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진웅 "故 김주혁과 첫 협연, 그 자체가 행복했죠."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8. 5. 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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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은 배우 조진웅에게 여러모로 강렬한 필모그래피다. 무엇보다도 하늘의 별이 된 고 김주혁과 처음부터 마지막을 함께한 작품이라 그 의미가 남달랐다.

“김주혁 선배와는 이번 영화로 처음 만났어요. 협연 자체가 행복했죠.”

배우 조진웅, 사진제공 NEW

조진웅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고 김주혁에 관한 추억, <독전> 촬영 뒷얘기, 자신을 뒷받침해주는 팬에 대한 고마움까지 속내를 모두 털어놨다.

■“<독전>서 만난 류준열, 눈빛에 뭔가 있는 배우”

그는 <독전>이란 영화가 꽤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고 고백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땐 쉽게 생각했어요. 범죄오락물이니 그냥 쭉 찍으면 되겠다고요. 근데 극 중 ‘원호’(조진웅)가 ‘락’(류준열)에게 말리는 것처럼, 저도 찍으면서 머리가 복잡해지더라고요. 자꾸 질문을 던지게 되고요.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중 내게 직접 질문한 작품은 없었거든요. 희한했어요.”

어떤 느낌이냐고 물으니 꽤 근접한 비유를 들었다.

“시장을 지나가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갑자기 제게 질문을 걸어요. ‘아니, 왜 나한테 물어봐?’란 생각에 괘씸하면서도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겠죠? 그리곤 그냥 지나갔는데 제가 어느새 그 질문을 곱씹고 있는 거예요. 그 질문이 영 잊혀지지 않는, 그런 작품이랄까요.”

호흡을 맞춘 류준열에겐 장난기 가득한 애정을 표시했다.

“류준열과 연기하다 ‘말리지 말자’고 몇 번이나 머리를 흔들었어요. 물론 극 중 ‘원호’를 연기한 거지만, 실제로도 류준열 눈을 코 앞에서 보면 진짜 그 안에 뭔가가 좀 있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그 친구가 질문을 던지면 나라도 말리겠던데요. 진짜 매력있는 친구죠.”

고 김주혁은 스크린 안에서 굉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유작이라는 점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정도다.

“촬영 중간에 분장실에 대기하고 있는데, 형사 역을 맡은 서현우가 갑자기 뛰어들어오더라고요. 절 크게 부르면서 헐레벌떡 뛰어오는데, ‘또 왜? 뭘로 또 웃기려고?’라면서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죠. 그런데 표정이 그게 아닌 거예요. ‘저기, 이거’라며 머뭇거리면서 휴대전화를 내밀었는데, 하아…. 김주혁 선배가 돌아가셨다는 기사가 떴더라고요.”

그는 말을 잠시 끊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슬픔을 삭이는 듯 했다.

“조감독이 촬영 준비 다 됐다며 나오라고 했는데, 현장에 가서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분위기도 다들 티는 못내지만 시무룩했고. 어렵게 카메라를 돌리는데 나도 모르게 ‘우린 이러고도 촬영을 한다?’라는 말이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촬영을 접을 순 없잖아요? 마음을 다잡으면서 다들 연기하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팬이란 존재요? 슬럼프 이기는 유일한 힘”

그는 팬들과 스타가 닮아간다는 걸 인정했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 팬들이 좀 독해요. 하하. 내가 팬들에게 ‘무대인사는 4개관만 따라오고 끝내라’고 하면 투덜대다가도 ‘그래도 우린 네가 좋다’고 반말로 소리 지르죠. 그럼 전 다시 손짓하면서 ‘이리와봐. 왜 반말하니? 나도 마흔살이 넘었는데’라고 장난쳐요.”

너스레를 떨면서도, 슬럼프에 빠진 그를 구해준 건 팬들의 힘이라고 은근슬쩍 마음을 내비쳤다.

“저도 딜레마에 빠지고 타율이 안 좋을 때가 있잖아요? ‘3할 타자’라 해도 시즌 중엔 분명히 슬럼프가 오거든요. 그럴 땐 가족들도 타율을 높여주지 못해요. 유일하게 가능한 사람들이 바로 팬이죠.”

그는 구체적인 경험담도 공개했다.

“정말 뭔가가 안 될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담배 한 대를 태우다가 우연히 팬의 편지 하나를 읽었는데, ‘당신이 있어서 내가 꿈을 꾼다’는 글귀가 있는 거예요. 정말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 내가 현장 가서 죽이게 연기할거야’라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팬이 아니고선 줄 수 없는 힘이죠.”

내로라 하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에게 ‘슬럼프’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니 매 작품 느낀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죽었다가 깨어나도 안 풀릴 것 같은 딜레마에 빠질 때도 있는 걸요. 요즘은 <광대들>이란 영화를 촬영 중인데, 불과 이틀 전에도 밤샘 작업을 하다가 죽겠더라고요. 연기가 너무 안 풀려서. 그럴 땐 주위 동료나 선배들에게 이실직고합니다. 모르겠다고 숨기면 연기가 더 망가지니까요. 이번엔 함께 출연하는 손현주 선배가 아주 명료하게 해결해줬어요. 답은 간단하더라고요. 역시 그 조언대로 하니 잘 마무리 됐고요. 밥값한 것 같아 정말 뿌듯했다니까요. 하하.”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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