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결정 기다린다"..기회는 남았다
[이재호 기자]
北 최선희 성명이 결정적 이유?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정상회담 취소 결정의 배경을 두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성명이 결정적이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한 백악관 관리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성명이(평양 시각 24일) 인내의 한계를 넘게 했다"면서 "이 성명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취소하도록 이끌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헀다.
앞서 최선희 부상은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담화에서 "21일 미국 부대통령 펜스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북조선(북한)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펜스 부통령을 비난한 바 있다.
최 부상이 이같은 담화를 발표한 이유는 펜스 부통령이 '리바아식 해법'과 관련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이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것처럼 만약 김정은이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안은 리비아 모델이 끝난 것처럼 끝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방의 군사적 개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리비아의 카다피를 언급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원만한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카다피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됐다.
펜스 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이미 리바이식 해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을 더욱 자극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6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해법' 발언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지 여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북미 간 설전이 오가면서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4일(현지 시각)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전할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낭독하며 북미 회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며칠 동안 북한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펜스 부통령과 볼턴 보좌관 등에 대해 거친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북미 간 회담이 사실상 무산됐지만 백악관은 북한과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관리가 "북한과 평화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하지만 이 관리는 북한과 평화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수사법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며 북한이 성명이나 담화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백악관의 입장을 전했다.
통신은 이 관리가 "북한이 기꺼이 (협상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면 여전히 뒷문은 열려있다"면서 "그러나 최소한 그들은 수사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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