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진국 됐지만 주거권 보호 미흡"

김원진·박은하 기자 입력 2018. 5. 2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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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주거 문제 파악 위해 방한, 파르하 유엔 주거권 특보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 주거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7일 한국의 주거권 보호 문제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뉴스 소비를 장악한 양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다음의 부동산 섹션에는 하루에도 수백건의 부동산 기사가 쏟아진다. ‘종부세 강화 시장 둔화 부추길까’ ‘GTX A 타고 가자…대곡역·서울역 북부역세권 초대형 개발 재시동’ 등 부동산을 투자(혹은 투기)의 대상으로 소개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 주거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4일 열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이유도 ‘부동산 시장’만 뜨겁고, 관심에서 멀어진 주거 사각지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는 주거 현황을 살펴본 뒤 해당 국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캐나다 인권변호사이기도 한 파르하 특보는 지난 17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은 경제가 튼튼하고 선진국임에도 주거권이 우려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보러 왔다”고 말했다.

파르하 특보는 6일 뒤인 2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한국 시민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주거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인식조차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주거권 보호 문화가 한국 사회에 충분히 스며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파르하 특보가 꼽은 대표적인 한국 사회 주거권 사각지대는 노숙인,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강제퇴거 문제였다. 파르하 특보는 “한국 정부는 노숙인을 너무 협소하게 정의해 생각하는 것 같다”며 “거리의 노숙인만이 아니라 쪽방촌이나 열악한 고시원에 살고 있는 분들도 있고, 이들은 대부분 화장실, 샤워시설도 없는 6.6㎡ 이하 공간에서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노숙인 문제를 임시보호소, 구세군 등 자선단체 모델에 기대고 있다”고 했다.

파르하 특보는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 등 원주민의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하고, 퇴거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기본 전제는 재개발이 100% 필요하지 않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강제퇴거가 불가피할 때는 6개월~2년 전에 알려야 하며, 원주민들이 대안을 고려할 때는 정부가 전문가를 지원하고 의미 있는 공청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파르하 특보는 한국이 부동산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공공임대주택 분야는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 공공임대주택 중 상당수 물량이 민간 분양으로 전환되는 문제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르하 특보는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며 “임대차 계약 연장, 임대료 상한 등 임대 여건을 개선해서 주택 소유보다 임대가 더 좋은 옵션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충분할 때는 일부를 민간 분양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공공임대주택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은 지역이 많은 것 같다. 이때 민간 분양분이 늘어나면 결국 저소득층에게 돌아가는 공공임대주택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김원진·박은하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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