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경기까지 끝난 시점에서 올 시즌 KBO리그의 순위를 살펴보면 가장 주목받고 있는 팀은 한화 이글스다. 2007년 포스트 시즌 진출을 마지막으로 2008년부터 가을야구 무대에서 사라진 한화는 올 시즌 놀라운 약진을 통해 10팀 중 단독 2위에 랭크되어 있다.

한화를 제외한 상위권 자리에는 최근 3년 동안 한국 시리즈 우승 2회 및 준우승 1회를 차지한 두산 베어스가 1위를 지키고 있고, 지난 시즌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SK 와이번스도 3위를 달리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도 시즌 초반 밀리는 듯 싶더니 어느 사이 단독 4위까지 올라와 있다.

나머지 중위권 순위는 혼돈이다.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 두 팀이 24승 25패로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7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22승 23패로 5위권 그룹과 승차가 없이 승률 0.001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7위까지는 치열한 접전을 보이고 있다.

1점 차 접전 7연승... "마리한화"의 동력

단독 2위까지 올라선 한화의 동력 중 하나는 집중력이다. 보통 정규 시즌의 경기 흐름은 3가지로 나뉘는데, 쉽게 분위기를 잡고 이기거나 일찌감치 분위기를 내주고 지는 경우 그리고 박빙의 승부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있다. 승률이 5할 위로 올라가거나 밑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그 박빙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그런데 한화는 그 1점 차 승부에서 올 시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가 이번 5월 17경기에서 13승 4패로 10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중 7경기가 1점 차 승부였고 그 7경기를 모두 이긴 것이다. 사실 1점 차 승부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데 여기서 모두 이긴 덕분에 승률을 크게 끌어 올린 것이다.

22일 경기만 해도 그랬다. 대전 동구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렸던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한화는 6-1로 크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후반 6-7로 역전 당해 패전 위기에 몰렸고, 한화는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며 연장 승부로 몰고 갔다. 그리고 연장전에서 8-7 재역전승을 거두며 5월에만 1점 차 접전 7전 전승을 만들어 냈다.

4월만 하더라도 한화는 SK와 NC 다이노스에 이어 실책 최다 부문 3위였다. 그랬던 한화의 수비진이 5월에 들어와서 실책이 6개로 크게 줄었다. 5월 실책 최소 부문에서는 두산이 5개로 1위다. 그런데 두산은 그 5개의 실책 중 2개가 22일 경기에서 나왔고, 이 때문에 끝내 한화가 연장전 재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실책이 줄어드니 마운드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팀 평균 자책점 부문에서 4.40으로 10팀 중 1위다. 특히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이 3.38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경기 후반 수비 집중력이 뛰어나니 1점 차 접전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경기 후반 집중력이 좋으니 최근 침체된 타선이지만 승리에 큰 지장은 없다. 5월만 따지면 한화의 팀 타율은 0.277로 9위, 팀 OPS는 0.751로 9위였다. 비록 많은 점수를 내면서 승리하진 않지만 뛰어난 집중력을 통해 실점을 하지 않는 지키는 야구를 실현할 수 있다.

상위권과 중위권 사이... KIA의 4연승 상승세

디펜딩 챔피언 KIA는 올 시즌 초반 삐끗했다. 그 동안 많은 이닝을 소화해줬던 헥터 노에시가 잠시 후유증을 겪었고, 임기영은 부상으로 초반을 결장했다. 마무리투수 김세현이 난조를 보이며 불펜도 사실상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KIA는 상위권 팀들과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KIA는 SK와의 주말 3연전 스윕에 성공하면서 반등했다. KT 위즈와의 3연전도 일단 첫 경기에서 압도적인 타선의 힘으로 승리하면서 기분좋은 4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최근 6연패를 당한 SK와는 승차가 어느 덧 2경기까지 좁혀졌다. 공동 5위 LG, 넥센과의 승차는 1경기 반으로 일단 중상위권까지는 올라왔다. 여기서 상승세를 굳히면 KIA는 상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흐름이 끊기면 LG, 넥센, 롯데 등과 또 피말리는 5위권 사수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사실 KBO리그 10구단 체제에서는 5팀이 치르는 포스트 시즌에 4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다소 애매한 위치다. 4위와 5위는 포스트 시즌의 첫 라운드인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야 한다. 2전 2선승제로 4위 팀에게 1승을 주고 2경기 모두 4위 팀 홈에서 치르는 일방적 어드밴티지가 주어지지만, 그 어드밴티지가 있다고 해도 4위 팀에게는 분명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를 거두고 준플레이오프에 바로 올라간다고 해도 4위 팀은 상당히 불리하다. 보통 포스트 시즌 1차전은 기선 제압 차원에서 에이스가 선발로 등판하지만, 4위 팀은 단판 승부가 될 수도 있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1선발을 써 버리고 올라온다.

