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정 총리 지명자 '학력 위조' 논란

박효재 기자 2018. 5. 2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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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오성운동·동맹당이 내세운 콘테, 뉴욕대 수학 이력 거짓
ㆍ두 당 공약 수행 ‘허수아비’ 비판도…대통령은 승인 미뤄

이탈리아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된 피렌체대 법학과 교수 주세페 콘테(53·사진)가 학력위조 논란이 불거졌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지난 3월 총선 승리 후 어렵게 연정에 합의하고 공개한 총리 지명자이지만 ‘허수아비 총리’ 논란에 도덕성 문제까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콘테 지명자의 이력서 내용과 달리 미국 뉴욕대에서 수학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다고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전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콘테와의 만남을 미루면서 총리직 승인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콘테는 2013년 의회에 제출한 이력서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뉴욕대에서 수학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뉴욕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콘테가 학생이든 교수 신분으로든 공식적 지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뉴욕대 도서관에서 연구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고 법학과 교수 등 전문가를 초빙했다고 설명했다.

오성운동은 즉각 콘테 감싸기에 나섰다. 뉴욕대 발표 직후 낸 성명에서 “콘테는 분명히 그의 연구를 완성하고 갱신하려고 뉴욕대에서 공부했다고만 했을 뿐 특정 교과과정을 언급하거나 박사과정을 마쳤다고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콘테는 이력서에 뉴욕대뿐만 아니라 미국 예일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프랑스 소르본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공부했다고 썼다. 소르본대 측은 “우리는 아직 그의 이름을 기록에서 찾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케임브리지대는 비밀보장 조항을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콘테는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문화연구소에서도 공부했다고 이력서에 적었다. 이 기관은 법학 교육과정을 제공하지 않는 언어전문학교다. 오성운동은 성명에서 “콘테는 다른 학자들처럼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지식을 연마하고 법률 영어 사용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그 정도 수준의 교수로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콘테는 로마 라 사피엔자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교수, 민법·상법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2013년부터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마이오의 법률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정계와 인연을 맺었지만 대중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디마이오와 동맹당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자신들의 정치적 공약을 반대 없이 수행할 ‘허수아비 총리’를 세운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살비니 대표는 콘테를 총리 후보로 추천하면서 “그는 법률 간소화, 관료주의 타파의 전문가”라면서 “많은 기업가들이 원하는 바”라고 말했다.

마타렐라 대통령도 지난 21일 디마이오와 살비니로부터 콘테를 총리 후보로 추천받았지만 아직 승인하지 않고 있다. 콘테가 내각을 이끌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승인 이후 의회 인준안 표결을 거쳐 총리직에 오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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