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과학사](32)희토류는 통일 한국의 노다지가 될 것인가?

2018. 5. 23. 09: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희토류가 포함된 광석에는 대개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도 함께 들어 있으므로, 이를 채굴하고 정련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고 이것이 주변의 흙과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남북관계에 대한 각종 장밋빛 기대가 난무하는 가운데 ‘희토류’라는 생소한 낱말이 여러 군데 오르내렸다. 북한에 희토류 광물이 많이 묻혀 있어 앞으로 큰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보도도 줄을 이었고, 심지어 ‘북한 희토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희토류 개발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주가가 올랐다’는 홍보성 글이 주식정보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태양광발전소. 스마트폰, 태양전지 등 첨단 전자산업 분야에서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희토류 원소(希土類元素·rare earth elements), 또는 희토류 금속이란 원소주기율표 아래쪽에 자리 잡은 란타넘족(Lanthanide) 원소 열다섯 개와 그에 인접한 스칸듐(Sc)과 이트륨(Y) 등 모두 열일곱 개의 원소를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이들은 주기율표에서 나란히 붙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화학적 성질이 매우 비슷하고, 광물 속에서도 여럿이 함께 섞여 들어 있다.

광석 속 미지의 원소를 찾아서

희토류 원소 발견의 역사는 18세기 말 스웨덴의 위테르뷔(Ytterby)라는 마을에서 시작한다. 이곳의 채석장에서 이 마을의 이름을 딴 ‘위테르바이트’라는 광물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을 분석해 보니 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금속들이 조금씩 여러 종류 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러 화학자들이 위테르바이트를 분석했지만 모두들 조금씩 다른 결과를 얻었다. 어떤 이들은 서너 가지 원소가 들어 있다고, 다른 이들은 많게는 수십 가지 원소가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광석의 성분을 분석하려면 온도를 달리하여 가열해서 분해하거나 여러 가지 산이나 염기에 녹여서 녹아 나오는 성분을 분리하는 것이 보통인데, 희토류 원소들은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여 이런 방법으로 쉽게 분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석 결과도 알쏭달쏭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희토류 원소의 분석 연구는 19세기 말 분광학(spectroscopy)이 발전하면서 다시 활기를 얻었다. 이것은 우리가 불꽃색 반응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원소들은 저마다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에너지의 크기가 정해져 있어서, 항상 고유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이 빛의 파장을 분석하면 혼합물 안에 어떤 원소들이 들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러시아의 멘델레예프는 원소주기율표를 완성했고, 영국의 모즐리는 X선 분광학을 통해 원자번호와 원자량의 관계를 규명했다. 이러한 주변분야의 혁신을 바탕으로, 20세기 초의 과학자들은 주기율표에 란타넘족 원소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모두 열다섯 개이고 희토류 원소는 모두 열일곱 개가 되리라 예측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1940년대까지 원자번호 61번을 뺀 열여섯 개의 희토류 원소가 발견되었다. 빈 칸으로 남아있던 61번 원소는 1945년이 되어서야 그 존재가 확인되었다.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 반응이 일어날 때 잠깐 생성되었다 사라지는 여러 가지 핵종 가운데 원자번호 61짜리가 발견된 것이다. 미국의 연구자들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준 그리스 신화의 영웅 프로메테우스의 이름을 따서 인간이 원자로에서 만든 ‘인공의 불’에서 태어난 이 원소에 프로메슘(Pm)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로써 열일곱 개의 희토류 원소가 모두 발견되었다.

희토류는 그 이름 때문에 대단히 희소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실은 존재하는 양만 따지면 그다지 희소한 것은 아니다. 세륨(Ce) 같은 원소는 구리보다 지각 속에 더 풍부하게 존재한다. 다만 앞서 말했듯 화학적으로 분리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인간이 쓸 수 있는 형태로 얻기에는 희소하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희토류를 순수하게 분리해내는 기술은 1940년대가 되어서야 완성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원자폭탄 개발을 위해 미국이 수행한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방사성 원소를 분리하고 정제하는 기술이 크게 발달했다. 희토류 원소는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와 같은 광물 안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기술을 응용하여 분리할 수 있었다.

분리와 정제 기술이 확보되자 희토류 원소의 산업적 가치가 새롭게 발견되었다. 이들 금속은 주원료로 쓰이는 경우는 없지만, 화합물에 미량 첨가할 경우 독특한 전기·화학적 성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전자산업 관계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오늘날 스마트폰, 태양전지, 항공우주 소재를 비롯한 첨단 전자산업 분야에서는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많은 양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꼭 있어야 하는 첨가제라는 의미에서 희토류 원소를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희토류 원소의 산업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새로운 ‘노다지’를 찾았다고 마냥 기뻐할 일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희토류가 분리가 까다로울 뿐이지 정말 희소한 광물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보자. 그리고 현재 희토류의 최대 생산국이 중국이고 그 뒤를 브라질 등이 따르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 보자. 지각 속에 어느 정도 존재한다면, 선진국에서는 왜 이 귀한 ‘산업의 비타민’을 자기 땅에서 캐어 쓰지 않는 것일까?

이는 희토류가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 때문이다. 희토류가 포함된 광석에는 대개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도 함께 들어 있으므로, 이를 채굴하고 정련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고 이것이 주변의 흙과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 또한 광석을 정제하는 데 사용하는 강한 산성 용액도 처리가 쉽지 않은 산업폐수가 된다.

21세기의 ‘산업 비타민’, 그 빛과 그림자

이 모든 손익을 따져 보았을 때, 선진국은 자기 국토에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더라도 거기에 손을 대기보다는 개발도상국에서 채굴과 가공을 마친 것을 사오는 편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북한이 세계 희토류의 공급처가 되는 것은 과연 북한에게, 나아가 한반도 전체에 이로운 일일까?

한 발 더 나아가면, 이 질문은 적대에서 평화로의 전환기라는 이 중대한 시기에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라는 더 큰 질문과도 이어져 있다. 남한 사람들이 ‘통일 대박’의 꿈을 실현해 줄 대상으로 북한을 이용할 생각을 하는가, 아니면 북한 사람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도 남한에서 함께 나눌 각오를 하고 있는가?

분단과 적대의 세월이 길었던 만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데도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섣부른 낙관도 비관도 이르다. 묵묵히 서로의 입장에 서보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호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

©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