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벌 신사 '사직 아이돌'.. 잘 던져 연말에 양복 한 벌 더!

부산/이순흥 기자 입력 2018. 5. 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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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김원중·윤성빈, 초반 부진하다 5월들어 호투
"잘생겼다는 말보다 야구 잘한다는 말 듣고 싶다"

"워메, 형님 나오셨습니까." "아따, 내 말투 따라 하지 말라고 했지. 혼나고 잡냐(혼나고 싶으냐)?"

광주 동성고 출신인 김원중(25)과 부산고를 졸업한 윤성빈(19)은 인터뷰 내내 티격태격하면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정장을 빼입은 두 사람은 "양복은 스프링캠프 출국할 때, 경조사 때 입는 한 벌이 전부"라며 입을 모았다. 얼굴은 안 닮았고, 말투도, 자라온 환경도 전혀 다른데도 어쩐지 친형제 같은 둘은 지금 프로야구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는다.

김원중(왼쪽)과 윤성빈은 190㎝가 넘는 키에 훤칠한 외모로 팬들 사이에서‘사직 아이돌’로 불린다. 김원중과 윤성빈이 사직구장 더그아웃 난간에 나란히 걸터앉은 모습. 둘은“잘생겼다는 말보다 야구 잘한다는 칭찬을 더 듣고 싶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21일 현재 김원중은 3승1패(평균자책 5.86), 윤성빈은 1승3패(4.85)를 기록 중이다. 시즌 전체 성적만 보면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둘은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부진했던 마운드의 버팀목 구실을 했다. 5월 들어선 호투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김원중은 5월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 2.04로 2승을 거뒀고, 팀 선발 중 가장 먼저 승리를 따낸 윤성빈도 20일 두산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는 등 5월 2경기에서 3점대 평균자책과 피안타율 0.229의 위력적인 투구를 했다.

우완 강속구 투수인 둘은 롯데의 현재이자 미래다. 김원중은 2012년, 윤성빈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고교 졸업 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여섯 살 차이가 나지만 둘은 훈련부터 경기 내내 어디를 가나 붙어 다니는 단짝이다. 주위에서 "사귀느냐"고 농을 건넨 적도 여러 번이다.

"한눈에 나하고 '같은 과'란 걸 알았죠. 평소 별생각 없는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마운드에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기 공 던지는 것. 그리고 훈련하다가 힘들면 살짝 빼놓곤 다 해낸 것처럼 능청 떠는 것조차 빼닮았더라고요." (김원중)

윤성빈은 달랐다. "형이 잘생겨 친해지고 싶었어요. 모르는 거 있으면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니며 물어봐요."

둘은 190㎝가 넘는 큰 키와 준수한 외모 때문에 '사직 아이돌'로 불린다. 윤성빈은 "실제로 고2 때 패션모델 제의를 받기도 했다"며 "기분은 좋았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야구라 곧바로 거절했다"고 했다. 김원중도 "잘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좋지만 '야구 잘한다'는 칭찬이 더 듣고 싶다"며 "고교 시절 어긋나지 않은 것도 하루의 3분의 2를 같이하는 작은 야구공 때문이었다"고 했다. 김원중은 훈련에 매진하려고 즐겨 마시던 술을 3년 전 아예 끊었다.

김원중은 팀 선배인 송승준(38), 윤성빈은 손승락(36)을 자신의 롤 모델로 꼽았다. 둘 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30대 후반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두 젊은 투수에게 올해 목표를 물었다.

"선발이 아니어도 좋으니 저랑 성빈이 둘 다 1군에서 꾸준히 던져서 시즌 끝나고 웃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팀이 '가을 야구'를 해야죠."(김원중)

동생 윤성빈의 각오는 더 당찼다.

"다치지 않고, 형이랑 나란히 10승 하려고요. 혹시 연말에 상을 받으면 양복도 한 벌 더 마련할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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