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태극기 뒤집혀 걸렸다" 논란

2018. 5. 2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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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현지시간) 재개관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에 태극기가 잘못 게양됐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운영될 당시 건물과 내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이번 복원 사업의 기본목표였다"면서 "그 당시 자료와 서적, 사진자료가 복원사업의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19세기 대한제국공사관에 걸려 있던 태극기를 현 국기 게양법에 맞추어 달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 의원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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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심재철 의원 “건괘가 오른쪽 윗편에 와야” 지적
문화재청 “사진보고 19세기 원형 재현한 것”반박

대한제국 국기, 태극·4괘 다양한 형태로 사용
“현 국기 게양법에 맞춰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현지시간) 재개관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에 태극기가 잘못 게양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19세기에 찍힌 당시 사진을 보고 그대로 고증 재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사적 장소를 복원할 때 원칙은 가능한 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는 것이며 지금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과 김정숙(왼쪽 세번째) 여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박혜선(주미대한제국공사관 초대공사 박정양 손녀), 이상구(공사관 서기관 이상재 증손), 장한성(공사관 서기관 장봉환 증손),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5.23 청와대 페이스북

심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했는데 태극기가 뒤집어 걸린 게 아닌가 싶다”면서 “태극기를 세로로 길게 늘여서 게양할 때는 하늘을 나타내는 건괘(보통 긴 막대기 3개가 그어져 있는 모양)가 오른쪽 윗편으로 와야 한다. 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1893년 미국 헌팅턴도서관에 소장된 당시 공사관 사진을 보고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태극기가 걸려 있던 바로 그 자리에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태극기를 고증해 게양했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125년 전 태극기의 복원 - 22일(현지시간) 재개관한 미국 워싱턴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미국 헌팅턴도서관에 소장된 1893년 찍힌 사진을 토대로 내부를 재현했다. 당시 걸린 태극기의 태극문양과 4괘 역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복원 원칙이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2018.5.23 문화재청 제공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1889년 2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양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으로 이날 오전 재개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문 대통령은 방미 마지막 일정으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서양 최초로 개설한 공관이며 19세기 워싱턴에 개설된 여러 공관 중 원형이 보존된 유일한 곳”이라면서 “오늘 (조미수호통상조약)136년만의 재개관일에 한미정상회담이 있어 더욱 뜻 깊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운영될 당시 건물과 내부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이번 복원 사업의 기본목표였다”면서 “그 당시 자료와 서적, 사진자료가 복원사업의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 걸린 태극기 게양이 잘못됐다는 문제를 제기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2018.5.23 페이스북

실제 1893년 촬영된 공사관 내부와 복원공사 후 재현 모습을 보면 태극기가 게양된 위치는 물론 태극기 위에 걸린 광화문 사진을 넣은 액자까지 고스란히 125년 전 모습과 같다. 또 태극기 앞쪽에 놓인 작은 의자와 탁자, 탁자 위에 놓인 바구니, 원통형 도자기도 유사하게 되살렸다.

고종황제가 세운 대한제국 시대에는 다양한 모습의 태극기가 사용됐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최초의 국기는 1882년 5월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에서 사용됐지만 당시 사용된 국기 형태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1882년 9월 박영효는 고종의 명을 받아 수신사로 일본에 가던 중 배 위에서 태극문양과 4괘 도안의 기를 만들어 사용했고 이 사실을 본국에 보고했다.

대한제국 때 사용된 다양한 태극기 형태 - 고종의 외교고문인 미국인 오웬 데니가 1890년 5월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가져갔던 이른바 ‘데니 태극기’는 1981년 대한민국 정부에 기증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이다.(왼쪽) 의병장 고광순이 일본군과 싸울 때 지녔던 태극기로 상단에 불원복(조국의 국권을 곧 회복할 것이다)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태극기는 독립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이처럼 19세기말 대한제국 당시에는 태극문양과 4괘가 조금씩 다른 태극기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록원 제공

이듬해 3월 고종은 왕명으로 태극과 4괘 도안의 기를 국기로 제정해 공포했다. 하지만 당시 국기제작에 관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태극기는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실제 고종의 외교고문이었던 오웬 데니가 소장한 태극기(1980년경)나 의병장 고광순이 사용했던 태극기(1907년) 등 지금까지 남아있는 광복 이전의 태극기를 보면 태극의 문양과 괘의 위치가 조금씩 다른 형태로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2일 오후 (현지시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36주년과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개설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방문을 마친 뒤 교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8.5.23 연합뉴스

통일된 태극기 제작법이 나온 것은 정부 수립 이후다. 정부는 1949년 국기시정위원회를 구성해 오늘날 국기제작법을 확정했고 1972년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실시했다. 현재는 2007년 제정된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라 국기 관련 사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19세기 대한제국공사관에 걸려 있던 태극기를 현 국기 게양법에 맞추어 달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 의원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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