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단기이익 앞세운 엘리엇 공세에 한발 물러서

류정 기자 2018. 5. 2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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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군대처럼 글로벌 시장에 나가 싸우는 투사인데, 기본권인 경영권이 투기자본의 위협을 받으면 정작 싸움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잠정 중단한 사실이 알려진 21일,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현 정부가 지나치게 대기업을 압박해 투기 자본에 멍석을 깔아주고 상까지 차려준 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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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비전 내세워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 잠정 중단

"기업은 군대처럼 글로벌 시장에 나가 싸우는 투사인데, 기본권인 경영권이 투기자본의 위협을 받으면 정작 싸움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정의선 부회장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잠정 중단한 사실이 알려진 21일,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현 정부가 지나치게 대기업을 압박해 투기 자본에 멍석을 깔아주고 상까지 차려준 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우리 기업들에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자 이를 추진하던 현대차의 경영권에 외국 자본이 간섭하는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과정에서 엘리엇 등 주주를 달래기 위해 1조6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고, 기업 역량을 지배구조 개편에 쏟아붓는 등 기업 성장과는 관련 없는 비용을 지출했다.

엘리엇은 이 외에도 정부의 반재벌 정책 기조를 이번 사태에서 적극 활용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했다는 이유로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이 구속되자 우리 정부를 상대로 7000억원대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를 추진한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에 현대차 안에 찬성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사 대표는 "엘리엇이 ISD 소송을 추진한 것은 현대차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국민연금은 현대차에 찬성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고, 이 점이 현대차 주총이 무산된 결정적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표대결을 밀어붙일 수도 있었지만, 삼성물산 때처럼 무리하다가 탈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뿐 아니라 국내 자문사들까지 단기 주주 이익을 우선하는 엘리엇의 논리를 받아들이면서, 그룹 전체의 장기 이익을 중시하는 대기업의 그룹 경영방식이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향후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장기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분할·합병 비율이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며 사업 논리·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내 자문사들은 모두 엘리엇의 논리와 비슷한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합병 비율이 부당하다"고 했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해외 사업을 분리하지 않는 사업 논리가 부족하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비스와 모비스의 역할 분담을 통한 그룹 전체의 시너지 상승, 현대모비스의 미래 기술의 핵심 회사로의 성장' 등 장기 비전을 내세우며 분할·합병을 추진했지만, 이 같은 장기 비전은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정의선 부회장까지 이례적으로 나서서 "현대모비스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우겠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 회사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자본시장은 "모비스 주주에게 당장 어떤 이익이 될지 불확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앞으로 투기 자본은 개별 법인 주주의 단기 이익을 명분으로 사사건건 경영권 간섭을 하려 들 것"이라며 "주식 보유 기간에 따라 의결권을 차등해 부여하는 식의 경영권 방어 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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