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무기창고(3)] 북한군 강철비 장사정포 '불벼락' 서울 노린다

박용한 입력 2018. 5. 22. 08:00 수정 2018. 5. 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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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노리는 장사정포 촘촘해
개전초 순식간에 '서울 불바다'
300mm 방사포 대전까지 날아가


지난달 4.27남북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의 실질적인 평화지대 복원 논의가 시작됐다. 후속 회담에서는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를 뒤로 물리는 방안도 모색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군 장사정포는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치명적인 위협이다. 북핵 제거 공격이 거론될 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북한이 장사정포로 반격에 나서면 서울에 포탄이 떨어진다는 공포 때문이다. [김정은의 무기창고] 세 번째는 가장 뜨거운 무기 장사정포를 들여다 본다.

지난 2013년 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던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화력 타격 훈련이 진행됐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군이 포병전력을 키운 이유는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5월 북한군은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던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은 무제한 포격으로 방어에 나섰다. 각종 야포를 총동원하자 북한군 노림수는 물거품이 됐다. 북한이 전후에 포병 군사력에 집중 투자한 배경이다. 소련군 전술도 영향을 줬다. 스탈린이 “포병은 전쟁의 신(Artillery is the god of war)”이라고 강조하면서 포병에 중심에 뒀다. 소련 군사학교에서 유학했던 북한군 지휘부도 이런 전술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 2017년 4월 북한 김일성 전 주석 생일을 맞아 개최된 열병식에서 선두 지프차량 뒤로 130mm자주포에 이어 170mm 자주포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인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펴낸 ‘2018 밀리터리 밸런스’에 따르면 북한은 장사정포를 포함한 야포와 방사포(다연장포) 2만 10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사거리 40∼60㎞ 수준인 구경 170mm 자주포 150여 문과 240mm 방사포 200여 문이 서울을 사거리 안에 두고 있고 산술적으로 1시간에 최대 1만 발을 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화학탄도 탑재할 수 있어 위협이 더욱 크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견인포ㆍ자주포ㆍ다연장 로켓포를 독자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구소련제를 모방했다.

북한이 개발한 ‘1973년식 170mm 자행평사포(M-1978)’는 소련군 170mm 해안포를 개조했다. 자행포는 자체 동력으로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자주포를 뜻하는 북한식 표현이다. 1978년에 황해도 곡산군에서 발견돼 곡산포로 불리기도 한다. 미군이 M-1978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이란ㆍ이라크 전쟁에서 북한이 수출한 자주포가 발견됐다. 주요 제원은 ▶차체 길이 7.5m ▶이동속도 시속 30~40㎞ ▶작전반경 250~350㎞ ▶탑승인원 8명 수준이다.

2013년 3월 12일 인민군 제641군부대를 시찰하며 170mm 자주포(곡산포)를 둘러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주포에 '주체포'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 노동신문]

M-1978 자주포는 발사 속도가 느려 5분에 1~2발 쏠 수 있지만 사거리에 강점이 있다. 일반 포탄은 약 40㎞ 정도를 날아가는데 로켓추진탄을 쓰면 60㎞까지도 가능하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일정한 지역에 동시 집중하는 무차별공격을 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포신은 T-59 전차 차체 위에 올려있는데 여기에 레일이 달려있어 포신 위치를 바꿀 수 있다. 발사할 때는 뒤로 배치하고 이동할 때는 자체 크기가 작아 무게 중심을 맞추려 가운데로 옮긴다. 차체 앞에는 포신 고정장치도 달려있다.

북한은 M-1978 자주포를 개량한 ‘1983년식 170mm 자행평사포(M-1989)’도 선보였다. 기존 M-1978 자주포는 공간이 비좁아 탄약을 내부에 적재하지 못해 탄약차 지원이 필요했다. 개량형은 차체 크기를 늘려 공간을 넓혀 일부 개선을 시도했다. 포탄 12발을 내부에 싣고 다닐 수 있고 탑승병력도 2명이 늘었다. 차체가 길어져 포신을 움직이지 않아도 무게 중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 포탄을 외부 차량에 싣고 다니는 바람에 우리 군의 공격을 받으면 매우 취약하다.

지난 2월 8일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포신이 긴 주체포를 비롯해 탱크, 견인포, 수륙양용돌격장갑차, 방사포 등의 북한 재래식 무기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갭처=연합뉴스]

북한군 포병대대는 보통 3개 포대(1개 포대 6문) 편제로 총 18문으로 구성되지만 170mm는 총 12문(1개 포대 4문)이다. 170mm 자주포는 군단 예하 포병부대에서 운용되며 군사분계선 10㎞ 이내에 배치되어 있다. 사거리 40㎞~60㎞을 감안하면 휴전선 남쪽 30㎞~50㎞까지 공격이 가능하다. 휴전선과 서울 시청은 40~50㎞, 잠실 종합운장은 50~60㎞ 정도 거리다.

