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영호, 김정은 비판책 낸 직후 "국정원 연구소 사직"

이영종 2018. 5. 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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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판 책 발간 직후라 배경 논란
"스스로 사직했다는 점을 강조해 달라"
신변 경호 등 현재와 큰 변화 없을 듯
미국 등 해외서 활동할 가능성도 시사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3일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소에서 전격 사퇴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밤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날짜부로 제가 몸담아온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직을 사직했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급작스레 그만두게된 배경을 묻자 "왜 사직하게 됐는지는 차후 남북관계가 평가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분명한 건 이제부터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 참석해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여름 런던에서 부인과 아들 2명을 동반해 탈북·망명한 태 전 공사는 지난해 1월부터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근무해왔다. 올들어 북한이 유화공세를 펼치고,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분위기 속에서 외부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청와대와 국정원·정부 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내부 실상을 폭로하는 저서 『태영호 증언-3층 서기실의 암호』를 발간했다.
태영호 전 공사의 저서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비판서를 낸 것과 관련한 압박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누가 뭐라한 게 아니라 제가 자진해서 사퇴한 것이란 점, 독자적인 판단과 결심에 스스로 사직한 것이란 점을 강조해달라"고 기자에게 당부했다. "자진해서 그만뒀다는 걸 분명히 하지 않으면 마치 누가 압력을 넣어서 그러는 걸로 알 수 있기 때문"이란 말도 덧붙였다.
북한은 태 전 공사의 책 발간 직후 16일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 등을 통해 "인간 쓰레기"등 비난을 퍼부으며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산시켜버렸다. 또 대남 선동매체를 동원해 문재인 정부와 국정원이 "태영호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5월 영국 팝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런던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왼쪽)을 태영호 당시 북한 공사가 안내하고 있다. [사진제공=JNN]

태 전 공사는 '국정원 산하 연구소 사퇴가 향후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네 그런 차원이라 보시면 된다"고 답했다. 또 신변 경호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와 달라지는 건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은 북한이 태 전 공사의 신변위해를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5명 안팎의 전담 경호팀과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태영호 전 공사가 2016년 12월 30일 중앙일보를 방문해 그의 탈북 망명 사실을 최초로 특종 보도한 이영종 전문기자와 만났다.

태 전 공사는 "차후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길을 갈지는 차츰 정리를 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만 활동할 것인가. 해외도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앞으로의 제 활동은 추후에 밝히겠다"고 말해 미국 등 외국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활동을 벌일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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