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살찐 '닭둘기' 넘어 난폭 '매둘기'로..비둘기가 심상찮다

2018. 5. 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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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서울역을 찾은 대학생 채모(19ㆍ여) 씨는 주변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강남구에 사는 주부 이모(53ㆍ여) 씨는 "국을 끓으면서 청소기도 돌리고 있었는데,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 부엌을 가보니 비둘기 두 어마리가 에어컨 실외기에 올라 눈독을 들이던 중이었다"며 "그 날 이후 에어컨 실외기에 비둘기 퇴치망을 씌우는 데 30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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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높은 적응ㆍ빠른 번식으로 서울도심 장악
개체 수는 느는데 먹이 수는 제한…공격성향 갖나
알고보면 유해동물…통제 방안 마땅찮아 골머리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엄마야!”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서울역을 찾은 대학생 채모(19ㆍ여) 씨는 주변을 둘러보다 깜짝 놀랐다. 족히 30~40마리는 될 법한 비둘기 떼가 광장 한가운데 몰려있던 것이다. 떼지은 모습보다 무서운 건 비둘기의 태도였다. 보행자가 옆을 지나가도 움찔대기는커녕 달려들 기세로 고개를 쳐들었다. 채 씨는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흡사 맹수처럼 보여 무서웠다”고 했다.

도심 속 비둘기가 기름기 낀 ‘닭둘기’를 지나 공격적인 ‘매둘기’로 변해가고 있다. 개체 수는 증가세인 한편 먹이는 제한된 상황이니 스스로 생존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도심 속 비둘기가 살찐 ‘닭둘기’를 지나 난폭한 ‘매둘기’로 변해가고 있다. 사진은 비둘기가 쓰레기 봉투 근처를 서성이는 모습. [사진1=헤럴드DB]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자치구 15곳이 관내 주택가와 지하철역 등을 비둘기 요주지역으로 두고 있다. 지난 2009년 환경부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각 구는 일대 비둘기에 먹을 주면 안 된다는 안내판을 걸고 이를 어길 시 계도하는 등 방식으로 관리중이다.

하지만 비둘기에 대한 대응책은 이 뿐이다. 포획 등 개체 수를 줄일 직접적인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조류 전문가는 “2009년 서울에만 비둘기 3만5000마리가 산다는 환경부의 발표 이후, 10년이 다 되도록 추가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둘기는 한 해 최대 3번까지 알을 낳는 등 번식력이 좋아 이런 상황에선 개체 수가 늘고, 먹이가 제한된 상황에서 (개체 수만)늘면 자연스럽게 공격성을 갖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치구 관계자는 “비둘기 요주지역을 돌아보면 종종 ‘피존 맘’이 두고 간 과자봉지를 볼 때가 있는데, 요즘에는 수십마리 비둘기가 몰려 5~10분도 전에 모두 사라진다”며 “체감상으로는 몇 년전보다 먹이를 먹는 속도도 갑절은 빨라졌다”고 말했다.

비둘기의 ‘매둘기’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불편함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도심 속 비둘기가 살찐 ‘닭둘기’를 지나 난폭한 ‘매둘기’로 변해가고 있다. 사진은 도심 속 비둘기떼의 모습. [사진2=헤럴드DB]

회사원 이종석(28) 씨는 “얼마 전 지하철역을 지나던 중 비둘기가 손에 들고 있는 빵을 향해 매처럼 달려들어 깜짝 놀랐다”고 했다. 강남구에 사는 주부 이모(53ㆍ여) 씨는 “국을 끓으면서 청소기도 돌리고 있었는데,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 부엌을 가보니 비둘기 두 어마리가 에어컨 실외기에 올라 눈독을 들이던 중이었다”며 “그 날 이후 에어컨 실외기에 비둘기 퇴치망을 씌우는 데 30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이밖에 배설물로 인한 미관 훼손, 날갯짓에 따른 먼지 유발 등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고심중이다. 유럽과 미국 등은 불임 모이를 주거나 불임시술을 하는 방법 등을 쓰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가 생명 존중, 생태계 교란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안은 영국처럼 모이를 주다 적발될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또한 아직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고 판단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체 수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둬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감대를 얻을 방안이 도출되는 대로 환경부에 우선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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