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혈압 높은데, 병원가면 멀쩡.."문제없다" 방심하면 큰일

정종훈 2018. 5. 22. 02: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인·당뇨 환자가 치료 시작할 혈압은..바뀐 고혈압 지침 A~Z
혈압을 측정하는 모습.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기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중앙포토]
대한고혈압학회는 18일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5년 만에 새로운 고혈압 진료지침을 공개했다. 결론은 정상 혈압(120/80mmHg)과 고혈압(140/90mmHg)의 현행 기준 유지였다. 지난해 미국에서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낮췄지만 우리는 임상적 자료가 충분치 않고 사회적 비용이 급증한다는 이유로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진료지침과 세부적으로 비교해보면 꽤 많은 변화가 있다. 정상 혈압과 고혈압 사이에 고혈압 전 단계 1기(120~129/80~84mmHg), 2기(130~139/85~89mmHg) 대신 주의 혈압(120~129/80mmHg), 고혈압 전 단계(130~139/80~89mmHg)가 새로 들어갔다. 국내 고혈압 환자만 약 1100만명. 이들은 새로운 진료지침 등장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충북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Q&A로 정리했다.


젊은 층 혈압 관리 적극 나서라는 메시지 담아

Q : 혈압 분류를 5년 만에 주의 혈압, 고혈압 전 단계로 바꾼 이유는.

A : 고혈압 전 단계는 고혈압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구간이다. 사실상의 ‘경계 고혈압’이다. 심혈관ㆍ뇌혈관질환 위험이 주의 혈압이나 정상 혈압보다 많게는 2배까지 올라가는 그룹이다. 고혈압 전 단계를 새로 조정한 건 젊은 사람들에게 혈압을 관리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취지가 강하다. 젊은 사람은 혈압 인지도와 치료율, 조절률이 모두 낮은 편이다. 고혈압 전 단계 2기에서 85~89mmHg였던 이완기 혈압 구간을 80~89mmHg로 낮춘 것도 젊은 사람이 고혈압을 좀 더 빨리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나이가 젊더라도 고혈압 전 단계라면 체중 감량과 운동, 저염식 등 생활 습관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Q : 주의 혈압은 어떤 의미인가.

A : 주의 혈압도 고혈압 전 단계와 마찬가지로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정상 혈압은 심뇌혈관질환의 발병 위험도가 가장 낮은 최적의 혈압이다. 이보다 더 높은 주의 혈압은 향후 심혈관ㆍ뇌혈관질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예방에 힘쓰면 다시 정상 혈압으로 내려올 수 있다. 반대로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고혈압 전 단계나 고혈압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일종의 ‘경고’를 주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물론 정상 혈압이라고 해서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 없다는 건 아니다. 주의 혈압이면 좀 더 철저히 운동하고 살 빼고 덜 짜게 먹어야 한다는 의미다.

Q : 고혈압 전 단계에서도 특히 위험한 사람이 있나.

A : 과거에 중풍을 겪었다거나 뇌졸중, 고지혈증 등을 앓는 등의 여러 위험 인자가 있다. 만성 콩팥질환자나 당뇨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고위험군이면서 고혈압 전 단계인 사람은 의사와 상의해서 필요할 경우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아니지만 약물치료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약물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은 약 33만명으로 추정된다. 또한 당뇨 환자인 동시에 심혈관질환을 앓는 경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혈압을 적극적으로 낮춰서 130/80mmHg 아래로 조절하는 게 좋다.


고혈압 환자인데 병원서 잴 때는 낮게 나올 수도

Q : 집에서 혈압 잴 때는 고혈압인데, 병원에선 고혈압 전 단계로 나올 수 있나.

A : 실제로는 고혈압인데 병원에서 혈압을 재면 고혈압 전 단계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를 ‘가면 고혈압’이라고 한다. 고혈압 전 단계의 30%가 이런 사람으로 추정된다. 일상에선 담배 피우고 술 먹고 짜게 먹다가 병원에 검진 가면 며칠간 금주하고 담배 안 피우면서 혈압을 조절하면 많이 발생한다. 이런 사람은 오히려 관리가 안 돼 증세가 좋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고혈압 전 단계라도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또한 집에서도 꾸준히 혈압을 재보는 게 좋다. 여기서 이상을 확인하고 가면 고혈압으로 진단받으면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60대 고혈압 환자가 헬스장에서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고혈압 예방과 치료를 위해선 꾸준한 운동이 필수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Q : 노인 고혈압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 노인은 건강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건장한 노인도 있고 조금 노쇠한 노인도 있고, 굉장히 몸이 안 좋은 경우도 있다. 의사가 건강을 살폈을 때 특별한 합병증이나 문제가 없다면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축기 혈압 140mmHg부터 고혈압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동시에 하게 된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노인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고했다. 2013년 지침에선 140~150mmHg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했지만 이번에는 일률적으로 140/90mmHg 아래로 낮추도록 했다. 다만 몸이 쇠약한 사람이 혈압을 너무 낮추면 낙상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이 안 좋거나 80세 이상인 노인은 수축기 혈압 160mmHg 이상이면 생활 요법과 약물치료를 고려하도록 했다. 치료 시작 시점을 조금 더 늦추는 차원이다.


내부 이견 있었지만 한국 맞춤형 기준 제시

Q : 미국에서 먼저 고혈압 기준을 낮추면서 이슈가 커졌다. 미국처럼 기준을 바꾼 곳은 없나.

A : 아직 미국 기준에 맞춰 고혈압 진료 지침을 바꾼 곳은 없다. 아시아 지역에선 싱가포르 학계가 기준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은 논의를 진행 중이다. 미국과 양대 산맥인 유럽에선 다음 달 초 고혈압학회가 열린다. 여기에서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도 서둘러 새로운 지침을 만든 건 아니다. 학회 내부에서 고혈압 기준을 미국처럼 내리자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계속 한국만의 자료를 업데이트했고, 한국인 맞춤형으로 마지막 버전을 내놓은 것이다.

Q : 고혈압은 치료만큼 예방이 중요한가.

A : 전 세계 사망률의 14%를 고혈압이 차지하고 있다.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한국도 고혈압에 따른 각종 의료비가 14조원가량 된다. 이러한 의료비를 줄이려면 고혈압을 예방하고 증세를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 유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올라서 70대가 되면 70%가 고혈압이다. 고혈압 상태를 앞으로 한 단계씩만 낮춰도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러려면 젊었을 때부터 혈압이 오르기 전에 가능한 한 예방을 해야 한다. 빨리 관심을 가지고 예방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 집에선 혈압 이렇게 측정하세요

「 1. 편안하고 조용한 곳에서 등을 기대고 앉는다.
2. 소매를 걷고 커프를 위팔(심장과 같은 높이)에 감는다.
3. 팔꿈치를 책상 바닥에 댄 상태에서 팔의 긴장을 푼다.
4. 혈압계 작동 중 움직이거나 말을 하지 않는다.
5. 혈압을 측정한 후 수치를 기록한다.
※아침·저녁에 두 번씩 측정한다.

자료 : 대한고혈압학회
한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재는 모습. [중앙포토]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