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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판문점에서 뜬 세기의 열차 여행

입력 : 
2018-05-24 18: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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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직후 실시한 여론 조사 중에 남북 평화 시대가 열리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항목이 있었다. 젊은이들은 평양 여행, 그리고 기차를 이용한 세계여행을, 중년 이상들은 부동산 투자를 꼽았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무척 밝다. 한편 극단적 레일투어리스트(기차 여행 주의자)들은 그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세계 기차 여행의 주요 도시들을 거론하는데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있다. 오늘의 여행 꿈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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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리스트들이 주창하는 유라시아 기차 노선

한국은 섬이다. 삼면이 바다고 일면은 넘사벽이다. 유목민 입장에서는 이런 최악의 입지도 없다. 도대체 나라 밖으로 나가려면 비행기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과의 국경선만 개방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에 오르고도 남을 버킷리스트의 끝판왕이 될 게 분명하다. 한국인이 기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는 일도 짜릿하지만, 세계인이 몰려들기에도 이 이상의 종착역이 또 있을까? 이것은 꿈이 아니다. 판문점의 자유 왕래가 이뤄진다면 세계의 철도는 은하철도만큼 길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는 서울과 평양을 거쳐 남포를 찍고 시베리아철도를 따라 러시아 전역과 유럽의 모든 도시, 그리고 파리와 런던을 잇는 지하터널을 통과해 런던을 거쳐 리버풀까지 다다를 수 있다. 남포로 가지 않고 신의주로 갈 경우 압록강을 건너 단동으로 들어가면 촘촘한 중국 대륙 열차를 이용해 중국 전역과 실크로드를 달려 이란과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진입할 수 있다. 그뿐이겠는가. 파리에서 남으로 내달리는 TGV는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그리고 지브롤터까지 이어질 수 있다.

꿈꾸는 레일투어리스트들은 서울역을 세계 기차여행의 중심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또 하나, 부산역을 지나 해저터널을 뚫어 대마도를 거쳐 규슈로 들어가 일본 열도의 중심 오사카와 도쿄를 거슬러 올라가 삿포로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을 구상하기도 한다. 조금 더 오버한다면, 철도는 삿포로에서 멈출 수 없다. 쿠릴열도를 다리로 연결하고 러시아 최동단 나우칸하이카에서 미국 알래스카주의 웨일즈까지 이어진다면, 그 열차는 미국을 종횡무진하고 남미를 뚫고 극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알래스카까지 철도가 이어지는 날이 언제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일이지만, 당장 실현 가능한 구간은 역시 이미 철도가 개설되어 있는 리버풀, 부산 구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길고 긴 철도의 극점은 부산-리버풀이 되는 것이다. 아! 생각만 해도 발이 둥둥 떠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섬에서 대륙으로, 기차로 가고 싶은 그 나라, 그 도시 TSR시베리아횡단철도 ▶하바롭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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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동 중심 도시로 하바롭스키 지방의 주도 역할을 한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무르 강 유역에 있는 이 도시는, 강을 끼고 있는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강변에 도시를 건설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범답안 같은 도시이다. 강변은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물끄러미 아무르강을 내려다 보고 있고 그 앞, 뒤로 연결되어 있는 언덕과 오솔길은 여행자의 발목을 잡을 매력 동선들이다. 중세와 근대를 관통한 고도인 만큼 역사 유물들도 많이 접할 수 있다.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들로는 ‘성모승천성당(우스펜스키 성당)’과 성당 뒤로 이어지는 아무르강변 ‘찬국의 계단’, ‘아무르강변 산책’, 신화 속 신들을 만날 수 있는 ‘디나모 공원’, 여름철 수영도 가능한 핫플레이스 ‘아이스 플라즈 호수’, 러시아식 사우나 ‘바냐’ 등이 있다. ▶슬류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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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R(시베리아열차) 850여 곳의 역 가운데 슬류단카를 주목하는 사람은 딱 두 부류이다. 첫째 슬류단카 시민, 둘째는 환바이칼 철도로 바이칼호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이다. 슬류단카는 러시아의 시골 도시로 러시아 건축 양식의 축소판으로 보이는 건물들과 거리, 그리고 세계 어느 곳에 가도 만날 수 있는 작은 시장, 소박한 인심 등이 느껴지는 곳이다. 바이칼호 여행의 기차 거점 도시가 되면서 많은 여행자들이 머물거나 들르지만 관광지 도시 특유의 인위적 친절함이나 비상식적 상술을 거의 느낄 수는 없다는 게 현지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슬류단카는 바이칼호에 붙어있는 도시이지만, 바이칼호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바이칼’까지 운행하는 환바이칼 열차를 이용함이 마땅하다. 총 89km에 40여 곳이 터널과 248개의 철교를 지나는 내내 바이칼 망망 대해를 볼 수 있다. 지도에서 보아도, 실제로 보아도 어마어마한 바이칼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지구의 조상이다. 한때 ‘바이칼 괴물’이라는 키워드가 해외토픽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던 시절이 있었다. 바이칼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우연히 보았다는 그 ‘괴물’은 기억 속에서 공룡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진이 공개된 적도 있었는데, 러시아 정부나 생물학자들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적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바이칼호 영향권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 목격담을 믿는 분위기였다.

