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과자를.. 캐나다는 비닐봉투 1장, 한국은 3중 포장

김효인 기자 2018. 5. 22.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환경이 생명입니다] [1부-3] [쓰레기 쏟아내는 과대포장] 해외와 과자 포장 비교해보니
과자 파손 막는 완충재는 포장 횟수 제한 규정에 포함 안돼
과자 1개당 포장 부피 캐나다의 2배 넘고 가격도 더 비싸
"집에 가자마자 뜯어서 버리는데.. 불필요한 포장 줄여야"

국내 상점에서 팔리는 '오레오' 과자(30개입)를 먹으려면 포장을 세 번 뜯어야 한다. 코팅 종이여서 재활용하기 까다로운 1차 포장을 뜯어내면 다시 코팅된 2차 종이 박스 세 개가 나온다. 이 박스를 열면 이번엔 한 봉지당 오레오 과자 다섯 개가 든 비닐봉지 두 개가 나온다. 2차 종이 박스와 비닐봉지를 벗기고 1차 포장에 오레오 30개를 담으니 1차 포장 박스 부피(1935㎤)의 과자가 절반 규모도 안 됐다. 오레오 한 개당 64.5㎤ 공간을 차지한 것이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비닐봉지(부피 1316㎤) 내 트레이에 44개가 담겨 팔린다. 과자 한 개가 차지하는 부피는 29.9㎤. 같은 오레오 제품인데도 우리나라에선 두 배 넘는 포장재에 담겨 팔리는 셈이다. 가격도 한국 오레오(3300원)가 개당 110원으로 캐나다(4.49캐나다달러·21일 환율 기준으로 3790원)의 개당 86원보다 더 비쌌다.

같은 과자인데도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내 포장법은 분류가 세세하지 못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포장 디자인을 관련 법령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허술한 포장법 규정이 과자뿐 아니라 완구류, 생필품류, 마트의 '묶음 상품' 등 '합법적인' 과대 포장을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초코칩 과자 판매량 1~2위를 다투는 오리온의 '촉촉한 초코칩' 제품도 마찬가지로 과대 포장이다. 가로 21㎝, 세로 10.5㎝, 높이 3.3㎝ 직사각형 종이 박스 안에 과자 여섯 개가 비닐로 개별 포장돼 있는데 이 비닐을 모두 벗기고 과자만 종이 박스에 넣어보니 상자의 빈 공간이 절반 이상이었다.

현행 포장법은 질소 봉지 과자가 아닌 제과류의 경우 빈 공간의 비율은 20% 이하, 포장 횟수는 2차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쿠키를 포장재에 넣었을 때 남는 공간이 전체 포장재 부피의 20%를 넘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 규정에만 비추면 오레오도, 촉촉한 초코칩도 규정 위반이다.

초코칩, 비닐 포장 뜯어보니 상자의 절반 - 오리온‘촉촉한 초코칩’종이박스 안에 비닐로 개별 포장된 과자 여섯 개의 비닐을 벗겨 박스에 넣으니 실제 내용물이 전체 포장의 절반도 안 됐다. /허상우 기자

그러나 관련 법령에는 '포장용 완충재' 규정을 따로 둬 사실상 제과업계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놨다. '제품의 부스러짐·변질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공기를 주입하는 경우 부풀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포장 공간 비율을 적용하지 않는다' '종이·골판지·펄프 등으로 제조된 받침 접시, 포장용 완충재를 사용한 제품은 원래 포장 공간 비율에 5%를 더한 값으로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한 전문가는 "과자의 각종 속포장을 완충재로 취급해 포장 횟수에서 제외하고 포장 공간 비율을 산정할 때도 예외를 둔 것"이라며 "사실상 기업에 과대 포장을 허락해 준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제과류뿐만 아니다. 완구류, 생필품류 제품 중에서도 부품별로 각각 포장을 한 후 또다시 상자로 감싼 형태의 과대 포장이 횡행하는 현상이 모두 이 규정에 따른 것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과도하게 보이는 이중, 삼중 포장 제품도 두 개 이상 제품을 묶기 위한 용도라고 주장하면 현행법상 위법이 아니다"며 "물건을 산 후 집에 돌아가자마자 벗겨서 버리게 될 포장을 굳이 두 번씩 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환경부는 현재 과대 포장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단속은 지자체의 몫이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대 포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지만 (정부가) 제품을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

박은호 차장, 채성진 기자, 김정훈 기자, 김효인 기자, 이동휘 기자, 손호영 기자, 권선미 기자, 허상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