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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합법화되면 남성 더 무책임해질 수도..모든 책임 남녀 함께 져야"

이에스더 입력 2018.05.23. 01:00 수정 2018.05.25. 19:03
낙태죄 폐지 반대 성명서 낸 구인회 가톨릭대 교수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서울성모병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소원 공개변론을 앞두고 지난 8일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등 대학교수 96명이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모임을 이끈 구 교수를 지난 18일 만났다.

-낙태죄 폐지 목소리가 높다.
“폐지가 여성의 이익을 위한 것도 아니다. 낙태가 합법화되면 남성이 더 무책임해질 수 있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싶은데, 남성이 ‘낙태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 현행 법은 강간·임신으로 산모의 생명이 위협받는 등 피치 못할 사유에 의한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여성들이 ‘내 몸은 내가 결정한다(MY BODY MY CHOICE)’라는 슬로건으로 시위를 한다.
"내 몸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건 맞다. 하지만 태아는 내 몸이 아니다. 그 생명을 결정하는게 여성의 권리인가. 일시적으로 어머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지만 독립적인 개체다. 더구나 아기가 왜 생기나. 사랑하는 사람과 육체적인 관계를 해서 생기지 않나. 자기가 원해서 한 행동이라면 책임을 지는 게 원칙이다. 강간을 당해서 아이를 임신하는 경우 낙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윤리적으로 따지면 그것이 옳은 일은 아니다. 하나의 범죄 행위로 인해 어머니와 태아, 두 사람의 희생자가 생기는 것이다. 거기에서 유독 아기의 생명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정말 아무런 잘못 없는 아기에 모든 것을 돌리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옳은 일이 아니지만 이미 합법적으로 돼 있다. 서구 유럽에서도 우리보다 훨씬 제한적으로 낙태 허용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태아의 생명이 산모 생명보다 귀하냐'라고 한다. 하지만 태아의 생명과 산모의 생명이 대립적인 것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그런 경우의 낙태는 이미 허용하고 있다.낙태죄를 폐지해야한다는 이유가 충분치 않다고 본다."

-목숨을 걸고 불법 낙태 시술을 받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양육 책임은 물론이고 낙태 책임도 남녀 공동으로 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불법 낙태가 훨씬 줄 것이다.”

-‘사회ㆍ경제적인 사유’가 있으면 낙태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있다.
“만약 그런 이유로 낙태를 택할 수밖에 없다면 국가가 원인을 제거해줘야한다. 남성과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낙태죄 폐지로 해결하는건 모든 책임을 아무 죄 없는 태아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과거 가족계획 시대엔 국가가 앞장서 낙태를 권장했다.
"지금은 정반대가 되어서 아이 낳도록 장려하는 상황이다. 그때도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고 그런 정책을 펴서 이렇게 문제가 크게 확대됐다. 국가가 낙태를 피임정도로 인식되도록 잘못된 정책을 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낙태죄를 폐지하자고, 그것이 여성 권리다라고 하면 안된다. 여성의 권리 측면에서 보면 여성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여성의 모성본능 등 긍정적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출산해서 아기를 행복하게 기르는 산모의 행복추구권, 건강한 아기를 낳아서 기르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제와서 저출산이 심해지니 국가가 낙태죄를 엄정하게 적용하느냐'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일리가 있지 않나. 임신과 출산을 국가가 통제해도 되는 것이라고 보는가
"국가가 출산을 통제해서 비민주적인 것이라고 보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그 해결책으로서, 여성이 약자여서 당한다는 것인데 더 약한 아이를 죽여야 하나.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 전가해 아이를 죽인다는 것이 옳은가. 결국 그것은 비민주적인 잔인한 결정 아닌가 싶다."

-태아를 언제부터 인간으로 보나.
"수정 순간부터 인간으로 성숙해 나간다. 연속적으로 봐야 한다. 특정 시점을 두고 ‘이때부터 인간’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 태아가 아무리 보이지 않는 존재라도 인간에 준하는 권리를 줘야 하는 것 아닐까.”

-“강간을 당해서 임신이 됐더라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한 언론 매체에서 그렇게 제목을 달아 보도했는데, 인터뷰 논점과는 거리가 있어 불편했다. 이미 언급했지만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 중에 원치 않는 임신이나 강간에 의한 임신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 경우 법에서 낙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낙태죄 폐지 관련 논란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러나 강간에 의한 임신으로 낙태일지라도 윤리적 관점에서 볼 때, 특히 자신을 대변할 수 없는 무고한 태아의 입장에서 볼 때 옳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나는 윤리학자이다. 윤리적으로 검토하면 옳은 일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면 아이와 엄마가 행복할까.
“불행할 거라고 예단해서는 안된다. 태어날 때부터 불행한 삶을 살 것이라 예정된 사람이 따로 있나.”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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