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구 반대편 '베네수엘라 쇼크'에 떠는 한국 경제(종합)

김정남 2018. 5. 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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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불안·경제위기 '베네수엘라 쇼크'
'돈줄' 원유생산, 33년來 최저치 급감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국제유가 급등
WTI, 3년반來 최고..100弗 가능성도
"신흥국 중 원유수입국, 타격 커질 듯"
韓 경제도 타격..가계·기업 비용 부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이 고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베네수엘라 쇼크’가 격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국제유가부터 급등 압력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1만%가 넘는 하이퍼인플레이션(물가 폭등)으로 경제가 파탄 났는데, 여기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며 미국의 경제 제재까지 받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유가의 추가 상승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지구 반대편 베네수엘라의 추락이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상 밖 국제유가 ‘돌발변수’에 경제주체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돈줄’ 원유 생산, 33년來 최저치 급감

22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베네수엘라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51만배럴로 1985년(하루 156만배럴) 이후 33년 만에 최저 수준 급감했다. 원유 수출도 줄고 있다. 4월 당시 하루 110만배럴로 전년 동월 대비 40% 감소했다.

베네수엘라가 ‘돈줄’인 원유 생산을 줄이는 건 이유가 있다. 최근 미국의 제재가 강화하면서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0% 급감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마두로 정부가 초헌법적인 제헌의회를 구성한 이후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최근 재선에 성공하면서 추가 제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인들에게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기업 페데베사(PDVSA)가 발행한 모든 채권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베네수엘라 경제 자체도 이미 파탄 수준이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마두로 대통령 집권 이후 줄곧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2014년 이후 매해 -3.9%→-6.2%→-16.5%→-14%로 역성장을 했다.

그는 그 와중에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복지 정책을 이어받고자 통화를 과도하게 발행했으며, 이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다. 미국이 이란 핵 협정(JCPOA)에서 탈퇴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은 부쩍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한 투표소 앞에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TI, 3년반來 최고치…100弗 가능성도

주요 산유국들이 비틀거리면서 원유시장부터 반응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2.24달러에 마감했다. 2014년 11월 이후 3년6개월 만의 최고치다.

같은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전거래일 대비 0.9% 상승한 배럴당 79.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장중 80달러를 찍기도 했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70달러 중후반대로 치솟았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원유시장은 산유국을 둘러싼 정치적 이벤트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당분간 유가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도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강(强)달러와 고(高)유가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가뜩이나 강달러에 아르헨티나와 터키 같은 신흥국들이 휘청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원유수입국의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흥국발(發) 도미노 위기설은 세계 경제에 악재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예상 밖 80달러 이상까지 오르면 한국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 기름값이 급등하며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게 한 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번달 셋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2.9원 상승한 리터당 1577.2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이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6월 인도분 WTI가격은 배럴당 72.24달러에 마감했다. 2014년 11월 이후 3년6개월 만의 최고치다. 출처=마켓포인트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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