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일단 '봉합'에는 성공, 북미간 염증 안생길까?

정용수 2018. 5. 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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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 방식을 놓고 장외 설전을 벌이며 “정상회담 재검토”(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북·미 관계가 일단 봉합 국면을 맞았다. 북한과 미국의 중재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뜻을 모으면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보인 한·미 양국에 대한 태도에 대해 평가하고,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하는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관심을 두는 사안이다.
한미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확대 오찬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이 열린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고, 북한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할 경우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선(先) 비핵화, 후(後) 경제지원 등 북한이 반발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보이며 북한의 반발을 야기했던 미국 관리들의 언급을 뒤집는 발언이다. 이는 김 위원장과 직접 통화가 가능한 문 대통령을 통해 ‘당근’을 전해 달라는 취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귀국 후 방미 결과를 핫라인 등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21분간 단독회담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하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좌초위기에 놓인 북미 정상회담을 일단 제 궤도에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북한도 한·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풍계리 핵실험장을 취재할 한국 기자단의 방북을 허용치 않다가 23일 이를 수용하며 태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까지 순항의 길에 나설지에 대해선 여전히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구체적이지 않다”며 “남북 정상회담(지난달 27일)때 적극적으로 나왔던 김정은과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을 만난(5월7~8일) 이후 김정은의 눈높이가 달라져 그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이 맞으면 (정상회담을)할 수도 있고, 안 할수도 있다’는 식으로 겁을 준 건 문 대통령에게 해결해 보라는 숙제를 준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미국 사람들이 서부영화에 나오는 총잡이들처럼 (거칠게) 얘기하지만 진정한 의도는 이러한 것이니 반발하지 말라’는 대북 설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문 대통령의 설명을 구체적으로 듣기 전까지 성급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A+'라고 한 것에 대해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 드러난 상처를 봉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염증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한국 정부의 상황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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