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청와대 오역 논란..전문 통역사에게 물어보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22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 발언을 두고 오역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한미 정상은 이날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각료·참모들의 배석이 없는 단독정상회담 중 12시 10분경부터 12시 35분까지 양국 기자들에게 북한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질의 응답 말미, 한국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말로 ‘미북정상회담 및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을 물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의 북한 태도 변화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이 있는데,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의 역할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를 하는 입장이라기보다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또 그것이 한반도와 대한민국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과 함께 긴밀하게 공조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오역 논란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발언을 마치자 “And I don’t have to hear the translation because I’m sure I’ve heard it before”라고 했다. 이를 직역하면 “통역을 들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전에 들은 말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가 된다.
하지만 회담을 취재한 청와대 ‘풀(pool) 취재단’이 정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통역이 필요 없겠다. 왜냐하면 좋은 말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번역됐다. 원문에 없는 ‘좋은 말’이라는 표현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오역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4일 “좋은 말이기 때문에 통역을 안 해도 된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면서 “전체적인 맥락과 분위기를 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 덕담을 주고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건 엉뚱한 해석 아니냐”고 말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좋은 말이니 들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을까? 통번역가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대기업 고위 임원의 통역을 전문으로 하는 황모 통역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엔 ‘좋은 말’이라는 표현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이 이슈에 대해 같은 의견을 계속 나눠왔기 때문에 ‘무슨 대답을 했을지 아니까 안들어도 된다” 정도로는 의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모 통역사도 “전에도 분명히 들어본 이야기라서 굳이 통역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농담한 정도로는 의역할 수 있겠지만, ‘좋은 말’이라고 번역한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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