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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500만 명 다녀간 서초토요벼룩시장

등록 : 2018-05-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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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초구 방배복개도로에서 열린 서초토요벼룩시장에서 판매자의 손으로 만든 물건을 파는 ‘수공예 코너’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서초구청 제공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 서초토요벼룩시장이 열리는 서초구 방배복개도로에는 판매자로 나선 시민들이 자신의 판매 장소가 적힌 번호표를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섰다. 방배2동에 사는 40대 주부 김성희씨도 딸과 함께 판매자로 나서서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은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이 어릴 때 입던 옷과 신발 등을 가지고 나왔다. 지난해에도 참가했던 경험이 있는 김씨는 “아이가 일기에 쓸거리가 생겨서 좋다며 따라나섰다. 무엇보다 절약과 나눔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경제교육까지 할 수 있어 데려왔다”고 했다.

서초토요벼룩시장은 ‘아나바다 운동’(‘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운동)이 일어난 1998년에 시작해 올해로 21년째다. 지난해까지 누적 개최수 856회, 판매 참여자 44만3천 명, 방문 소비자 500만 명을 넘긴 전국 최장수 플리마켓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부터는 서초권역, 반포권역, 방배권역, 양재내곡권역 서초구민 대상 테마 장터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토요일마다 권역별로 연다.

서초토요벼룩시장은 초기에는 부녀회와 학교 어머니회, 직능단체 등이 주축이 돼 약 180여 팀이 집에서 쓰던 물건을 가지고 나와 교환하거나 팔았다. 10년 뒤인 2007년에는 1일 판매자가 1천 팀으로 늘어나 규모가 5배 가까이 커졌다. 2010년에는 ‘자율기부 모금함’을 설치해 판매수익금 일부를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는 데 써서 기부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2015년에는 유명인들의 기부물품을 경매하거나 팔았고, 지난해에는 기부금 2천만원을 모아 서초구 내 저소득층 가정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했다.

2011년부터는 장소를 서초구청 옆 이면도로에서 방배동 복개도로로 옮겼다. 어린이·청소년벼룩시장과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추가 개설했고 거리음악회, 창작예술 체험 등 문화 행사도 함께 열었다.

2015년부터는 장터를 6개 존과 월별 테마 장터로 나눠서 운영했다. 일반 판매석 외에 주민들이 만든 물품을 파는 커뮤니티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키즈존, 도시농업을 소개하는 그린 마켓존, 지역 내 중소기업 물품의 전시·판매를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 마켓존, 예술단체나 동아리의 발표 기회를 제공하는 공연존 등을 만들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월별 테마장터는 아동용품 장터, 여름휴가 맞이 물놀이·캠핑용품 장터 등 주제를 정해 운영한다.

2016년에는 볼거리·즐길거리가 있는 벼룩시장을 표방하며 다양화를 꾀했다. 이를 위해 가죽, 손뜨개, 액세서리, 신발, 선물 포장 등 판매자가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코너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은정 서초구청 여성보육과 여성행복팀장은 “아이엠에프(IMF·외환위기 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시작된 서초토요벼룩시장이 어느새 20살이 넘었다”며 “자원의 재활용이나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원래 취지를 살려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장터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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