시베리아 남쪽에 있는 이 호수는 북서쪽 이르쿠츠크와 남동쪽 부래트 지역 사이에 있다.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의 ‘바이쿨’에서 유래한 이름의 바이칼호수가 형성된 시기는 약 2500만~3000만 년 전. 지구에서 가장 오래 되고 큰 호수다. 3000만 년 전이면 지구상에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이고, 그 호수 속에서 어떤 생물이 어떻게 진화해 왔을지 알 도리가 없다. 바이칼호수에 대한 연구는 쉴 새 없이 이어졌지만, 그 ‘괴물’은 바이칼호의 생명체와 물, 하늘, 구름, 물그림자, 안개, 인간의 상상력 등등이 만들어 낸 형상이라는 정도로 현재는 소문이 마무리 되었다. 바이칼호를 연구한 과학자들에 의하면, 현재까지 그곳에는 850여 종의 생물과 230여 종의 조류, 1500여 종의 동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체 생물 가운데 60% 이상이 바이칼호에서 진화된 고유종이라고 하니, 그곳은 거대한 우주와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괴물로 불리던 그 생명체가 지금도 바이칼 어디에선가 자신들의 생태계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을지, 누구도 알 수는 없다. 바이칼호에서는 우리에게 친근한 곰, 사슴, 물범 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인류의 기원을 바이칼로 보는 시각이 많은 이유다. 최소한 우랄 알타이족의 출발을 바이칼로 보는데는 이의가 없는 것 같다. 기원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바이칼은 이제 신비의 호수가 아닌, 사람을 품는 거대 자연으로 사랑받고 있다.

