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만 편할대로, 유리하게..북한의 판문점 선언 아전인수

박유미 입력 2018. 5. 22. 06:00 수정 2018. 5. 2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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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연일 몽니를 부리면서 한국이 판문점 선언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이는 전형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한국 정부는 판이 깨질까봐 공식 반박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이른바 ‘판문점 선언의 역습’이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잡고 있다. 김상선 기자

①이산가족 상봉 합의 무산되나=19일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2016년 여종업원 집단 탈북을 문제 삼으며 “남조선 당국은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괴뢰보수패당(박근혜 정부)의 집단유인 납치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의 연계를 시사했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은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1조5항)’하기로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남북 적십자 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ㆍ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하기로 했다. 북한은 인도적 이슈라며 여종업원 문제를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이를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키는 게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 반전평화국민행동, 민중당 등 진보단체가 판문점 선언에 역행한다며 한미연합 공군훈련 '맥스선더'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열릴 예정이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우리측에 알려왔다. [연합뉴스]

②고위급 회담도 일방적 취소=북한은 한ㆍ미연합훈련인 맥스선더(11~25일)를 비난하면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갑자기 취소해버렸다. 판문점 선언상의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2조1항)’ 부분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앞서 한ㆍ미 연합훈련에 대해선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대규모 한ㆍ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이 한창이었다. 연합훈련을 핑계로 남북 대화를 중단한다면 판문점 선언상의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1조2항)’,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며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2조3항)’ 합의 위반이다.
지난 2016년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사자 13명이 동남아를 거쳐 7일 국내에 입국하던 모습(왼쪽 사진)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오른쪽).[사진 통일부ㆍ연합뉴스]

③도 넘은 탈북자 문제제기=북한의 ‘우리민족끼리’는 19일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의 국회 강연을 비난하며 “남조선 당국은 사태가 더 험악하게 번지기 전에 탈북자 버러지들의 망동에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 매체는 20일엔 최근 일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한줌도 안되는 인간쓰레기들의 발광으로 첫걸음을 뗀 북남 화해국면이 다시금 엄중한 난관에 부닥치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에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내용이 없다. 오히려 북한의 이런 주장은 ‘새로운 평화 시대를 엄숙히 천명’하고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 의지를 담은 판문전 선언의 합의 취지에 위배된다.

④은근슬쩍 ‘완전한 비핵화’ 부정=16일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문에서 북ㆍ미 정상회담 재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계관의 이같은 발언은 판문점 선언에서 공동의 목표로 확인한 ‘완전한 비핵화(3조4항)’를 부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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