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미술관] 움직이는 거대한 조각상 같은 소마야 미술관

고영애 사진작가 입력 2018. 5. 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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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이 죽은 부인을 위해 지은 미술관
1만6000개의 육각형 알루미늄 모듈로 만든 기하학적 외형 특징

소마야미술관 전경/사진=고영애

멕시코시티는 찬란했던 테오티와칸 문명, 아스테카 문명, 스페인 식민 문화, 인디오 문화가 어우러진 독특한 도시다. 거듭된 문명의 폐허 위에 고대와 근현대의 다양한 문화 형성은 예술 전반에 걸쳐 세계적인 예술가를 낳았다. 국민 영웅인 디에고 리베라와 멕시코의 전설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 건축계의 거장 루이스 바라간과 같은 존경받는 예술가들을 배출했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 혁명을 치른 역사성으로 인해 1920년경에는 세계의 미술가들이 대거 찾았던 전위예술의 메카이기도 하다.

다양한 문화를 접한 멕시코시티는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양식의 성당을 비롯해 성모 마리아의 발현지로 유명한 과달루페 성당, 소깔로 광장 주변의 역사 지구, 인류학박물관 등 볼거리가 넘치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 옛 공업 지역에 지어진 미술관, 거대한 조각상이 회전하는 듯

소마야 미술관은 1994년에 설립되어 2011년 옛 공업 지대를 재개발해 만든 폴란코 지역에 새롭게 지어져 개관됐다. 옛 공업 지역에 소마야 박물관이 들어서며, 주변의 공공장소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꼭대기 6층 갤러리의 전시 모습과 쉘 구조의 천경/사진=고영애

멕시코 통신 재벌인 카를로스 슬림이 죽은 부인 소마야를 위해 지었다는 이 미술관은 7000만 달러의 건축 비용이 들었다. 마치 거대한 조각상이 회전하고 있는 듯한 형태의 미술관은 오브제 역할로도 충분히 기능했다. 1만6000개의 육각형 알루미늄 모듈로 이루어진 파사드는 불투명하게 마감을 해 노출을 최소화했다. 이는 건물의 보존성과 수명을 최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총 6층 건물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강당, 도서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다용도 라운지, 작품 수장고가 있다. 비선형 원형 공간의 전시 공간을 따라서 작품들을 감상하면 올라가는 통로와 자연스레 만나게 되고, 다음 전시 공간으로 이어진다. 어느덧 꼭대기 6층 갤러리의 가장 큰 전시장에 이르렀다. 쉘(Shell) 구조의 천장은 29개의 독특한 곡선형 철제 기둥과 기하학적 배열로 이루어졌고, 건물의 구조는 각층에 위치한 7개의 고리 시스템으로 안정화됐다. 이 건물은 카를로스 슬림의 사위인 페르난도 로메로가 설계를 맡았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성모의 실패’ 등 6만6천여 작품 소장

비선형 원형의 전시 공간/사진=고영애

소장품은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잘 알려진 유럽 작가들의 회화와 조각 작품을 비롯해 멕시코 근현대의 회화, 조각, 장신구, 가구, 예술과 종교 유물 등 6만6천여 점에 달한다. 소장품 중 히스패닉 및 식민지 시대 동전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380여 점의 로댕 컬렉션은 세계 2위를 자랑한다.

특히 침례 요한의 조각에 눈길이 끌렸다. 헤롯 왕과 왕의 이복동생의 아내 헤로디아의 결혼에 반대했던 요한은 목이 잘린 참수를 당했다. 살로메가 쟁반에 올린 요한의 두상을 든 티치아노의 유화나 카라바조의 유화 작품은 본 적이 있지만, 성스러운 침례 요한을 근육질의 나체 조각상으로 묘사한 조각은 처음 보았기에 로댕의 사고에 궁금증이 증폭됐다.

미술관의 가장 가치 있는 컬렉션으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모와 실패(Madonna of the Yarnwinder)’를 꼽을 수 있다. 십자가 모양의 실패를 든 아기 예수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를 그린 이 작품은, 다빈치의 원작은 아니고 다빈치 제자들에 의해 다시 그려진 것이다. 소마야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은 다시 제작된 여러 버전 중 하나다.

소마야 미술관의 전시장 모습/사진=고영애

2003년 ‘성모와 실패’의 버전 중 개인 소장품 한 점이 스코틀랜드에서 도난당했고 다행히도 그 후 4년 만에 되찾게 된다. 당시 2500만 파운드(약 46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하였으니 얼마나 귀중한 작품인지 추정할 수 있다. ‘성모와 실패’는 유리 케이스에 넣어져 특별 보관돼 접근도 사진 촬영도 불가능하다.

◆ 고영애는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사진작가다. 한국미술관과 토탈미술관 등에서 전시회를 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됐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은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은 그가 전 세계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60곳의 현대미술관을 소개하는 예술 기행서다. 구겐하임 미술관, 테이트 모던,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등이 담겼다. 책에 게재된 60곳의 현대미술관 모두 건축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장소지만, 그 중 하이라이트 20곳을 엄선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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