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상회담 취소 왜? 반대파들 압력 못이겼나

CBS노컷뉴스 조은정, 박초롱, 황영찬 기자 2018. 5. 25. 01: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부통령 인신공격한 최선희 성명이 결정적
정상회담 회의론자들에게 반대 명분 제공
설익은 준비로 판에서 빠져나왔을 수도
일방적 취소에 대한 북한의 반응 수위가 관건
북미 긴장감 높아지고 북중 연대 강화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3년 연설한 이후 24년 만이다. 윤창원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서한을 통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이미 합의된 정상회담 일정을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국제외교 관례상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취소한 배경에는 미국 백악관 내부 강경론자들의 반대 압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상회담 회의론이 고개를 들던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미국 부통령을 겨냥해 비난한 최선희 부상의 담화가 반대 여론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 美 반대파 압력 속에 부통령 겨냥한 최선희 성명이 결정적 영향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공개서한에서 "북한의 엄청난 분노와 방대한 적대감"( the tremendous anger and open hostility)을 정상회담 취소 이유로 들었다.

이 '분노와 적대감'은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성명을 가리킨 것이다.

지난 16일 김계관 제1부상이 개인 담화를 내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한데 이어 24일에는 최선희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외무성 차관급 관리의 '개인 담화' 형식이었지만 미국 부통령까지 비난했다는 점에서 백악관 내부에 정상회담 회의론이 들끓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번째 북한 성명 발표 이후에도 정상회담을 어떻게든 성사시키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부통령까지 실명으로 겨냥하는 북한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입장이 돌아섰을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위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김계관 담화 발표 이후에도 내부에서 회의주의자들이 반발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저지를 하면서 '이번에는 참아보자'고 다독여왔을 것"이라며 "그런데 북한이 이번에는 부통령을 겨냥해 공격을 했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대 국가를 인신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게 들끓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부장이 펜스 대통령을 향해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대고 있다"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한 것이 백악관 내부 강령론, 회의론자들에게 오히려 결정적인 반대 명분을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백악관 내부 반대에 부딪혀 정상회담을 접었다는것을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도록 강요를 받았다"(Sadly, I was forced to cancel the Summit Meeting in Singapore with Kim Jung Un)고 썼다.

특히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펼칠때 흔히 사용하는 다소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들이 미국 입장에서 생소하게 여겨졌을 가능성도 있다. 홍민 연구위원은 "북한식 공격적인 멘트가 미국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생소한 것일 수 있다"며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의 2인자에 대해 인신공격을 했다는 것에 대해 회의론자들 뿐 아니라 성질이 급한 펜스 부통령 본인도 강하게 반대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숭실대 이정철 정치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볼튼과 펜스를 대변하는 입장들을 끝가지 통제하지 못한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와 불가역적인 비학화에 대한 미국내 기준이 달랐고 그걸 조율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태도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는 여러차례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 발표 이후 정상회담을 해야하느냐며 참모들을 다그쳤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보다 이면으로 들어가보면 백악관이 북미정상회담의 세부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설익은 회담을 하기 보다 판에서 미리 빠져나왔을 수 있다는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의제를 조율하기는 했지만 과거 리비아 등 핵보유국 협상 때와 비교하면 비핵화를 위한 세부 준비가 상당히 느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알아챈 반대파들이 적극 문제삼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전문가들 "북미 군사적 긴장감 고조, 북중 연대는 강력해질 것"

전 세계가 주목했던 북미정상회담이 하루아침에 파토난 상황에서 국제정세는 어떻게 전개될까.

전문가들의 분석은 조금씩 엇갈렸지만 대체로 북한과 미국 사이에 군사적 긴장감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에 북한과 중국의 연대는 보다 강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홍민 연구위원은 "북한의 반응이 중요하다. 미국의 잠정적, 조건부 회담 연기에 대해 북한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한다면 작년 말에 있었던 군사적 긴장 상황보다 더 안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그저 미국을 향한 비난에 그치고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중재 역할이 더 중요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북한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체면과 자존심이 강한 체제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곧장 비핵화를 취소하고 핵 능력 고도화를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맞대응이 나올 수 있다"고 군사적 긴장 고조를 우려했다.

다만, 자존심이 상한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맞대응을 하더라도 당장 비핵화를 포기하거나 군사적 도발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북중관계 전문가인 경상대 박종철 교수는 "미국이 빠져도 북한은 대련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많은 약속을 했기 때문에 비핵화는 당분간 진행할 것"이라며 "중국이 체제보장과 안전보장을 해줄 수 있으니 양국 사이가 더욱 밀착될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아주 나쁜 패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숭실대 이정철 교수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까지 한 상황에서 이렇게 된 것에 대한 배신감이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최소한 북중관계가 회복됐으니 북한도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북한이 중국을 의식해서라도 군사적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일단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조은정, 박초롱, 황영찬 기자] aori@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