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피해자'라던 청와대, 송인배·드루킹 관계 한달간 숨겼다

이민석 기자 2018. 5. 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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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게이트]
특검 표결 하루前 언론에 밝히고 "조사후 종결" 뒤늦게 브리핑
최측근 비서관이 관련됐는데.. "文대통령에게는 보고 안했다"
카페서 담소 나누고 100만원 받았는데.. "통상적 수준 사례비"

청와대는 21일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에 대한 지난달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를 뒤늦게 공개했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과 과거 네 차례 만났고 200만원을 받았던 사실을 한 달간 쉬쉬하다가 전날 언론 취재에 일부 내용을 밝혔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이뤄졌다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여의도(국회)가 중심이 돼 대단히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려고 해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우리가 드루킹의 피해자"라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해 왔다. 그런데도 송 비서관 관련 사실은 함구해 그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민정조사, 한 달 만에 대통령에게 보고

민정수석실은 김경수 전 의원의 드루킹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4월 16일쯤 송 비서관이 스스로 얘기해 4월 20일, 26일 두 차례 송 비서관을 대면 조사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은 한때 김 전 의원이 경남지사 불출마를 고려했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 참모들도 김 전 의원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거기에 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송 비서관이 드루킹과 접촉, 돈까지 받았다는데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앞서 3월 28일엔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모 변호사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직접 만나 면담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실이 일찌감치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간담회 사례비 200만원은 통상적 수준"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과 11월 드루킹을 만나 각각 100만원씩을 현금으로 받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간담회 사례비 명목"이라며 "일반 정치인들이 간담회를 할 때 (받는 돈과 비교해서)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경공모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시 직업이 없던 송 비서관에게 생활비 조로 준 돈"이라고 했다.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 김경수 전 의원 의원실에서 20분 정도 경공모 회원 7~8명을 같이 만난 후, 2층 커피숍에서 별도 모임을 가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식 강연도 아니고, 커피숍에서 이야기 나누고 100만원 사례비를 받는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청와대의 '이중 잣대'도 논란이다. 지난해 6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부하 검사 2명에게 각각 격려금 100만원을 준 혐의로 기소됐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이 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저녁 자리에서 돈 봉투가 오간 것에 대해 감찰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결과였다. 이 전 지검장은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송 비서관은 댓글 조작 몰랐다"

송 비서관은 보안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드루킹과 정치 관련 글들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주고받은 내용이) 기사 링크 등은 전혀 아니고 정세 분석이나 드루킹이 과거 블로그에 실었던 글을 읽어보라고 (송 비서관에게) 전달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송 비서관은 드루킹의 '댓글 조작'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고 드루킹에게 "좋은 글이 있으면 회원들이 공유하고 관심 가져달라"는 정도의 부탁만 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는 김경수 전 의원이 초반에 했던 해명과도 유사하다. 김 전 의원은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 대해 주위 분들한테 기사 링크(URL)를 보냈는데 김씨(드루킹)에게도 그 기사가 전달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드루킹 측이 김 전 의원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댓글 조작 시연을 했다는 관련자들 증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송 비서관은 대선 전 드루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사용한 휴대폰을 대선 이후 교체했다고 한다.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송 비서관 조사 때 예전 휴대폰 자체는 조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정치인들은) 휴대폰을 자주 바꾸지 않나"라고 했다.

송 비서관에 대한 특검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민정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현행 업무를 계속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특검이 (송 비서관을) 조사한다면 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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