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요청" "보호조치 안 해".. 휴게소에 초등생 방치 판결 논란

박상은 기자 입력 2018. 5. 21. 13:35 수정 2018. 5. 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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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에 초등학생을 혼자 방치한 담임교사가 벌금 8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교사가 기본적인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봤다.

휴게소에 학생을 내리게한 것 역시 학부모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교총은 "교사는 학생의 하차이후에도 휴게소 커피숍 직원에게 보호를 당부했다"며 "수차례에 걸쳐 학생 및 학부모와 통화하며 상황을 확인하는 등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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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국민일보 DB

고속도로 휴게소에 초등학생을 혼자 방치한 담임교사가 벌금 8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교사가 기본적인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봤다. 반면 교원단체는 법원이 학부모에게만 초점을 맞춰 단편적으로 판결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55)는 지난해 5월 학생 20여명을 인솔해 현장체험학습을 떠났다. 이때 휴게소를 10여분 앞둔 지점에서 B양(12)이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버스기사는 안전 문제로 정차할 수 없다고 했고, A씨는 버스 뒤편에서 비닐봉지에 용변을 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수치심을 느낀 B양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요청했다. 학부모에게 연락한 A씨는 B양의 어머니가 “아이를 데리러 휴게소로 가겠다”고 하자 학생을 휴게소에 내리게 했다. 이후 B양의 어머니는 딸이 약 1시간 동안 휴게소에 홀로 방치됐다는 사실을 문제 삼았다. 대구시교육청은 A씨를 직위해제한 뒤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A씨는 경찰 수사를 거쳐 약식기소 됐으나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대구지법 형사10단독 김부한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담임교사로서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B양이 남학생들로부터 ‘(용변) 냄새가 난다’며 놀림을 받는 등 정신적 충격에 빠진 만큼, 피고인은 이러한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거나 학교장에게 보고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를 휴게소 내 보호소와 같은 안전한 장소나 믿을 수 있는 성인에게 맡기는 등 기본적인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해 방임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한국교총은 21일 성명을 내고 “학부모에게만 초점을 맞춘 편파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교총은 “A씨는 상황별 조치를 취하기앞서 해당 학생에게 (의사를) 수차례 물으며 확인했다”며 “혹시 학생이 입을 마음의 상처까지 고려하여 반 학생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배려를 구한 뒤 해당 학생이 급한 일을 해결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휴게소에 학생을 내리게한 것 역시 학부모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오히려 B양의 안전을 우려해 체험학습에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쟁점은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휴게소 화장실에서 울면서 나오지 않는 B양을 달래고 다그쳐 다시 버스에 태웠다. B양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받은 뒤 “내릴 거냐 말 거냐. 다른 아이들이 피해를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B양을 휴게소에서 내리게 한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반면 한국교총은 “교사는 학생의 하차이후에도 휴게소 커피숍 직원에게 보호를 당부했다”며 “수차례에 걸쳐 학생 및 학부모와 통화하며 상황을 확인하는 등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가 아이를 찾기 쉽도록 커피숍을 활용했고, 수시로 전화해 상황을 살폈다는 얘기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관련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은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10년 동안 아동관련기관의 운영,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이 확정되면 A씨는 교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아동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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