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상화폐 거품 꺼졌는데..'존버방' 좀비 된 2030

이희권 기자 2018. 5. 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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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품 꺼졌는데..'존버방' 좀비 된 2030

가상화폐 투자 붐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나 가격 거품이 꺼지고 투기 열기도 식었지만 '코인 존버방'에 빠져버린 2030 투자자들은 여전히 시장을 떠나지 못한 채 언제 올 지 모르는 '구조대'만을 기다리고 있다.

'존버방'이란 폭락장에서도 매도하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 방의 속어이며, '구조대'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가격에 가상화폐를 사 줄 신규 투자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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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붐 1년… 폭락에도 끝까지 버티는 청춘들

‘가즈아’‘영차영차’ 응원구호

“버티면 부자 된다” 서로 위로

신규 투자자 ‘구조대’ 기다려

가상화폐 투자 붐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나 가격 거품이 꺼지고 투기 열기도 식었지만 ‘코인 존버방’에 빠져버린 2030 투자자들은 여전히 시장을 떠나지 못한 채 언제 올 지 모르는 ‘구조대’만을 기다리고 있다. ‘존버방’이란 폭락장에서도 매도하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 방의 속어이며, ‘구조대’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가격에 가상화폐를 사 줄 신규 투자자를 뜻한다.

대학생 박모(27) 씨는 지난해 친구의 권유로 처음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박 씨가 투자에 뛰어든 2017년 5월 말은 신규 ICO(Initial Coin Offering·암호화폐공개), 하드포크(비트코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상화폐를 만드는 것)와 같은 호재가 잇따라 쏟아지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였다. 가상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2017년 5월 20일 200만 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불과 5일 뒤에 489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박 씨는 “당시에는 자고 일어나면 값이 폭등해 ‘진짜 큰돈을 만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1년이 흐른 23일 박 씨는 “요즘은 하루종일 채팅 방만 들여다보며 산다”며 자신이 속해 있는 단체 카카오톡 익명 채팅 방을 보여주었다. 박 씨처럼 특정 가상화폐에 투자금을 넣었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채팅 방이다. 박 씨는 가상화폐가 60% 가까이 폭락하면서 400만 원 이상 손해를 봤다. 박 씨는 “무조건 본전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존버방’의 투자자들은 매일 하루 ‘가즈아’ ‘영차영차’ 등의 응원 구호를 외치며 시작한다. 수시로 “1년만 버티면 부자가 된다”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다” 등의 위로를 서로 건네기도 한다. 박 씨는 “1년 가까이 등락을 함께 겪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일종의 동지애가 생겼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많이 줄어든 지금도 가상화폐 종류별로 최소 수십 개의 ‘존버방’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6개월째 한 가상화폐 ‘존버방’에 참여하고 있다는 회사원 정모(28) 씨는 “욕설·반말은 물론이고 ‘폭락’ ‘매도’ 등의 부정적인 단어를 쓰는 즉시 방에서 퇴출당한다”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존버방’ 내부에 생긴 특별한 유대감은 마치 하나의 종교집단처럼 작동한다”면서도 “돈을 잃은 상실감을 위로하는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감정을 이입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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