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회 이상백배] 대학선발 '첫 상비군', 무엇을 남겼고 어디로 가는가

이성민, 최요한 2018. 5. 2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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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전 경기 후 파이팅을 외친 남자대학 선발

[바스켓코리아 = 이성민 기자, 최요한 객원기자] 이상백배 대회를 마치며 8주 동안 훈련한 상비군도 해산했다. 대학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상비군이었기에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일본의 역습

2017년 한국농구에게 일본농구는 거대한 재앙과도 같았다. 2017년 이상백배 대회에서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 했기 때문. 남녀 대학선발팀 모두가 3연패를 당한 것은 이상백배 대회 4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17 FIBA Asia Cup 동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이하 APUBC),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잇따라 무릎을 꿇었다. 다른 연령대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FIBA U-19 월드컵 남녀 팀, FIBA 아시아컵 여자대표팀 모두 패했다. 유일하게 승리한 건 윌리엄존스컵과 FIBA 아시아컵 남자팀이었다. 윌리엄존스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상대한 팀이 일본 대학선발 팀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나마 제대로 위안을 준 건 FIBA 아시아컵 남자팀뿐이었다.

 

상비군의 시작

대학 지도자와 연맹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대학 상비군 제도를 시작했다. 3월 10일 대학 선수 24명이 성균관대학교 체육관에 모였다.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과 석승호 단국대 감독, 문혁주 건국대 코치가 남자대학선발팀(이하 남자선발팀) 코치진을 구성했다. 여자대학선발팀(이하 여자선발팀) 은 19명을 추렸다(http://www.basket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179276, 이정엽 웹포터). 지난해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호흡을 맞춘 국선경 감독(광주대), 정은영 코치(한림성심대), 김성은 코치(용인대)가 다시 힘을 합쳤다. 김상준 감독은 “이상백배를 시작으로 APUBC, 나아가 내년 유니버시아드 대회까지 준비하면 좋겠다”며 선발팀의 장기 운영을 희망했다.

16일 고려대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선발팀.

맞물리기 시작한 톱니바퀴, 불타는 승부욕

지난해 이상백배 대학선발팀에게 주어진 훈련 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대학선발팀 코치를 맡은 문혁주 코치는 “모든 게 엉망이었다. 두 시간 동안 수비를 맞추고... 맞출 수도 없었다. 다음날 중앙대와 연습 경기를 한 후 바로 출국했다”며 지난해를 회상했다.

이어 “물론 부족한 시간이 (패배의) 핑계가 될 수는 없었다. 일본팀의 기량이 워낙 좋았다. 바바 유다이(아루바루쿠 도쿄, 이 때 이미 성인대표팀 멤버) 등 막강한 선수들이 많았다. 준비 또한 철저했다”고 당시 일본 대학선발팀의 매서움을 떠올렸다.

반면 일본팀은 이미 연초부터 우리나라의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한국이 선발 얘기를 꺼내기 훨씬 전부터 담금질을 진행하고 있었단 얘기. 결과는 18년만의 3연패였다.

 

2017년의 악몽을 되갚기 위해 남자선발팀은 8주라는 시간동안 조직력을 다졌다. 그 결과 남녀 대학선발팀은 끈끈한 수비 조직력이라는 강점을 얻게 됐다.

남자선발팀은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강력한 프레스로 고려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또, 3-2 지역방어로 상대 가드진의 돌파를 방해했다. 주장 변준형(186cm, 가드)은 “다른 때였으면 각자의 수비 센스와 능력으로 해결해야 했다. 이번 선발팀은 팀 전술이 있었다”고 한층 강화된 팀웍을 설명했다. 박지원(191cm, 가드)은 “각 팀의 수비가 있었다. 감독님이 주문한 것을 많이 소화하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팀 수비가 좋아졌다”고 밝혔다.

