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안철수, 박원순 맞서 단일화 시동..정체성 차이 극복이 관건

이창환 기자 2018. 5. 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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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독주 속에 金·安 야당 후보 간 단일화 필요성 점증
정체성 문제·서울시장 상징성 때문에 단일화 어렵다는 전망도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조선DB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자가 24일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는 후보도 단일화하고 정당도 같이 하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며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와의 단일화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날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후보들끼리는 단일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일화의 가능성을 열자, 김 후보와 안 후보 간 후보 단일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생각이 같은데 괜히 다른 당을 만들고 다른 후보를 내서 시민들을 혼란케 할 필요는 없다”며 “큰 축에서 보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와 단일화를)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전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전날 홍 대표의 발언과 맞물려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 21일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의 서울시장 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박원순 시장은 60.1%가 나온 반면, 김 후보는 18.5%, 안 후보는 12.3%에 불과했다. 박 시장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만큼, 두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바람을 일으켜야 박 시장과 승부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 후보 역시 ‘반박(反박원순)연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20일 “안 후보와 저는 박원순 시장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는 ‘공감연대’”라고 밝혔다. 이미 실무자 선에서도 한국 국적의 납북자 송환 문제나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오는 27일 이전, 합동토론회 직후인 오는 30일, 사전투표일인 오는 6월 8일 등 구체적인 후보 단일화의 일정에 대한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의 단일화가 실제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두 후보의 ‘정체성’ 간극이다. 보수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는 김 후보와 달리 안 후보는 중도보수나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는만큼 ‘가치동맹’이라는 명분을 쌓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 후보는 후보 단일화의 조건으로 ‘생각이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안보관이나 시장관이 본인의 그것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안 후보가 민주당의 대표를 역임했었고, 박 시장의 서울시장 당선을 도왔던 ‘산파’였다는 이력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날도 김 후보는“안 후보의 정치적 신념이나 정책에 대한 생각이 (본인과) 같다고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안 후보의 정계 입문 이후의 발언들을 살펴볼 때, 지금 당장 단일화를 해야될 만큼 유사점이나 공통점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치외교적으로는 한·미동맹이나 사드(THAAD·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배치에 대한 관점, 경제적으로는 재벌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이 되면 안된다는 데는 인식이 같으나, 안 후보가 박 시장과 무엇이 다른지 잘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이미 이뤄진 캠프 간 의견 교환에도 거리감을 표했다. 그는 “후보간 대화보다는 실무진들의 대화였다”며 “선거대책위원장이 (안 후보 측과) 대화했다고 알고 있으나, 저도 선대위원장과 얘기를 해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위해 패자가 후보 사퇴를 결단해야하는 것도 두 후보에게는 큰 부담이다. 김 후보는 제1야당의 서울시장 후보인만큼, 김 후보가 안 후보에게 경선에서 패할 경우 당의 체면이 크게 구겨진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서도 정치적 타격이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모든 당력을 안 후보에게 쏟아붓고 있는 만큼, 안 후보의 중도 후보 사퇴는 당 존립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계산 하에 안 후보 측은 자신의 당선가능성이 김 후보 측보다 높다고 주장한다. 김 후보가 후보에서 사퇴하는 모양새라면 단일화를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안 후보는 “홍 대표가 절반이 넘는 야권성향의 유권자들을 바라고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단일화는 후보자가 하는게 아니라 유권자가 가능성이 큰 후보에 지지를 모아줘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박 시장과 경쟁해 당선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이미 추세가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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