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데드풀2-더욱 요란하게 돌아온 슈퍼영웅 - 주간경향
데드풀2-더욱 요란하게 돌아온 슈퍼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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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데드풀 2 (Deadpool 2)
제작연도 : 2018년
제작국 : 미국
러닝타임 : 117분
장르 : 액션, 코미디, SF
감독 : 데이빗 레이치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쉬 브롤린, 재지 비츠, 모레나 바카린, 브리아나 힐데브란드
개봉 : 2018년 5월 16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2편은 전편의 특징들이 더욱 확장되었다. 전편의 인물들과 사건은 매우 단순했고 이번 속편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 역시 만만치 않게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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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주류’나 ‘키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치가 된 듯하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기준은 모호해졌고 그것을 구분 지으려는 행태 자체가 거침없이 빠르게만 흘러가는 세태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아이돌 그룹의 이름과 멤버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일이나 가상화폐, 인터넷 전문은행 시스템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처럼 각양각색의 분야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정보와 지식들은 우리 옆을 쏜살같이 스치고, 일상의 모양은 인식할 새도 없이 변해간다. 문득 숨이 차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한계일까? 언제부턴가 영화 한 편을 읽어내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영화 그 자체와 무관해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아져버렸다.

영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연출한 사람의 과거 작품들을 기본적으로 훑어보는 것으로 충분했던 때가 있었다. 연출가의 재능과 개성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영화의 본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였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변화하는 모습도 출연목록과 함께 활용되었다. 영화가 이야기로 삼고 있는 소재들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매우 보편적 사건이거나 상식적인 선에서의 역사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 멀지 않은 과거는 한 편의 영화가 하나의 ‘작품’으로 분명하게 읽히던 때였다.

말초적 충동이 혼재된 상업영화

영화 <데드풀 2>의 국내 개봉을 알리는 홍보사의 첫 보도메일에는 과거 국내에서도 EBS를 통해 방영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

(The Joy of Painting)를 패러디한 예고편이 첨부되었다. 데드풀은 말도 안되는 짧은 과정을 통해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식탁 앞에 모인 영화 속 인물들이 그려진 그림을 완성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Norman Rockwell)의 ‘네 가지 자유’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패러디한 그림이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는 밥 로스라는 인물 자체가 생소할 테지만 그가 방송 속에서 유행시켰고 이후 개그프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참 쉽죠?”라는 대사, 그리고 그것이 함의하는 모순적 뉘앙스는 잘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

밥 로스를 소개하는 위키나무 사이트에는 이런 현상을 설명하며 재발굴된 ‘밈’(meme)의 대표적 경우라고 설명한다. (밈은 또 뭐란 말인가? 다시 인터넷 검색이 진리다.) 얼마 뒤 그림 속 접시 위의 칠면조는 작은 태극기가 장식된 잡채로 바뀌었고, ‘데드풀의 한국 사랑 특별 포스터’라는 새로운 명제 하에 인터넷에 유포됐다. 뒤이어 영화 <플래시댄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한 포스터가 소개되었다. 복제에 복제를, 차용에 차용을 거듭하는 끊임없는 장난과 창조의 아수라장이다. 어떤 이에겐 큰 재미가 되겠지만 어떤 이에겐 의미 없는 값비싼 장난으로 보이는 촌극의 핵심은 이런 일련의 수선스러움이 영화 본편의 정체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편의 특징을 증폭시킨 속편

2년 전 <데드풀> 1편이 공개되었을 당시 관객들 사이에는 나름의 반향을 몰고 왔다. 애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각오하고 부담 없이 질러댄 폭력과 성인유머가 그동안의 청소년층을 주 타깃으로 해왔던 슈퍼영웅물들과는 다른 특별한 맛을 전달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한 폭력과 정신없이 쏟아내는 말장난으로 관객들을 압도한

<데드풀>은 현재진행형의 대중문화, 상업오락영화의 형이상학적 형태를 극단적으로 실현한 작품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B급 정서의 객기와 자유로운 창의의 경계에서 감수해야 할 위험을 과감히 감내해 성공함으로써 주류 상업영화의 새로운 갈래를 개척했다는 점이다.

2편은 전편의 특징들이 더욱 확장되었다. 데드풀이 마블 코믹스의 수많은 캐릭터들 중 하나라는 사실이나 영화 속에 꼼꼼히 숨겨진 ‘이스터에그’(Easter Egg·부활절 달걀)들을 모르고 지나친다 해도, 심지어 전편을 보지 않았다 해도 이 영화를 보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전편의 인물들과 사건은 매우 단순했고 이번 속편에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 역시 만만치 않게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최대한 황당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시간을 제대로 즐겼을 작가들의 사적 취향, 직접 제작과 각본·주연까지 맡으며 애정을 쏟아낸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의 열정,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컴퓨터그래픽으로 번지르르한 화면발을 뽑아낸 막대한 제작비다. 1편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2편도 좋아할 확률이 매우 크다.

슈퍼영웅 전문 슈퍼배우들

[터치스크린]데드풀2-더욱 요란하게 돌아온 슈퍼영웅

<데드풀 2>를 보는 내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케이블 역을 맡은 배우 조쉬 브롤린의 존재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최강의 악역 타노스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 몇 주도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비중 있는 슈퍼영웅 ‘케이블’ 역이라니…. 불과 두 달 전에는 산악소방관의 실화를 다룬 <온리 더 브레이브>를 소개할 때도 그를 언급했었다. 그는 이미 2010년 <조나 헥스>에서 주인공 ‘조나 헥스’를, 2012년에는 <맨 인 블랙 3>에서 젊은 ‘K’를 연기한 적도 있었다. 보통의 배역과 달리 슈퍼영웅들은 개성이 강하고 독특한 분장을 동반하는 특성상 한 번 연기를 한 배우와 동일시되며 기억되던 때가 있었지만 이것 역시 과거 얘기다. 이제는 배우를 떠올리며 특정 배역을 연상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졌다. 혼란에 가중되는 혼란이다. 말 나온 김에 이제껏 다수의 슈퍼히어로를 연기한 배우들로는 누가 있을까?

그러고 보면 ‘데드풀’을 연기한 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과거 DC 코믹스의 슈퍼영웅 ‘그린 랜턴’을 연기한 적이 있었다. 영화 안팎에서도 끊임없이 조롱할 정도로 잊고 싶은 흑역사임을 스스로 인정한다. DC 코믹스의 야심작 <저스티스 리그>에서 ‘배트맨’ 역을 맡았던 벤 애플렉도 과거 마블코믹스 태생의 시각장애를 가진 초인 ‘데어 데블’을 연기한 적이 있었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아쿠아맨’을 연기한 제인슨 모모아는 만화책 원작은 아니지만 <코난 더 바바리안>의 리메이크에서 ‘코난’을 연기했다.

<어벤져스>에서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한 크리스 에반스는 <판타스틱 4>에서 불의 전사 ‘쟈니 스톰’ 역을 맡았다. 할 베리는 배트맨의 숙적인 ‘캣우먼’과 <엑스맨>의 ‘스톰’ 역을 맡아 2명의 슈퍼영웅을 연기한 유일한 여배우로 기억된다. 그녀는 캣우먼 역으로 최악의 영화에 수여되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시상식에 참석해 직접 수상하는 흔치 않은 장면을 연출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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