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한, '포기'는 애초에 없었던 한길 인생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이채윤 기자] 1988년 드라마 '지리산'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 종영한 tvN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까지 30년 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명품 신스틸러로 활약한 배우 지대한. 그런 그가 이번에는 독립영화 '참외향기'에서 주연을 맡아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참외향기'(감독 김우석·제작 더블에스)는 경북 성주군 관동 마을의 이장 자리를 두고 순박한 매력의 용득과 서울에서 내려온 정치인 만수가 경쟁하며 벌어지는 가슴 따뜻한 휴먼 드라마다. 지대한은 마을 이장이 되고 싶어 하는 순박한 매력을 가진 최용득으로 분했다.
지대한은 "재작년 가을쯤에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봐달라는 전화가 왔다. 그때는 내가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시나리오 보고 결정해달라고 해서 시나리오를 봤는데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캐릭터는 나랑 안 맞다는 생각을 했다"며 '참외향기'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왜 용득이라는 캐릭터와 자신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대한은 "그 캐릭터는 법 없이도 살고 순진해 보이는 캐릭터다. 난 딱 봐도 인상이 좋지 않아서 감독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이 캐릭터를 나보고 하라는 거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하더라. 난 그동안 악역을 많이 해서 대중이 나를 바라보는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데 감독님은 내가 착한 역할로 나오는 '원더풀 라디오'를 보시고 나한테 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 시나리오 쓸 때부터 나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서 흔쾌히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용득은 차기 이장으로 점찍어진 인물이지만 서울에서 내려온 정치인 만수가 뜻하지 않게 이장 자리를 노리며 관동 마을은 개혁의 바람이 분다. 용득은 이장이 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그 목적을 위해 계산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순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눈빛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자칫 눈에 힘을 주는 순간 순박한 얼굴을 가진 용득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지대한은 "용득이는 겉으로 보면 싸움도 잘하게 생겼지만 순둥이다. 그런데 까딱 잘못해서 눈에 힘이 들어가면 이미지가 깨진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착한 감정을 갖고 가야 하는데 문득 그 캐릭터에서 벗어나서 눈에 힘을 줄까 봐 그걸 조절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참외향기'는 지대한이 주연 타이틀로 극장에 걸리게 되는 첫 작품이다. 지대한은 "저예산 독립영화 주인공은 몇 번 했다. 그런데 극장에 걸린 적은 없다. 영화제에 몇 번 나가고 소규모지만 정식으로 배급 라인을 타서 극장 개봉이 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는 2012년 개봉된 '철암계곡의 혈투'라는 영화를 통해 독립영화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지대한은 "감독이 나에게 출연 제안을 먼저 했다. 시나리오만 보면 10억 이상은 드는 영화인데 터무니없는 돈으로 영화를 찍겠다고 하더라. 내가 해주면 힘이 될 것 같다고 해서 출연을 결정했다. 무엇보다 감독이 열정이 가득했다. 그 열정에 감동을 받아서 그때부터 주변에서 독립영화 출연 제안이 오면 기꺼이 응했다. 또한 독립영화 현장을 통해 배운 것도 많다"며 "100억짜리 상업영화에서 맛깔나는 신스틸러로 출연하기도 하지만 '저예산 영화계의 송강호'가 되어 보려고 한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덧 배우 인생 30년이 된 지대한. 한걸음 한걸음 성실하게 발자국을 남기며 층층이 올라온 그는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그는 "연기를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즐길 자신이 없으면 이 일은 못 한다. 또 '언제 스타가 되지?' 생각하면 못 버틴다. 나도 그동안 즐겁게만 보낸 것은 아니지만 '포기할까?'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를 않았다. '죽어도 여기서 죽는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때 캐스팅도 안 되고 선배들한테 연기 못한다고 욕먹던 것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고마운 경험이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명품 신스틸러로 활약하는 그지만 여전히 그가 놓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꿈'이다. 배우에서 영화 제작자로 활동을 넓힌 그는 갑과 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접전'을 준비 중이다.
지대한은 "내가 아직 놓을 수 없는 것은 꿈이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영화배우로 30년을 살면서 나이 쉰이 되면 배우로 분명 성공할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독립영화를 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50대 전후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지대한은 영화 '접전' 제작뿐만 아니라 영화 '유산', '연변'에도 출연한다. 하루하루 펼쳐지는 끊임없는 도전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은 아닐까.
이채윤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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