김상준 감독은 "수비 조직력은 상당히 올라왔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좋다. (박)정현이와 (전)현우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문제는 정신력이다.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게 중요하다"며 선수의 집념을 강조했다. 문혁주 코치도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르다. 이번 대회 모두 잡는다"라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코치진은 선수 선발 후 철저한 분업화로 팀의 잠재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볼 핸들러인 쿠마가이 코(172cm, 가드)를 철저히 압박했다. 이재우(186cm, 가드), 전성환(178cm, 가드), 최진광(175cm, 가드)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3-2 지역방어 또한 든든했다. 박지원, 변준형, 권시현이 호흡을 맞춰 패스와 돌파를 차단했다. 김경원(198cm, 센터)은 골밑으로 침투한 일본팀 가드를 긴 팔을 이용한 블록으로 막아냈다. 선발팀은 속공으로 이를 마무리했다.

이윤수(204cm, 센터)나 한승희(197cm, 센터), 박정현(204cm, 센터) 같은 파이팅이 좋은 빅맨도 일본의 빅맨을 골대 바깥으로 밀어내며 선발팀의 제공권에 일조했다.

 

이상백배 1차전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여자선발팀 벤치

여자선발팀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훈련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40회를 기념하기 위해 9년만에 여자부 경기를 부활시켰지만, 동기 부여가 부족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상백배 대회에 참가한 김성은 코치는 “지난 해에는 금, 토, 일 단 3일만을 훈련했다. 훈련 후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바로 출국했다. 호흡은 안 맞고 다들 지쳐있었다.”고 돌이켰다.

국선경 감독을 감독으로 임명함과 동시에 환골탈태를 선언한 여자선발팀은 매 주말마다 고강도의 훈련을 소화했다. 대학농구 U리그에서 광주대 천하를 이끌고 있는 국선경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지휘했다.

국선경 감독이 훈련기간 중 가장 강조한 것은 정신력. "선수들과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경기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일절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머리는 짧게 자르거나 바짝 올려 묶으라고 지시했다. 유니폼도 경기 중에 만지는 일이 없게 고무 밴드로 묶어두라고 했다. 선수들이 조금 무서울 수 있었겠지만, 그래야 지난해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선경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로 단단함을 갖춘 여자선발팀은 남자선발팀과 마찬가지로 뛰어난 수비 조직력을 선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선발팀이 일본에 좀처럼 완패를 당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수비였다. 그간 여대부 경기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3-2 지역방어와 1-2-2지역방어, 새깅 디펜스를 섞어가며 일본 공격을 저지했다. 높이 열세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국선경 감독은 "사실 이번 대회에서 사용한 수비 전술은 단 2주동안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선수들의 체력과 기본기에 온 신경을 쓰다보니 수비 전술을 다룰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다행히도 대회 기간동안 좋은 성과를 냈지만, 짧은 시간동안 준비한 것이라 완성도가 떨어지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더불어 국선경 감독은 선수들간 무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짧은 시간동안 괄목할만한 기량 성장을 이끌어냈다. 국선경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침이 샐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다. 광주대 선수들의 평상시 훈련 강도에는 완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그에 준하는 강도로 훈련을 진행했다."며 "대학 무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끼리 모여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레 경쟁 관계가 형성됐다. 보이지 않는 경쟁이 계속되면서 선수들의 실력과 경쟁력이 동시에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여자선발팀의 주포였던 이명관(173cm, 가드)은 “작년에는 이틀 맞추고 수업을 4일 듣고 일본에 갔다. 그러다보니 안 맞은 부분이 많았다. 어떤 패스를 좋아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것 같아서 편하다. 몇 주 동안 모이니 결과가 나온다”며 지난해에 비해 달라진 팀웍을 설명했다.

 

문제는 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 모두 언급했던 가장 큰 문제는 피로도였다.

일단 선수는 일주일에 한 경기씩 리그에 반드시 참가한다. 학점이 부족하면 리그에 참가할 수 없기에 수업도 빠질 수 없다. 개인 및 조별 과제도 충실히 해야 한다. 이로 인해 평일에는 도저히 훈련 시간을 만들 수 없었고, 토요일에만 모여 훈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소감에는 대부분 “힘들었지만, 피곤했지만”이란 단어가 포함됐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그런 피로쯤은 참아야 하지 않는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반론은 선수들의 수업이 끝난 후 연습 장소까지의 이동 지원, 휴일을 반납한 코칭스태프들에 대한 정당한 지원이 있었다면 가능했을 것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트레이너들도 대회 준비 기간동안 피로도가 극에 달했었음을 인정했다. 최은빈 트레이너는 “리그 중간에 상비군을 운영하다 보니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몸 상태가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훈련을 마치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제대로 쉬지 못 했다. 상비군이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고 선수의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느낀 상비군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여자선발팀 국선경 감독

