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꿈에 12억 지원.. 실패해도 계속 투자할 것"

김승현 기자 2018. 5.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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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은 메가스터디그룹 회장, 2년 전 윤민창의투자재단 세워.. 청년 스타트업 23개팀 선발·지원
"내 강의 들으며 공부한 젊은이들, 활기와 도전 정신 살아났으면"

"직장 다니는 엄마들에게 대학생 '놀이 시터'를 연결해주는 '놀담'이라는 팀입니다. 그 옆에는 공장과 소비자 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 '단골공장'이 입주해 있죠."

손주은(57) 메가스터디그룹 회장은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빌딩 1층 윤민창의투자재단 사무실에 입주해 있는 청년 스타트업 4팀을 소개했다. 397㎡ 규모의 널찍한 공간에 원목 책장과 원형 테이블, 소파가 배치돼 있었다.

손 회장이 회의실에서 일하던 청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놀담' '단골공장' 모두 손 회장이 직접 선발해 투자하는 스타트업이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은“청년들의 도전 정신이 샘솟는 사회가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손 회장은 2016년 10월 사재 300억원을 출연해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윤민창의투자재단'을 만들었다. 청년 스타트업 23개 팀을 선발해 한 팀당 5000만원씩 투자해 왔다. 2000년 온라인 사교육 업체 메가스터디를 세워 국내 최대 교육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사회에 진 빚을 갚는 심정"이라고 했다.

"지금 20~30대 젊은이들은 제가 강사로 나선 인터넷 강의와 메가스터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피나게 공부했을 겁니다. 저는 강의할 때마다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했어요. 그런데 취업난이 심각해지니 그 말은 거짓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학생들 때문에 큰돈 벌었는데 미안함이 커졌죠. 어떻게든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10개월 동안 재단 형태와 지원 방식을 연구했다. 장학재단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이자 수익으로 장학금 주는 건 너무 쉽고 뻔한 방법이라서" 거절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손 회장 자신이 창업으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재단 이름 '윤민'은 1991년 교통사고로 숨진 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1966년 미국에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 창업 지원·기업가 정신 교육 비영리 단체 '카우프만 재단'을 벤치마킹했다. 올 상반기 투자 대상으로 선발한 스타트업은 7팀, 경쟁률은 50대1이었다. 손 회장이 서류 심사부터 3주간의 현장 실사, 최종 발표까지 모두 챙겼다.

그는 심사 기준으로 사업의 지속 가능성, 사회적 의미와 함께 정직성과 진실함을 꼽았다. "18년 동안 기업을 운영해 오면서 잠깐의 이익에 흔들리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교육 불평등 해소'라는 원래 사업 목적을 되새겼습니다. 면접장에서도 젊은 친구들이 혹시 돈과 성공만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살폈죠."

선발된 스타트업에 대해 5000만원을 지분 매입 형식으로 투자한다. 아직까지 수익을 낸 팀은 없다. 실패하더라도 모럴 해저드 같은 예외 상황이 아니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는다. "5년 뒤쯤 1~2개 스타트업에서 수익을 얻는 게 목표입니다. 긴 시간을 두고 지켜보려는 겁니다."

스타트업 외에 그가 최근 관심을 갖는 분야는 교육 공간 사업이다. 지난 1월 교육 복합 문화 공간 '잇츠 리얼 타임'을 노량진 메가스터디 타워에 열었다. 1800㎡ 면적에 열람실·카페 등을 갖추고 책 1만5000권을 구비해 청년들이 공부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했다.

손 회장은 "저출산과 학령 인구 감소로 규모가 줄어드는 입시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교육 영역을 찾아보자는 의미"라며 "은퇴 세대의 일자리 창출과 여가 사업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의 활기와 도전 정신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며 "돈을 날려도 좋다는 생각으로 스타트업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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