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바람..공연·전시로 북한을 만나다

전지현,김규식,김연주 입력 2018. 5. 24. 17:09 수정 2018. 5. 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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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1~24일 비무장지대서 세계적 음악가 모여 평화콘서트
국공립 예술단 북한 공연 앞장..9월 광주비엔날레 北미술전 개최
북한 공훈예술가 김인석 화가의 그림 `소나기`. [사진 제공 = 광주비엔날레]
남북 관계가 험악할 때 비무장지대(DMZ)는 금단의 영역이다. 적대국 군대가 우발적으로 무력 충돌을 일으킬 것을 대비한 완충지로 설정한 땅이지만, 촘촘히 매설된 지뢰는 전쟁을 상징했다. 이 땅에서 평화를 노래하는 콘서트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Peace Train Music Festival)'이 열린다. 한반도 평화 무드에 힘입어 열리는 이 콘서트에 세계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모여 평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한다. 그래서 콘서트 이름도 '평화를 실어 나르는 기차'를 의미하는 영문 '피스트레인(peace train)' 페스티벌로 지었다. 공연은 다음달 21~24일 서울 플랫폼창동61, 철원군 고석정·노동당사·DMZ 월정리역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무대에 오를 가수들의 면모 또한 화려하다. 전설의 록밴드 섹스피스톨스의 베이시스트 글렌 매틀록은 축제 마지막 날인 6월 24일 무대에 올라 한국을 대표하는 록밴드 크라잉넛·노브레인과 협연한다. 매틀록은 섹스피스톨스의 대표곡 '아나키 인 더 유케이(Anarchy in the UK)', 크라잉넛의 대표곡 '말 달리자'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또 영국 싱어송라이터 뉴턴 포크너도 출연료를 받지 않고 참여하기로 했다. 이 밖에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감독을 맡았던 차진엽의 콜렉티브 에이와 선우정아가 노동당사를 무대로 스페셜 퍼포먼스와 콘서트를 선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 안은미는 다음달 1~3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북한춤을 '안은미 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안은미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혁명가극' '쟁강춤' '팔뚝춤' 등 북한의 다양한 춤을 보고 배웠다. 여기에 월북 무용가 최승희의 무보집 '조선민족무용기본'(1958)을 참고했고, 북한에서 무용교육을 받은 재일 무용가 성애순 씨를 초청해 가르침을 받았다. 안은미가 재해석한 북한춤은 유럽 각지에서 벌써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당장 내년 2월 프랑스 최고 명문 극장 '테아트르 드 라 빌'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남북 평화 공연은 국공립 문화·예술단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서울예술단은 6월 29일~7월 15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을 공연한다. 안판석 감독이 제작했으며 2006년 개봉한 영화 '국경의 남쪽'을 원작으로 한다. 남북 분단 속에서도 빚어진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그려 호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이나오 작곡가의 서정적 음악과 정영 작가의 우리말 맛을 살린 대사가 일품이다.

사실 남과 북 이야기는 공연계에서 단골 소재였다.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 '로기수' 등은 한국전쟁으로 빚어진 이념 대립과 갈등을 소재로 해 호평을 받았다. 다음달 2일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도 그런 작품 중 하나. 올해 의정부음악극축제에 공식 초청됐는데, 남북 화해 무드에 힘입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서로 총구를 겨누던 남북 병사가 무인도에서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 아래 똘똘 뭉친다는 얘기다. 이념적 대립을 넘어 '인간으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를 말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북한 연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북한 무용을 연구했다면 올해는 북한 가극에 대한 학술회의와 자료 발간 등을 추진한다. 서울시교향악단 관계자도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 등 여러 문화적 교류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어떤 형태가 될지는 시나 국가적 의지가 맞물려 결정되겠지만 서울시향은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동참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북한 미술을 조명하는 전시도 열린다. 올해 광주비엔날레(9월 7일~11월 11일)는 북한 대형 집체화(여러 사람이 공동 제작한 그림)를 대거 내세우는 북한미술전을 준비한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 9차례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한 미술을 연구해 온 문범강 큐레이터(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의 북한 미술 섹션에서다. 그는 평양 만수대창작사에서 제작한 조선화 20여 점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6관에서 펼친다. 북한 최고 작가로 꼽히는 인민예술가 최창호, 공훈예술가 김인석 등 31명이 참여한 그림들이다. 동양화 핵심인 선과 몰골기법(윤곽선 없이 색채나 수묵으로 형태를 그리는 화법)을 현대적으로 융합시킨 조선화는 과감한 색채가 특징이다.

오는 9월 개막하는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도 북한 작가 작품 30여 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비엔날레 측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작가를 초청하고 작품 30여 점을 전시하기 위해 현재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우리의 가장 큰 소망은 북한 작가를 초청하고 작품도 같이 전시하는 것이지만 상황이 안 되면 작품만이라도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묵비엔날레는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목포 문화예술회관과 진도 운림산방 일원 6개 전시관에서 열린다.

[전지현 기자 / 김규식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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