회에서 지지와 연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은 소비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움직임은 확실히 다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강경루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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