수도권을 노리는 북한 장사정 포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번에 10여 발 이상을 쏟아 붇는 방사포(다연장로켓) 위협도 크다. 북한은 80년대부터 방사포 개발에 나서 총 5100문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1984년식 240mm 12관 방사포(M-1985)’는 일본 이스즈(ISUZ) 트럭을 차체로 사용하고 12개 발사관을 탑재한다. 사거리는 40㎞ 수준이며 재장전에는 12분이 걸린다. 발사관을 늘린 ‘1984년식 240mm 방사포(M-1989)’는 한번에 18발을 쏠 수 있다.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군 240mm 방사포는 총 22개의 발사관을 탑재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사거리와 발사량을 늘린 ‘1990년식 240mm 방사포(M-1991)’는 위협이 더 크다. 발사관을 10개 이상 늘려 총 22개를 탑재하는데 화학탄도 쏠 수 있다. 사거리는 60㎞까지 늘려 수도권 어디라도 공격할 수 있다. 포탄이 커졌기 때문에 화력과 사거리가 늘었다. 그러나 불편한 점도 있다. 탄두와 로켓 추진체로 구성된 포탄이 400㎏ 이상이어서 기중기로 장전한다. 그래서 재장전에는 22분 정도 걸린다. 방사포도 170mm 자주포와 같이 군단 예하 포병부대에 배치되어 있다.

북한은 방사포 사거리를 더 늘리고 있다. 2012년에는 방사포 M-1991을 개량해 사거리를 두 배 가까이 늘린 주체 100포가 등장했다. 북한은 소련제 BM-11에 ‘1973년식 122mm 30관 방사포’ 이름을 붙였고 ‘1990년식 122mm 40관 방사포(M-1992)’ 개발에 참고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사거리가 180㎞ 넘어선 300mm 방사포도 개발했다. 군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제 WS 계열과 러시아 BM-30을 수입해 모방 개발했다.

중국군이 공개한 다연장 로켓포 WS-32는 북한 방사포 개발에 영향을 줬다고 추정된다. [사진 중앙포토]

300mm 방사포는 지난 2013년 5월 처음 포착됐다. 당시 이지스함은 북한 원산에서 발사된 단거리 발사체 2발이 북동쪽으로 140∼150㎞ 날아가는 궤적을 포착했다. 처음에는 지대지 미사일 추정했으나 위성사진 분석 결과 300mm 로켓을 판단됐고, 코드명 ‘KN-09’를 붙였다. 사거리가 늘어나 위협의 범위가 서울을 넘어 평택 미군부대까지 확대됐다.

장사정포 위협은 북방한계선(NLL) 인근 서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군이 서해 연평도 북쪽의 황해도 개머리 진지 등 북한 해안지역을 항시 감시하는 이유다. 북한 포병은 우리 해군과 해병대 병력을 겨냥하고 있어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3년 백령도 타격 부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된 북한 군수공업부 문건과 북한 신형 방사포 사거리 [중앙포토]

북한군 장사정포는 평소에는 갱도에 숨어있다가 유사시 밖으로 나와 포를 쏜다. 외형에 따라 ▶동굴형 ▶터널형 ▶벙커형으로 분류된다. 170mm 자주포는 산의 전사면과 도로 주변에 배치됐고, 240mm 방사포는 후사면 갱도진지에 은폐하고 있다. 화포 사격은 ▶갱도 출구 개방 ▶사격 진지로 이동 ▶사격 준비 ▶사격 ▶갱도로 복귀 ▶갱도 출구 폐쇄 등의 순서로 이어진다. 사격 준비 이후 발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자주포는 10발 기준 20~30분, 방사포는 6분 정도 걸린다. 갱도 밖으로 이동해 사격을 준비하거나 다시 갱도로 복귀할때 20~30정도 외부에 머물게 된다. 이때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북한군 새 장사정포 진지 [중앙포토]

한국군은 이에 대응해 대화력전 전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가상 적 진지를 파괴하는 한국형 전술지대지 유도무기(KTSSM) 영상을 공개했다. 발사대에 탑재한 미사일 4발이 연속으로 발사돼 장사정포 및 갱도와 사격진지를 파괴한다. 지휘부까지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KTSSM의 탄착 오차는 1.5m 이내로 매우 정확하고 최대속도가 마하 10 이상이어서 북한이 방어할 수가 없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는 고정형(KTSSM-1)과 이동형(KTSSM-2)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사거리와 탑재무게 제한도 풀려 공격 효과는 더 커진다고 전망된다.
지난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실물이 전시된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KTSSM) [사진 중앙포토]

또한 한ㆍ미군은 공군의 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 육군 K-9 자주포와 다연장포(MLRS) 등으로 북한의 장사정포 진지를 집중 공격하는 대화력전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KTSSM이 모두 확보되면 북한 장사정포 제거에 현재 3∼5일 걸리던 것이 한 시간이면 가능하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은 부담이지만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군이 KTSSM 등 북한군 진지를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어서다. 북한도 이런 배경에서 먼저 군축 의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국은 도시화 진행으로 공간 제약이 있다”며 “부대 배치를 바꾸는 구조적 군비통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할 때 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 ‘김정은의 무기창고’는 북한군 무기체계를 비롯한 군사관련 이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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