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한재준 기자 = 환경부가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매장 내 플라스틱컵 사용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의 혼란이 예상된다.
소비자가 "잠깐만 앉아있다가 나가겠다"며 '테이크아웃컵'(플라스틱컵)을 요구하는 등 매장 내 플라스틱컵 사용으로 보기 애매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은 커피 전문점 등 업소 내에서 합성수지컵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장 내에서는 유리컵이나, 종이컵만 사용해야 하며 소비자가 음료를 구입해 밖으로 나갈 경우에만 플라스틱컵을 제공할 수 있다. 업소가 이를 위반하면 매장 면적에 따라 5만~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던 규정으로 단속 강화를 추진하다 보니 환경부도 고민에 빠졌다. 1994년 만들어졌음에도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여력이 안 돼 '유명무실'로 남아있던 규정만 가지고는 '회색지대(gray zon)'까지 관리하기 어려운 탓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소에서 머그컵에 음료를 담아준다고 해도 소비자가 '1분만 있다가 나가겠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상황까지 단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소비자에게 묻지도 않고 플라스틱컵을 제공하는 업소는 철저히 단속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지자체와 협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금의 규정만 가지고는 회색지대에 대한 기준도 제시하지 못할뿐더러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매장 내 합성수지컵 단속 건수는 약 11만건으로 이 중 적발돼 과태료를 낸 업소는 0.3%(340곳)에 불과했다. 커피전문점 등 업소 70%가 매장 내에서 머그컵보다 1회용컵을 더 자주 사용한다는 여성환경연대의 설문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엉터리 단속인 셈이다.
환경부와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17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은 아예 단속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받는 상황에서 세부 기준 없는 단속 강화는 소비자의 혼란과 업체 간 차별 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단속 강화에 앞서 조만간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세부 기준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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