에이스가 아무리 체력 회복이 빠르더라도 3일이 아닌 2일 휴식 후 등판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오는 팀의 에이스는 빨라도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나 등판이 가능하다. 2014년 월드 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3경기 2승 1세이브)도 팀이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하느라 다음 라운드인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3차전 1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KIA에게는 앞으로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으려면 좀 더 치고 올라갈 필요성이 대두된다. 게다가 KIA는 포스트 시즌에서 낮은 라운드에서 시작할 경우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간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한국 시리즈에 직행했을 경우 우승 확률이 100%였던 만큼 이 좋은 징크스를 이어갈 필요도 있다.

상위권 순위 키 쥐고 있는 한화와 KIA

한화의 경우는 이번 주가 고비다. 일단 22일부터 24일까지 두산과 홈 3연전을 진행하고, 바로 3위 SK와 원정 3연전을 치르게 된다. 한화가 4월에 이들과 붙었을 때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한화는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들에게 있어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으나 지금은 무난하게 적응한 상황이다.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두산과 잠실 원정 3연전을 치렀을 때 한화는 1승 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3경기도 따지고 보면 경기 내용에서 크게 밀리진 않았다. 5월 22일 경기에서 연장전 역전승을 거두면서 한화와 두산의 올 시즌 상대 전적은 2승 2패 동률이 되었고, 다시 원점에서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다.

투점홈런 호잉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1회초 2사 1루 한화 호잉이 투런 홈런을 친 뒤 홈에서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투점홈런 호잉 지난 4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한화 이글스의 프로야구 경기. 1회초 2사 1루 한화 호잉이 투런 홈런을 친 뒤 홈에서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주 6경기에서 한화의 한용덕 감독은 최소 3승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화는 일단 첫 경기를 이겼다. 이번 주 시리즈에서 한 감독이 내세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면, 한화는 현재 3경기 차의 두산을 좀 더 가까이 쫓아갈 수 있게 된다. 당장 두산과의 시리즈를 스윕하게 된다면 24일 경기가 끝나는 순간 두 팀의 승차는 1경기가 된다.

한화가 이번 주 1위 두산, 3위 SK와의 시리즈를 치르는 반면 4위 KIA는 다소 쉬운 상대를 만나고 있다. 일단 KIA는 8위 KT와의 홈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리즈가 끝나면 창원으로 이동하여 NC와의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최근 SK가 연패를 계속하면서 SK와 KIA의 승차도 2경기로 좁혀진 상태다.

KIA는 22일 경기에서 선발투수 한승혁이 제 몫을 해내며 승리에 일조했다. 같은 날 재활 등판을 치렀던 윤석민이 선발 등판을 준비하는 만큼 윤석민이 복귀하면 선발진에 더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일단 윤석민이 언제 1군에 복귀하게 될지는 확실하게 정해지진 않았다.

최근 SK의 연패, 한화와 KIA의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리그 상위권 경쟁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1위 두산과 4위 KIA의 승차가 6경기인데, 만일 두산이 이번 주 시리즈에서 6경기를 모두 패하고 KIA가 6경기를 모두 이긴다는 가정 하에 1위와 4위가 뒤집어질 수도 있는 한 주가 되었다.

다만 이번 주 상위권 팀들의 대진은 한화가 가장 빡빡하다. 한화는 두산(1위)과 SK(3위)를 상대하는데, SK는 아직 넥센(공동 5위)과의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다. 일단 22일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2경기의 결과에 따라 이번 주의 흐름은 변할 수도 있다.

두산은 한화와의 시리즈가 끝나면 잠실로 돌아가 삼성 라이온즈(9위)와 홈 3연전을 치른다. 1위부터 4위까지의 팀 중에서 이번 주에 하위권 팀과 6경기를 모두 치르는 팀은 KIA 뿐이다. KIA의 입장에서는 이번 주 순위 경쟁에 있어서 대진이 가장 편한 이점을 안고 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진은 대진일 뿐 뚜껑을 열어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주 상위권들의 경기 일정에서 순위 변동의 키를 쥔 팀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화와 KIA 두 팀이라는 사실이다. 1위 자리를 지키려는 두산, 분위기가 침체된 SK 그리고 상승세를 탄 한화와 KIA 4팀의 이번 주 순위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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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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