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LG' 저 앞엔 미래차 전장 쟁탈전, 눈앞엔 디스플레이 위기

이윤주 기자 2018. 5.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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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최근 유럽 헤드램프 제조사 인수…그룹 차원 전기차 전장 투자 활발
ㆍAI·5G 등 미래 먹거리 집중 관측
ㆍOLED 전환·스마트폰 적자 개선…주력사업 내실로 리더십 다져야

구본무 LG그룹 회장 별세 이후 새롭게 LG를 이끌어 갈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앞길이 녹록지 않다. 원활한 지분 상속은 안정적인 승계를 위한 당면과제다. 그렇다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 미래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것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 총수로의 리더십을 확립하고 전자와 통신 등 주력사업의 내실을 기해야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 일부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하는 것도 부담거리다. 인공지능(AI), 5세대(G) 통신 서비스,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사업 등에서 글로벌 차원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LG의 향후 경영 행보 자체가 ‘4세 경영’의 데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구 상무는 각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CEO)에게 맡기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5세대 이동통신), 빅데이터, 로봇 등의 분야에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에서 2014년 시너지팀 부장과 상무를 맡아 계열사 간 시너지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역할을 맡은 경험이 있다.

대체적으로 자동차 전장사업의 성장을 통해 구 상무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문은 그룹에서 가장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는 분야이기도 하다. 자율주행차 및 전기차 등이 개발되면서 자동차가 사실상 전자기기화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LG그룹의 포트폴리오상 LG전자, LG이노텍, LG화학 등 관련 회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전기차 부품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각 계열사별로 전장사업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그룹 차원의 투자도 활발했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자동차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전문 제조회사인 ZKW를 약 1조4400억원에 인수했다. LG전자가 ZKW 지분 70%를 7억7000만유로(약 1조108억원)에 인수하고 (주)LG가 지분 30%를 3억3000만유로(약 4332억원)에 인수키로 한 것이다. LG그룹의 인수·합병(M&A)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씽큐’를 내세운 인공지능 분야 역시 생태계 확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딥씽큐’에 구글과의 긴밀한 협력 등 개방성을 앞세워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 못지않게 주력사업의 안정화도 구 상무에게는 중요한 과제다. 주력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IT기기 패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인해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뚝심 있게 OLED로의 전환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당분간 어려운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역시 호실적이기는 하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적자 폭을 줄여 나가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부의 실적 개선은 LG전자의 숙원이나 마찬가지다. 또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새로운 수요를 파악하고 먼저 제품화하는 방식으로 좋은 결과를 이뤄낸 것처럼 앞으로도 얼마나 선제적으로 가전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지에 따라 ‘분기 이익 1조원 시대’의 지속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LG가 워낙 보수적 가풍이 있어 안정적인 한편 변화를 쉽게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구광모 상무가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젊은 총수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은 22일 오전 엄수된다. 시신은 화장하기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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