▶예카테린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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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3대 도시로 꼽히는 대도시이다. 우랄 지방의 최대 도시이기도 하며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주요 거점이기도 한 곳이다. 아시아와 유럽, 러시아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으며 러시아 최대의 공업 도시 중 하나로 육중하면서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오래된 도시인만큼 기념물, 유적지, 랜드마크 등 여행지로서의 요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곳에 가야 하는 재미있는 이유도 있다. 예카테린부르크는 숱하게 많은 기념비와 기념물, 그것도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이를테면 ‘마이클잭슨기념비’ 같은) 러시아 같지 않으면서도 풋풋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기념비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재미있는 기념비만 찾아다녀도 여행이 즐거워질 정도이다. 대체 이런 기념비를 누가 생각해서 만들었을까? 비틀즈기념비, 최초 증기기관차 기념물, ‘(뜬금없이)사랑의 기념상’, ‘은행가 동상’, ‘친구 기념상’, ‘보이지 않는 남자 기념물’, ‘청소하는 개’ 동상, ‘쇼핑중독자 기념물’ 등등 나름 재미있는 조형물들이 도시 곳곳에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섬에서 대륙으로, 기차로 가고 싶은 그 나라, 그 도시 유럽철도 ▶폴란드 바르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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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에 건축했던 바르샤바 왕궁. 2차 대전 때 다 부숴진 것을 전후 복원 사업 때 옛모습 그대로 되살렸다, 바르샤바의 트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TSR은 9334km를 7일 동안 달려 모스크바에 도착함으로써 대장정의 끝이 난다. 모스크바는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역시 모스크바를 출발해 민스크를 거쳐 동유럽-서유럽으로 이어지는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바르샤바는 외형상 고색창연해 보이지만 사실 도시 전체가 보전된 공간은 아니다. 1596년에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국왕을 지낸 지그문트3세가 수도를 크라쿠프에서 이곳 바르샤바로 옮긴 뒤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동구의 파리로 불리던 바르샤바가 사라진 것은 2차 대전 초기. 독일의 나치에 의해 침공당한 바르샤바는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전쟁이 끝난 뒤 이곳에는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었다. 그 폐허에 새로 지은 건축물들은 멋대가리 없는 콘크리트 빌딩들 뿐이었다. 그런 바르샤바를 ‘복원’한 것은 역시 바르샤바 시민들. 그들은 철저한 고증과 꼼꼼한 건축을 차근차근 진행, 결국 오늘날 관광객이 넘치는 동구 여행의 필수 코스 바르샤바 재건에 성공한 것이다. 건축물들의 역사가 수백 년은 되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길어봤자 70~80년이라는 사실에 여행자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대표적인 복원 건축물로는 바르샤바 왕궁을 들 수 있다. 17세기에 완공되었던 이 건물은 전쟁 때 나치 독일군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었는데, 어찌나 꼼꼼하게 복원을 했는지 진짜로 17세기부터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명소다. 또 한 곳의 복원 건축물로 ‘바비칸’을 들 수 있다. 현재 바르샤바의 신도심과 구도심의 연결 지점에 위치한 이곳은 16세기 르네상스 시절 이탈리아 건축가 얀 밥티스트에 의해 지어졌다. 역시 2차 대전 때 파괴된 것을 복원했다. 붉은 벽돌, 짙은 주황색 기와지붕 등이 유럽 특유의 낮은 잿빛하늘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바르샤바 여행의 필수 코스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바르샤바 출신으로 세계 인물 역사상 가장 특이한 경력과 2회에 걸친 노벨상 수상으로 인류 문명사에 이바지한 마리퀴리박물관도 바르샤바 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바르샤바 여행의 대표적 랜드마크는 문화과학궁전. 패권 시대 구소련의 스탈린이 폴란드를 탐내며 선심 쓰듯 건축한 이곳은 실질적인 바르샤바 대표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 높은 빌딩을 바라보는 바르샤바 시민들의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다는 게 현지인들의 이야기이다.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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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전쟁으로 폐허가 된 브란덴부르크문 사진을 합성한 작품. 독일은 지금도 전쟁의 원흉들을 찾아 처벌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 당신은 꼬박 7일을 기차 안에서, 간헐적으로는 기차역 플랫폼이나 특정 지역 시장에서 보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경탄할 것이다. 그리고 모스크바역에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7시간 여를 더 달리면 베를린 중앙역에 도달하게 된다. 이 기차 여행에서 가장 큰 의미를 둘 만한 도시이다. 세계 냉전시대의 상징이었던 국가는 독일과 한국이었다. 독일은 나라가 동서로 나뉘었고 한국은 남북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독일은 세계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통일을 이뤄 브란덴부르크 문이 무너지는 역사를 일궈냈다. 한국은 이제 판문점 선언을 했고, 북미 회담 결과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통일 또는 평화의 기대 단계에 와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베를린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히며 유럽의 트렌드 세터, 오피니언 그룹은 물론, 유행의 첨단 도시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우리도 통일해서 반도가 아닌, 태평양과 아시아-유럽을 잇는 출발점이 되자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생태계가 된 비무장지대, 부산과 대전, 서울과 평양, 그리고 신의주를 잇는 한반도 종주 벨트, 개마고원 트레킹, 백두산 등정 등 무궁무진한 관광 자원, 개발이 멈춘 북한의 자연 등등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서서 상상하는 것은 당연히 즐겁고 은혜로운 일이 아닐까?

독일 통일 당시 성년이었던 사람이라면 브란덴부르크 장벽에 올라 얼싸안고 춤추던 독일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기억할 것이다. 브란덴부르크 하면 독일 통일의 상징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브란덴부르크 문은 1791년에 완성된 고전주의 양식의 개선문이다. 프로이센 왕국의 제4대 국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 때인 1788년부터 건축이 시작되었고 건축가는 ‘칼 고트하르트 랑한스’이다. 문을 바라보면 어쩐지 그리스 고대건축물이 연상되는데, 역시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참고했다고 전해진다. 문의 상단은 요한 고트프리트 샤도가 조각한 말전차 모습의 청동상인 ‘콰드리가’와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 조각물로 장식되었다. 개선문으로 지어진 이 문은 당시는 물론 19세기 이후에도 전쟁에 승리한 프로이센군, 독일군이 개선할 때 반드시 통과하는 장소가 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파괴되었다가 1958년까지 복원 공사를 했다.

