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물학적 여성들 집회'가 女女갈등 도화선 된 이유는

이다비 기자 2018. 5. 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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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모인 ‘몰카 편파수사 반대’ 집회
‘유O무죄 무O유죄’ 남성혐오적 피켓 등장
女性끼리도 의견 엇갈려
“남녀평등 움직임” VS “불쾌하고 충격적”

지난 19일 “경찰의 몰카(몰래카메라) 수사가 성별에 따라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집회에 여성 1만여명이 모였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 주최 측은 경찰에 1000명으로 집회신고를 했지만, 예상보다 10배 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집회 주최 측은 “생물학적 여성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참가 자격을 못박았다.

집회가 끝난 이후에도 참가자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여돕여(여자는 여자가 돕는다)’, ‘GCDA(Girls can do anything·여성들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등의 해시태그를 걸고 있다. 해시태그는 검색을 편리하게 하는 ‘#’표시다. 이들은 “여성이 단결해 한 목소리로 차별 사회에 저항한 것이 자랑스럽다”며 자찬(自讚)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여성 진영에서는 이번 집회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집회 성격이 ‘여권(女權) 신장’이라기보다는 ‘남성혐오’에 가깝다는 것이다. ‘여여(女女)갈등’은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증폭하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 여성 1만명이 모여 ‘몰카 편파수사 규탄’ 집회를 열었지만 이를 두고 여성 사이에서도 ‘남성혐오가 지나치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최영하 인턴기자

◇ ‘유O무죄 무O유죄’ 피켓에 뜨악한 엄마들
여성임에도 ‘여성권리’을 주장하는 집회가 불편한 배경은 뭘까.
①일단 과도한 성적(性的)용어 사용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주장이 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집결한 집회 참가자들은 ‘왜 난 O감(자위 대상)이고 넌 피해자야?’라는 피켓을 들어 보였다. 남성 성기를 조롱하는 그림을 그려 넣은 피켓도 있었다. “O 달고 태어나면 범죄자도 감싸주냐”라는 구호가 등장했고,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 남성 피해자를 조롱하기도 했다. 몰카에 찍힌 피해자(남성 누드모델)가 쉬는 시간에 옷을 벗고 있었으니 ‘음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② ‘남자면 무조건 혐오의 대상인가’하는 반발도 나왔다. 두 살배기 아들을 둔 이모(27)씨는 “내 아들이 커서 남자라는 이유로 저런 조롱을 받거나 혐오대상이 되면 마음 아플 것 같아요. 우연히 지나가다가 집회를 봤는데, 남성 성기를 그려서 이것을 비하하는 피켓은...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조모(28)씨도 “근처에서 어린이들 행사가 있었는데 유O무죄 무O유죄, 알탕연대 등 남성혐오적 용어가 등장해서 뜨악 했다”고 말했다.

③“남성 권리를 빼앗아와야 여성 권리가 늘어나느냐” “왜 꼭 성(性) 대결 구도로만 여성권리를 바라보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 집회 참가에 관심을 가졌지만, 지난 집회 준비 사진을 보고 포기했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만 페미니즘을 떠드는 것보다 실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집회준비 사진을 보니, 여성 인권을 주장하기보다는 하나 같이 남성을 깎아내는 데에 집중되어 있어서 참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④‘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이 애초에 편파수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3일까지 잡힌 몰카 피의자 총 1288명 가운데 남성은 1231명(95%)이었으며 이 가운데 34명이 구속됐다. 여성 중 구속된 피의자는 홍대 몰카사건 피의자 안모(25)씨가 유일하다.
직장인 임모(26)씨는 “여성들이 몰카나 성폭력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통계로 봤을 때는 편파수사가 아니어서 ‘편파수사 반대’ 말고 다른 주제로 잡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했고, 대학생 김모(23)씨는 “홍대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했다고 남녀 차별이라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 여성 1만명이 모여 ‘몰카 편파수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남성혐오적인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최영하 인턴기자

◇”강한 발언도 필요하다” 여론이 보다 우세
이번 집회를 두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찬반여론이 맞선다.
‘남성혐오 집회를 막아달라’는 지적이 나오면 곧장 ‘여성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반박이 따라붙는 형국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극성 페미니즘으로 남성혐오를 하는 집회를 막아달라”는 청원과 “여성도 사람이고 국민이다,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의 상반된 주장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양성 평등을 위해서라면 강한 발언도 필요하다”는 여론이 보다 우세한 형국이다.

“집회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워낙 여성의 권리가 무시되는 일이 많아 이런 집회가 한번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학생 최예린(24)씨가 말했다.
주부 이모(39)씨는 “피해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 (몰카 범죄)처벌 수위에 차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집회는 남녀평등을 위한 진통 중 하나”라고 했고, 직장인 권주희(27)씨도 “언론이나 남성들은 집회의 자극적인 면만 보면서 비난하는데, 온건하게 말해서는 바뀌지 않으니 강하게 표현하는 집회가 열린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성혐오 사이트에는 “염산 챙기고 출발한다”는 테러 암시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얼굴을 가린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쓴 채로 집회장소 주변을 배회하던 남성이 경찰 검문에 적발 되기도 했다. 그는 여성혐오 사이트 일간베스트(속칭 일베) 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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