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북미회담..美·中, 北 비핵화 해법 놓고 내내 딴얘기만 했다

신경진 입력 2018. 5. 24. 13:24 수정 2018. 5. 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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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북핵 문제 해결, 평화 원한다면 지금이 기회"
폼페이오 "CVID 달성까지 대북 제재·압박 유지를"
북한판 신사 유람단은 여종업원 탈북한 닝보 답사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무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 품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왼쪽)이 첫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북핵 해법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폼페이오·왕이 첫 만남에서 대북 해법 이견 드러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첫 만남에서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 사이의 입장 차이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핵 폐기까지 대북 압박을 강조했고, 왕이 부장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 해소를 내세웠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압박을 언급하며 “합의했다(Agree)”가 아닌 “토론했다(discussed)”는 용어를 사용해 이견 조율에 실패했음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회견은 폼페이오 장관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6월 12일 김정은과 만남 준비에 관해 이야기했으며, 미국과 북한 그리고 세계에 기회로 보는 중국의 시각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CVID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유엔 대북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고 대북 압박을 유지한다는 우리의 확약에 관해 토론했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 무역 협상과 남중국해 군사화 문제도 언급했다.

왕이 부장은 우선 미·중 무역 협상 진전을 언급한 뒤 바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세 가지 입장을 밝혔다. 왕 부장은 우선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확고하게 힘쓰고 있다”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 “비핵화 목표 실현에 이어 장기적으로 유효한 한반도 평화 기제를 건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판문점 선언이 언급한 연내 남북의 종전 선언과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회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6·12 북·미 정상회담의 순조로운 개최를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 거행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북·미 정상의 직접 대화는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번 회담이 날짜에 맞춰 열리고 성공을 거두길 기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고 세계에 좋은 소식을 전할 정확한 판단을 내릴 능력과 지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양국 정상을 치켜세웠다.

대신 유엔 대북 제재 이행은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왕 부장은 “중국은 자신이 해야 할 당연한 국제적 책임을 확실히 이행한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앞으로도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이행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엔 제재 이행을 앞세운 폼페이오 장관과 달리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데 그친 것으로 이해된다.

모두 발언에 이어 미국과 중국 기자 1명씩 이뤄진 질의에서 북·미 회담 연기론이 언급되자 왕 부장은 “북·미 회담은 이미 좋은 기초와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며 “만일 미국이 문제를 풀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기회이며, 평화를 원한다면 지금이 바로 기회이고, 역사를 창조하고 싶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라며 차질 없는 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한편, 북한 박태성 정치국 위원 겸 노동당 부위원장이 인솔하는 북한판 신사유람단은 23일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를 시찰했다. 닝보일보는 24일 1면 기사로 정산제(鄭柵潔) 닝보 당서기가 전날 닝보시를 방문한 북한 친선참관단을 접견했으며 닝보시 경제 사회 발전 상황을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참관단은 지난 14일 입국한 이후 베이징→시안→상하이→항저우→닝보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닝보시에서는 지난 2016년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탈북 사건이 발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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