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인사이트] 미끌미끌, 끈적끈적..엔진오일의 숙명

입력 2018. 5. 2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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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사진 제공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끈적끈적해야 한다. 또 미끌미끌거려야 한다. 적당히 달라붙고, 적당히 흘러가야 한다. 사람 사이가 아니라 엔진을 지켜야 하는 엔진오일 이야기다. '끈적끈적'과 '미끌미끌'은 엔진오일의 운명이다.

엔진오일은 자동차가 아닌 의료용 제품을 연구하다 탄생했다는 말이 있다. 1866년께 원유의 의학적 가능성을 연구하던 중 원유의 윤활 특성에 주목해 의료용 대신 증기기관용 윤활유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가솔린, 등유, 경유 등을 모두 분리한 뒤 남은 찌꺼기에서 건진 엔진오일은 가솔린·디젤 엔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엔진오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진오일이 없다면 뻑뻑하고 메마른 힘을 몇 차례 쓸 수는 있겠지만, 곧 멈추게 된다. 뜨거운 고열에 시달리는 엔진이 부드럽게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엔진오일에 있다.

고온에서도 효과적으로 윤활 작용을 하는 엔진오일 덕분에 녹아내리는 밸브, 실린더의 부식, 실린더의 유실되는 압력 등의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증기기관이 엔진으로 발전하면서 엔진오일 기술도 더불어 진화했다.

엔진오일은 자동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터사이클, 모터보트, 야외용 발전기, 심지어 잔디 깎는 기계에 이르기까지 엔진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 엔진오일을 사용한다. 엔진오일 없는 엔진은 '사용 불가'다.

엔진오일은 기본적으로 윤활유다. 윤활유는 마찰을 줄여준다. 엔진의 각 부분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움직이는 과정에서 마찰과 열이 생긴다. 엔진오일은 서로 맞닿은 부품 표면에 분리막을 형성해 마찰로 발생하는 열을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엔진을 보호한다. 오일 자체가 엔진의 열을 빼앗아 엔진 과열을 막는 냉각제 역할도 한다.

녹슬지 않게 해주는 산화 방지 효과도 크다. 엔진오일이 닿는 금속 표면에 생긴 오일코팅은 금속이 산소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아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녹이 스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좀 더 확실한 효과를 내기 위해 엔진오일에 부식방지제를 첨가한다. 세제도 첨가하는데 이는 오일 슬러지 축적을 크게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엔진오일은 일반적으로 광유와 합성오일로 구분한다. 광유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생기는 윤활유다. 원유 처리 과정에서 가장 나중에 얻어지는 것을 가공해 엔진오일로 만든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불순물이 많아 슬러지 발생이 많다. 또한 고열에 약한 만큼 자주 교체해야 한다.

합성오일은 좀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제해 고품질로 만든 제품이다. 값이 비싼 대신 불순물을 걸러내 슬러지 발생이 적다. 고온고압에 잘 견디고 오일 점도가 오래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광유와 합성오일 사이에 반합성오일이 있다. 반합성오일은 광유와 합성오일 중간이라고 보면 된다. 가격, 성능 등이 모두 그렇다. 반합성오일도 합성오일로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만일 반합성이 아닌 합성오일을 원한다면 100% 합성오일인지 따져봐야 한다.

엔진오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점도다. 적절히 끈적여야 하며, 잘 흐를 수 있어야 한다. 끈적이기 위해선 점도가 높아야 하고, 흐르기 위해선 점도가 낮아야 한다. 또한 온도가 높거나 낮은 것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그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 엔진오일은 이처럼 모순되는 상황에 모두 맞춰야 한다.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자연환경에서는 저온 점도와 고온 점도가 모두 중요하다. 엔진오일 용기에 보면, 0W-30, 5W-40 등의 표기가 있다. 앞이 겨울철에 중요한 저온 점도, 뒤가 여름에 중요한 고온 점도다.

숫자가 낮을수록 점도가 낮고 높을수록 점도가 좋다. 저온에서는 오일이 굳지 않도록 점도를 낮춰야 하고 고온에서는 오일이 너무 묽지 않도록 점도를 높여야 한다.

점도는 표준 온도에서 표준 오리피스를 통해 표준량의 오일이 흐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등급을 매긴다. 오래 걸리면 점도가 높다는 것으로 코드 숫자가 높아진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오일의 특성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점도 특성이 변하면서 엔진오일 원래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엔진오일을 교체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5000㎞ 전후로 교체 시기를 짧게 권하는 사람들은 차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조금 일찍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들이 오일을 자주 교체하면 관련 업체와 업계의 수입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심리도 있다. 과잉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난 연구 결과이기는 하지만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석유관리원이 2012년 실시한 엔진오일 관련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7개 모델 14개 차종을 각각 5000㎞, 1만㎞ 주행한 뒤 엔진오일의 상태를 점검해 본 결과 엔진오일의 점도, 유동점, 동점도(動粘度·오일이 균일하게 흐르는 정도) 등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5000㎞를 달린 차나 1만㎞를 달린 차나 오일 상태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엔진오일을 빨리 교체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드는 돈과 환경에 부담을 주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너무 자주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답은 자동차 사용설명서에 나와 있다. 대체로 1만~1만5000㎞, 혹은 연 1회 오일을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

연간 주행거리가 긴 차라면 1만~1만5000㎞ 정도 달리고 난 뒤 오일을 교체하면 된다. 주행거리가 짧아도 주행거리와 상관없이 연 1회는 교환해야 한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여름과 겨울철 기온 차이가 커 엔진오일의 성질이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엔진오일은 사실 교체보다 보충이 중요하다.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엔진오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부 수입차들은 아예 1ℓ 용기에 보충용 엔진오일을 제공하기도 한다.

엔진오일을 수시로 확인하고 부족하면 그때그때 보충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오일이 자주 부족해진다면 어디선가 새는 것은 아닌지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

오래 차를 세워둔 자리에 오일이 떨어져 얼룩져 있거나 엔진오일이 너무 자주 부족하다면 어디선가 오일이 새는 것으로 보고 점검해야 한다.

자동차 주행상황이 일반적이지 않다면 엔진오일 교체주기를 조금 짧게 가져가는 게 좋다. 먼지가 많이 날리는 비포장도로에서 주로 달리는 차라면 좀 더 자주 오일을 갈아주는 게 좋다. 평소에 운전을 거칠게 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엔진 회전 수를 높게 쓰고 고속주행을 즐긴다면 엔진오일도 혹사를 당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경우라면 1만㎞ 이전이라도 엔진오일을 교체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엔진오일 교체 작업이 어렵지 않다고 집에서 직접 이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 쓰고 남은 폐오일을 결국 어딘가에 버려야 하는데 개인이 이를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폐오일 수거 체계를 갖춘 정비업체를 찾아가 엔진오일을 교체해야 한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정비업체를 찾아야 한다.

[오종훈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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