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당신의 선택은..'싸다고 얕보지 마' vs '비쌀수록 잘 팔려'

2018. 5. 21. 0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격 더 벌어지는 보급형-고급형

50만원대 이하 중저가 보급형
지문인식 장치 제품성능 만만찮아
가격은 몇년째 40만~50만원대 유지
업체서도 중저가폰 종류 늘려
'굳이 비싼 돈 주고..' 실속파 늘어

100만원 훌쩍 넘는 고급형
아이폰X 가장 비싸..142만원 판매
웬만한 냉장고 가격 맞먹어
삼성·애플, 브랜드 내세워 인상 주도
"그래도 장사가 되니까" 고가 전략

[한겨레]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동영상 보는 데도 별 불편이 없고 게임도 잘 돌아가네요. 근데 가격은 최고급 제품과 70만원 정도 차이가 나죠.”

20일 서울 왕십리역 일렉트로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의 말이다. 갤럭시S7을 쓰는 그는 스마트폰을 새것으로 바꾸려고 매장을 찾았다가 고민에 빠졌다. 마음에 둔 최고 사양 제품은 110만원에 달하는데, 절반 가격도 안 되는 보급형 제품의 성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결정을 하지 못하고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이날 일렉트로마트에 진열된 스마트폰 가격을 보면, 삼성전자 ‘갤럭시S9플러스’(256GB)는 107만원, 엘지(LG)전자 ‘G7 씽큐’는 97만원이었다. 그나마 S9플러스는 최근 출고가가 7만7000원 내렸다. 가장 비싼 애플의 ‘아이폰Ⅹ’은 무려 142만원이었다. 웬만한 냉장고나 고급 세탁기 한대 값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 보급폰은 제자리인데, 비싼 폰은 더 비싸져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중저가형 스마트폰의 성능 차이가 점점 줄고 있지만, 둘 사이의 가격 차이는 확대되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 가격이 30만~50만원에 고정된 채 성능은 높아지는 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성능 향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격이 오른 탓이다.

2010년대 초반 100만원을 넘었다가 진정 양상을 보이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은 지난해부터 다시 과열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의 출고가는 2016년까지 80만~90만원,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90만원대 가격을 형성했으나 지난해부터 100만원을 넘었다. 최고가 제품은 120만원에 이른다. 엘지전자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G시리즈는 2016년까지 80만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95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초 출시된 ‘V30S 씽큐’는 115만원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만든 ‘아이폰Ⅹ’ 가격을 최대 162만원으로 책정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3대 제조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5년 전보다 30만~50만원 정도 올랐다.

이들은 제품의 부품과 성능이 좋아진 만큼 가격을 올리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들 제품은 모바일 프로세서와 저장장치,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핵심 부품이 개선됐고, 지문 등 생체인식, 방수, 이모지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 등도 추가됐다.

반면 중저가 스마트폰은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중가형 스마트폰 ‘갤럭시A5’는 2015년 이후 40만~5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3년 새 6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보다 약간 사양이 높은 ‘갤럭시A7’은 50만원 후반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2016년부터 중저가폰 라인을 체계화한 엘지전자도 X시리즈와 Q시리즈 등 30만~50만원대 제품을 내고 있다.

이들 중저가 제품의 성능, 이른바 ‘스펙’은 점점 향상되고 있다. 올해 출시될 갤럭시A7은 램이 6GB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지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30만원대 스마트폰 엘지 X4+는 프리미엄폰에 들어가는 엘지페이, 광각 카메라, 고성능 음향 기능 등이 탑재됐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지난해 초 출시한 ‘SOL프라임’은 40만원대 가격임에도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듀얼스피커, 13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됐다. 과거 프리미엄급 성능이 현재는 중저가폰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 프리미엄 이미지 위한 전시용 가격도 가격 상승은 브랜드가 탄탄한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끌고 있다. 이들은 확고한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가격을 거침없이 올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도 장사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지난해 최고가를 115만원까지 높여 갤럭시S8을 출시했는데, S8은 갤럭시S 모델 가운데 가장 빠르게 국내 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모델이 됐다.

실제 삼성과 애플은 각 프리미엄폰마다 수천만대씩 판매하면서 기록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통상 스마트폰은 한 모델이 1000만대 이상 팔리면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 삼성전자는 한해에 세계에서 약 3억대, 애플은 2억대를 판다. 이 가운데 프리미엄폰 비중이 삼성은 15~20%, 애플은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산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83%, 삼성은 13%를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나머지 4%를 다른 스마트폰 업체 수십개가 나눠먹는다. 삼성전자의 한해 스마트폰 사업 영업이익이 11조원에 이르는 반면, 엘지전자는 약 7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프리미엄폰 이미지 유지를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일단 가격이 높아야 좋은 스마트폰으로 인식된다. 애플이 일찍부터 아이폰 가격을 100만원을 넘기면서 삼성이나 엘지가 이를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엘지전자는 올해 3월 V30S 씽큐 플러스 모델을 출고하면서 출고가를 역대 최고인 115만원으로 정했는데, 내부에서조차 ‘실제 판매용’이 아닌 ‘전시용 가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단 출고가를 부풀려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인 뒤, 실제 판매할 때는 이보다 싸게 파는 수법도 보편화돼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15만원에 출고한 갤럭시S9플러스 모델 출고가를 출시 두 달도 되지 않아 7만7000원 내렸다.

■ 소비행태 변화…실속형 찾는 이들 부쩍 늘어 업체의 고가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스마트폰 사용 추세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 프리미엄폰에 대한 맹목적 선호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값이 싼 중고폰이나 중저가폰 선호가 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중저가폰의 성능이 개선된 측면도 있지만 새로 출시된 프리미엄폰 성능이 획기적으로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고폰 전문업체 착한텔레콤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1055만대의 중고폰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1년이 지나 출고가가 내린 구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찾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과시형이 아닌 실속형 소비로 옮겨가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비싸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현명한 대응을 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