전임감독제와 분할 소집,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이상백배 대회는 특히 각 대학팀의 감독이 돌아가며 선발팀을 지휘했다. 이상백배 대회뿐만 아니라 APUBC, 유니버시아드 대회 모두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일본은 2년마다 전임감독을 임명해 선발팀을 운영하고 있다. 즉,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초점을 맞춰 감독이 2년 동안 차근차근 선수를 점검하고 팀의 내실을 다진다. 한국에도 그런 장기 플랜이 필요했다.

김상준 감독의 첫 마디는 “전임감독제를 하면 확실히 나을 것”이었다. 김 감독은 “일본은 외국전지훈련도 하고 있다. 우린 그런 걸 못 해 본다. 리그도 소화해야 하고 선수 구성도 적다. 경기에서 졌다고 뭐라 할 일이 아니다”라며 체계적인 준비와 지원이 상비군의 우선 요건임을 강조했다.

국선경 감독 역시 전임감독제에 대해 강력하게 찬성했다. 국선경 감독은 대회 내내 일본의 체계화된 전임감독제에 대해 부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선경 감독은 "전임감독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감독은 선수들을 자세히 보고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한다. 이번 대회같은 경우 지난해에 비해 긴 시간동안 준비했지만, 일본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일본의 경우 감독으로 선정된 사람에게 2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2년의 시간정도는 있어야 감독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성은 코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농구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데 꼭 국내 감독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내 감독이 팀 사정으로 사양하고 있는데 외국 감독을 통해 선진 농구 기술을 배우는 것도 방법이다. 비용 문제로 어렵다는 답변을 듣긴 했지만”이라며 외국인 전임 감독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이상백배 대회가 끝나면서 이번 선발팀도 해산됐다. 언제 다시 모이게 될지 기약이 없었다. 긴 훈련에 따른 피로도를 나누고 애써 맞춘 조직력을 이어갈 체계 또한 필요하다. 분할 소집이 하나의 방법이다. 김상준 감독은 “일본은 한 해에 세 차례에 걸쳐 팀을 소집한다. 여름에도 소집할 것이고 겨울에도 할 것이다. 일정 기간을 합숙하면서 팀을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 각 대학에 협조 공문도 빠르게 전달한다. 수업을 들어야 하는 대학생이 맞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필요할 때는 훈련에 참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우린 리그와 더불어 수업을 병행해야 한다. 빠지면 학점 부족으로 리그도 못 뛰게 된다”며 선발팀의 어려운 현실을 설명했다. 덧붙여, “대학 감독이 모여 상비군을 좀 더 길게 운영할 수 있도록 안건을 연맹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선경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국 감독은 “주말마다 이동거리가 길어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힘들어했다. 다음 해에는 기간을 나눠 소집할 필요가 있다”며 분할 소집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맺으며

이상백배 대회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인천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했다. 선발팀의 변준형, 권시현 두 4학년 선수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서울까지 먼 거리를 가는 동안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심심함을 달래고 있었다. 불과 네 시간 전까지 열정이 담긴 돌파와 3점슛을 코트에서 퍼부은 그들은 여느 대학생과 다름없는 20대였다.

두 사람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참아야 했다. 8주 동안 주말 없이 준비한 조별과제 발표와 질의응답을 마쳤다. 다 마치고 기분 좋게 한 잔 하러 가는 대학생에게 누군가 또 과제 내용을 묻는다면 어떨까.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해야 했다.

둘을 포함한 24명의 선수와 8명의 코칭스태프는 온 몸과 맘을 다해 헌신했다. 그리고 각 팀으로 복귀한다. 선배, 선생님, 조력자의 역할은 지금부터다. 많은 시행착오를 낳은 소중한 배움을 잘 다듬고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사진=박상혁 기자, 최요한

이성민, 최요한 aaaa1307@naver.com, climaxis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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