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논쟁 '아, 옛날이여'..한국당, 앞다퉈 무상 시리즈

허진 입력 2018. 5. 22. 06:00 수정 2018. 5. 22.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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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에게도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좌파 포퓰리즘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의 무상급식 공약을 비판하며 했던 말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무상급식 전면화에 반대하는 대신 그 재원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학생을 우선적으로 돕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했다.

2011년 8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와 시장직을 연계시키겠다며 무릎을 꿇고 투표 참여를 호소하던 모습 [중앙포토]

그로부터 8년이 흘러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을 거쳐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단순히 당명만 바뀐 게 아니다. “좌파 포퓰리즘”을 비판하던 홍준표 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지만 무상복지 정책에 대해선 사실상 180도 입장을 선회했다.

홍준표 대표가 도지사로 있을 때 가장 격렬하게 무상급식 논쟁이 벌어졌던 경남에 출마하는 김태호 한국당 후보는 관내 초·중·고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홍 대표가 공을 들여 출마시킨 김태호 후보지만 무상급식 정책에선 홍 대표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경남지사 선거에서 맞붙는 김경수(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 [중앙포토]

김태호 후보만이 아니다. 유정복 인천시장 한국당 후보는 무상급식뿐 아니라 무상보험·무상교통·무상교육·무상교복을 포함한 ‘5대 무상특권’이란 공약을 내걸었다. 박성효 대전시장 한국당 후보는 다른 경쟁자들과 함께 친환경 무상급식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 친환경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는 정책협약을 맺었다.


유정복, 무상급식 넘어 ‘5대 무상특권’ 공약까지

한국당의 변신에는 ‘무상급식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에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가 시장으로 등판할 수 있었던 계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오판’ 때문이었다. 오 전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고 1년여가 흐른 2011년 8월 당시 야당(민주당)의 무상급식 전면화 주장에 반대해 ‘전면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 주민투표를 밀어붙였지만 개표 요건인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해 결국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후보는 재선을 거쳐 3선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 때 0~5세 무상보육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고,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무상복지에 대한 비판적 논의조차 거의 사라진 상태다.

시·도별 재정자립도 [행정안정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문제는 역시 돈이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돈을 어디에 쓰겠다는 계획은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정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는 평균 53.4%에 불과하고, 17개 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는 9곳에 달한다.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재정의 절반도 마련하지 못하는 곳이 절반이 넘는다는 의미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매년 30조원 안팎의 국가 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복지 공약을 내세울 때 재원에 대해 얘기하지는 않고 마치 공짜로 되는 것처럼 말한다”며 “무작정 돈을 쓰기보다는 투명한 정부와 공정한 과세 토대를 먼저 만들어야 미래세대에게 넘기는 빚이 그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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