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조양호 부부, 대한항공 회사 경비를 집 노예로 부렸다"

강진구 기자 입력 2018.05.23. 06:00 수정 2018.05.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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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한진그룹 조양호 부부 ‘갑질’ 추가 폭로
ㆍ용역 노동자 5명 사택근무…애견관리·청소·빨래 시켜
ㆍ“유통기한 지난 음식 줘” 최저임금 인상분 체불도

조양호 회장(왼쪽), 이명희씨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부부가 회사 경비 용역 노동자에게 애견관리, 청소, 빨래, 조경 등을 시키며 ‘사택노예’처럼 부려온 사실이 드러났다.

또 대한항공이 용역업체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본사 경비 노동자 60여명이 해마다 수개월씩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피해사례에 대해 현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용역노동자들은 서울남부지검에 진정서도 제출했다.

경향신문은 22일 대한항공 경비용역업체인 유니에스 소속 노동자들이 제출한 진정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사측이 거의 매년 대한항공과의 도급계약 지연을 이유로 최저임금 지급을 미루면서 휴게시간까지 근무를 시켜 최근 3년간 체불금액만 최소 3억원이 넘었다”며 “올해도 5월10일 이전까지는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에 대해 “도급계약은 연말에 체결됐고 올해 1월1일부터 최저임금에 맞춰 용역금액을 정상지급했지만 용역업체가 노동자에게 제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니에스 측은 “도급계약은 4월에 체결됐고 그전까지는 대한항공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항공 시설경비 용역 노동자 중 5명은 조 회장의 서울 평창동 사택에서 근무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무 부서가 ‘항공마케팅팀 정석기업(계열사) 평창동’으로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이들 사택 노동자들은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부리는 ‘사택노예’나 다름없었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사택에서 회사 경비노동자들이 근무하면서 작성한 작업일지. 작업내용중에는 경비업무와 무관한 ‘한옥마루 칠’ ‘생수 운반’ ‘조경’ ‘주방청소’ ‘강아지 똥 치우기’등이 기재돼 있다.

사택에서 근무한 노동자 ㄱ씨는 “근로계약서상 휴게시간은 10시간이지만 잠시 자리를 비우면 사모님(이명희)의 꾸지람을 듣기 때문에 야간 4시간 잠자는 것 외에 휴게시간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경비 업무는 기본이고 애견관리, 조경, 사택 청소, 빨래 등의 일에 투입됐고 2014년부터 일하면서 연차휴가는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 “사모님이 처음 해보는 업무인데도 제대로 못하면 ‘이것도 못하냐’며 욕설과 폭언을 하고 심하면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ㄱ씨는 2015년에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쓰러져 왼쪽 귀의 청력을 상실했지만 산재신청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2주간 기존 연차를 소모했고 치료비도 내가 부담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사택 경비 노동자 ㄴ씨는 “사모님 애견을 산책시키다가 애견이 큰 개에 물려서 이를 말리다가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모님이 애견 치료비로 100여만원을 썼는데 정작 애견을 구하다 부상을 입은 나한테는 치료비를 한 푼도 보태주지 않았다”며 씁쓸해했다. ㄷ씨는 “사모님이 가끔 음식을 선심 쓰듯 주는데 유통기한이 1년이나 지난 경우도 있었다”며 “사택 노동자들은 ‘집 노예’나 다름없다”고 했다. 사택 노동자들은 노동법상 권리 인정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격권 배려마저 기대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대한항공 측은 “사택 노동자는 근로계약서에 따라 휴식시간을 보장했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준 경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사 경비 노동자를 조 회장 개인 재산인 사택 관리에 투입해도 괜찮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마땅한 답변을 못했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