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마저.. 공격수 자원 3명 남은 신태용호의 선택은

이준목 2018. 5.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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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마지막 월드컵일 듯해서 더욱 안타까운 이근호의 탈락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신태용호의 2018 러시아월드컵 전선에 갈수록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번엔 '베테랑' 이근호마저 부상으로 낙마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2일 이근호에 대해 "오른쪽 무릎 정밀검사 결과 내측부 인대파열로 회복에 6주가 소요됨에 따라 대표팀 소집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근호는 이미 코칭스태프,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짐을 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출정식 하루 만에 찾아온 비보다.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월드컵에서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는 자신감을 밝혔지만 연이은 악재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미 김민재(전북), 염기훈(수원), 권창훈(디종) 등 러시아월드컵 출전이 확실시되는 주전급 선수들이 줄줄이 낙마한데 이어 이근호마저 잃으며 가뜩이나 세계적인 강호들에 비하여 열세인 대표팀은 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물론 과거에도 월드컵을 앞두고 이동국(전북), 곽태휘(서울) 등이 낙마한 사례는 있지만 이 정도로 많은 주전급 선수들의 줄부상이 쏟아진 경우는 드물다.

몇 안 되는 베테랑이자 월드컵 유경험자였던 그

이근호 선수 ⓒ연합뉴스
이근호에게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축구인생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더욱 안타까운 결과다. 어느덧 A매치만 84경기나 소화한 이근호는 30대 이상의 선수가 많지 않은 신태용호에서 몇 안 되는 베테랑이자 월드컵 유경험자였다.

흔히 '월드컵 비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동국이나 염기훈, 곽태휘같은 선배들에 못지않게 이근호 역시 '월드컵' 하면 아쉬운 기억이 더 많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이근호는 지역예선에서 허정무호의 일등공신 역할을 수행하고도 정작 본선 엔트리에서는 낙마하는 아픔을 겪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마침내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루며 골까지 넣었지만 대표팀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빛이 바랬다.

당초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근호가 포함될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이근호는 출범 초기 제자리를 잡지 못하던 신태용호에 4-4-2를 중심으로 한 플랜 A를 구축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하여 한동안 대표팀에서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던 손흥민을 살리기 위하여 그를 투톱의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했고 파트너로는 이근호를 낙점했다.

이근호는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가담-연계플레이로 상대의 집중견제를 분산시키면서 손흥민이 부담 없이 골사냥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후 이근호는 동아시안컵과 터키 전지훈련까지 꾸준히 발탁되며 신태용호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이근호의 탈락으로 대표팀은 가장 확실한 '투톱 퍼즐'과 '손흥민의 도우미' 하나를 또 잃었다. 이근호는 최전방과 2선 공격수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으며 본인이 욕심을 부리기보다 동료와 팀을 살리는 플레이에 능하여 공격수로는 아쉬운 득점력에도 불구하고 전술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선수였다. 이근호의 이탈은 대표팀에게 있어서 플랜A 뿐만이 아니라 플랜B 역시 수정이 불가피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로서 대표팀에서 공격수 자원은 손흥민, 김신욱, 황희찬 세 명밖에 남지 않게 됐다. 김신욱이 선발보다는 후반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더 높고, 손흥민과의 시너지효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투톱 파트너는 이제 황희찬뿐이다. 권창훈과 염기훈의 연쇄 이탈로 좌우 측면 자원도 이재성 정도만이 남았다. 신태용호의 플랜 A였던 4-4-2가 월드컵이 시작하기도 전에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중요한 것은 역시 팀분위기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유성호
신태용 감독은 일단 기존 선수단 내부에서 전술적인 변화를 통하여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측면에 배치할 수 있는 선수는 이청용이나 문선민이 있다. 이승우는 최전방과 측면이 모두 가능하다. 미드필더이지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구자철을 최전방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이근호-권창훈과는 스타일이나 장점이 모두 상이한 선수들이다. 이승우는 성인무대 경험이 부족하고 이청용은 최근 몇 년간 소속팀에서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하여 컨디션이 극도로 떨어진데다, 구자철도 공격수 포지션에서 검증된 카드는 아니다.

예비명단에 포함된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유럽파 지동원과 석현준이 있다. 이들은 올시즌 소속팀에서 꾸준히 많은 경기에 나서며 컨디션에는 일단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포지션 파괴를 즐기는 신태용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예비명단에 있는 선수 중 미드필더로 분류되는 이창민이나 이명주를 발탁하여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아예 예비 엔트리 35명에 이름이 없는 선수가 발탁될 수도 있다. 염기훈, 이근호같이 경험많이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팀분위기를 다잡아줄 리더이자 후반 조커로서 최근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 역시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다. 혹은 기존 플랜 A인 4-4-2를 아예 폐기하고 익숙한 4-2-3-1이나 스리백을 사용한 3-4-3또는 3-5-2로 전술을 전면 수정하는 것 역시 검토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중요한 것은 역시 팀분위기다. 탈락자가 팀내 비중이 큰 선수들인 데다가 리더급 고참들의 연쇄 부상 이탈은 아무래도 대표팀 전체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오히려 남은 선수들에게 더 큰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월드컵 본선까지 더 이상의 부상자가 나오지 않고 낙마한 선수들의 몫까지 대표팀이 더 분발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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