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공격하는 엘리엇은 악의 힘"

김성민 기자 2018. 5. 2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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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 로저 마틴의 경고]
잠깐 이익을 얻고 떠나면 끝, 그들은 기업의 내일엔 관심이 없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현대의 비즈니스 세계를 파괴하는 악의 힘이다. 이들은 단기 이익만 추구할 뿐 회사의 장기 계획, 장기 주주, 장기 고용 안정 등에 관심이 없다."

세계적 경영 석학인 로저 마틴은“엘리엇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데는 관심이 없다”며“이들은 오로지 단기적 주가 상승을 강요하고, 회사가 망가지기 전 주식을 팔고 빠져나간다”고 했다. /로저 마틴

세계적인 경영 석학인 로저 마틴(Roger Martin·62) 토론토대 로트먼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본지와 21일 이메일 인터뷰를 갖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기업의 주식을 산 뒤 경영에 간섭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노린다. 시체를 뜯어 먹는 독수리(Vulture)처럼 수단·방법을 안 가린다는 의미로 '벌처 펀드'로 불리기도 한다.

마틴 교수는 "엘리엇은 기업을 압박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결정을 하도록 강요하고, 이익을 얻으면 그다음 날 주식을 팔고 떠난다"며 캐나다의 싱크탱크인 IGOPP의 통계 자료를 예를 들었다. IGOPP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115개 기업 중 4년 후 살아남은 기업은 62%에 불과했다.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기업은 고용이 줄고, 미래를 위한 R&D 투자도 반 토막 났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미국 S&P 500대 기업의 15% 이상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기업 지분을 매입해 투자하는 기간은 평균 423일에 불과하다. 마틴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은 모두 성공을 이루기 위해 423일보다 훨씬 오랜 기간 끊임없이 투자했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는 이러한 요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마틴 교수가 주주자본주의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주주자본주의는 실패했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경영자들이 주가에만 신경을 쓰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을 키우는 데는 적은 시간을 보내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현대차의 상황을 하이에나에 공격당하는 가젤에 비유했다. "삼성물산에 대한 공격이 효과를 본 후, 엘리엇은 하이에나가 오아시스로 다시 돌아와 다른 가젤을 찾아 먹어치우듯 현대차를 노리고 있다. 그들은 오아시스 자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은 단지 가젤만 원할 뿐이다."

마틴 교수는 "주주자본주의의 득세는 외국에서 넘어온 기생충에 의한 감염병 같은 것이고, 여행자들이 홍콩에서 캐나다로 사스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과 같다"면서 "(주주자본주의가) 한국 고객과 고용인력, 한국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는 "적은 지분으로 전체 지배권을 갖는 한국 기업의 오너 구조가 나쁜 경영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좋은 경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주주들은 투자하기 전 이러한 재벌 구조에 대해 알고 있으며 만약 이 구조가 싫다면 투자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마틴 교수는 엘리엇 등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시간 기반 투표권 제도' 등을 도입해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들이 회사의 지분을 10년간 보유하면 날마다 의결권을 1표씩 더 주는 방식이다. 일종의 차등의결권 제도다. 이렇게 되면 엘리엇 등이 지분을 보유하며 위협해도 창업자는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마틴 교수는 "한국엔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좋은 회사들이 있다"며 "한국이라는 오아시스에 나타난 엘리엇이라는 하이에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러한 기업들을 망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로저 마틴은 누구인가

작년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싱커스 50'에 1위로 선정됐다. 런던에 있는 경영 잡지인 '싱커스 50'은 2년마다 전 세계 경영계 대가 50명을 선정한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동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2007년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교수 10인'에 포함되는 등 이론과 경험을 함께 갖춘 석학으로 유명하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디자인싱킹' 등 경영학과 리더십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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