베를린에서 어디를 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도시 전체가 볼거리, 느낄 거리로 가득하다. 베를린을 초록의 풍요로 이끄는 ‘티어가르텐공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빈티지 공원 ‘베를린 동물원’, 상상을 짓뭉개는 건축미로 유명한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 베를린의 전설을 머금고 있는 ‘포츠담 광장’,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박물관 섬’, ‘의회 건물’, ‘베를린 중앙역’ 등을 들 수 있다.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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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을 출발한 열차는 프랑스 파리북역에서 다시 런던을 향해 달린다. 물론 런던 외에도 노선에 따라 이탈리아 등 중부유럽과 스페인, 포루투갈 등 남부유럽까지 도달할 수 있다. 파리 북쪽 야생동물공원을 지나 아미앨, 그리고 도버해엽 해저터널도 들어간 열차는 영국의 포크스톤 지역으로 솟아 런던을 거쳐 리버풀에 도달한다. 이로써 부산을 출발한 유라시아 열차는 아시아와 유럽을 달려 도버해엽을 건너 영국의 리버풀에 도착한 것이다. 리버풀을 검색하면 리버풀 도시보다 프로축구 클럽 리버풀FC가 상위에 뜬다. 그 다음에 도시가 뜨고, ‘비틀즈’가 결성된 장소, 그리고 한때 런던보다 더 부자 도시였다는 키워드들이 올라온다. 리버풀은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당시 그 중심에 서 있던 공업 도시다. 영국 대도시가 그렇듯 리버풀 역시 오래전 벽돌 건물들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도시 전체에서 아련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리버풀의 여행 포인트는 역시 빈티지한 항구와 밴드 비틀즈. 20세기 중반까지 공업 도시의 이미지가 강렬했던 이곳은 1960년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네 사람의 뮤지션들이 결성한 록그룹 ‘비틀즈’가 세계적인 밴드로 성공하면서 음악도시, 문화도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비틀즈의 활동 기간은 고작 8년. 그러나 지금도 비틀즈의 활동 무대를 보기 위한 올드팬들의 리버풀 방문은 지속되고 있다. 리버풀은 항구도시 답게 도심과 이어지는 크고 작은 도크들이 즐비한데, 그중 앨버트도크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 앨버트도크 빌딩은 물론 캐닝도크, 리버풀박물관 등 리버풀을 대표하는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 비틀즈 박물관인 비틀즈 스토리도 앨버트도크에서 연결된다. 비틀즈의 결성부터 해체, 무대 이야기, 사사로운 이야기, 유품 등 비틀즈에 관한 모든 것을 전시해놓은 이곳은 비틀즈 팬에게는 영원한 성지로, 일반 관광객에도 꼭 들려볼 만한 코스다. 오디오가이드의 수준이 세계 최강이라는 칭찬도 자자하다. 비틀즈 스토리 관람이 끝이 나면 매슈 스트리트 10번가에 있는 ‘캐번클럽’으로 이동한다. 캐번클럽은 비틀즈가 결성 초기에 주로 활동했던 클럽이었는데 비틀즈의 성공에 힘입어 리버풀 로큰롤의 심장이 되었다. 클럽은 1973년에 문을 닫았지만 1984년에 건축물을 복원하고 클럽도 재건, 일 년 내내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는 리버풀 여행 대표 명소가 되어 있다. 라이브 공연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다.

그밖에도 리버풀대성당, 로얄리버빌딩, 월드뮤지엄, 워커아트갤러리,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 머시사이드마리타임뮤지엄 등 종교, 문화, 예술, 해양 관련 뮤지엄들도 항구 인근에 밀집되어 있다.

▶부산 - 규슈 해저터널은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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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해저터널구상도 (©클라데스 by 위키미디어)
기차여행주의자들은 부산-대마도-규슈, 거제-대마도-규슈 또는 목포-제주-대마도-규슈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생긴다면 기차를 타고 일본열도를 종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곤 했다. 해저터널을 나온 열차는 신간센으로 연결되어 오사카-도쿄에 이어 일본 최북단 삿포로까지 내달릴 것이다. 한일해저터널이 거론된 것은 1981년, 당시 통일교 고 문선명 주교에 의해서였다. 일본 해저터널연구회 조사에 의하면 한일해저터널은 일단 공법, 논리상으로는 설치가 가능하다. 물론 화산 지대를 지난다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이미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다. 비용은 100조 원, 공사 기간은 20년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나온 한일해저터널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이명박 정부 때 다시 부상하기도 했었다. 현재로서는 요원한 이야기이지만 정세 변화에 따라 다시 거론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삿포로에서 쿠릴 열도를 지나 러시아 극동 나우칸하이카와 미국 웨일즈를 잇는 노선은 현재로서는 헛된 꿈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만일 동토의 땅에 레일이 깔리고 그 위로 열차가 툰드라의 땅 알래스카를 지나 캐나다의 밴쿠버에 도착해 미국 국경선을 너머 시애틀을 경유,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그 열차가 다시 남미의 꼬리까지 이어진다면…. 아, 그런 날이 과연 올 수는 있을까? 기차여행주의자들에게 몽상은 자유다. [글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픽사베이, 위키미디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30호 (18.05.29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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