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잘 준비'도 찰떡 .. 유튜브, 이 끈끈이 같은 동반자

2018. 5. 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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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유튜브 콘텐츠의 진화

[한겨레]

‘봇노잼’의 ‘같이 공부해요’ 유튜브 영상 갈무리

공시생 공부 생중계 ‘봇노잼’ 구독 20만
‘~하는 법’ 가르쳐주는 단방향 콘텐츠에서
일상 공유하는 ‘같이 ~해요’ 양방향으로
“생활과 감정 나누는 ‘공감 콘텐츠’ 비중↑

유튜브, 전세대에서 가장 오래 사용
탄핵정국 기점 30~40대도 늘어
소통방식 ‘글자→이미지→영상’ 흐름
네이버 위협하는 ‘플랫폼 권력’으로

▶ 최근 공부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인 ‘봇노잼’이 화제가 됐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했을 뿐인데 구독자가 순식간에 20만명이 됐다. 요즘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함께 해요’ 콘텐츠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콘텐츠 덕분에 유튜브는 네이버와 카카오톡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떠올랐다. 유튜브 콘텐츠의 변화 양상과 인기 원인을 살펴봤다.

“경찰청 뭐 해? 합격시켜드려!”

“경찰의 미래가 밝네요.”

“닉네임을 ‘노잼’이 아니라 ‘유잼’으로 바꾸세요.”

‘노잼봇’이란 닉네임을 쓰려다 잘못 쳐서 ‘봇노잼’이 됐다는 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유튜버의 실시간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그는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같이 공부해요’(study with me)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린다. 이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도 노트북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아 함께 공부하거나, 채팅창에 참여해 수다를 떤다. 대사도 음악도 없다. 하지만 영상별 조회 수는 최고 40만회에 이르고 구독자는 20만명을 돌파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유튜브를 통해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회, 6시간씩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 라이브로 중계하고 있다. 공부하는 모습 외에 다른 영상을 올려달라는 구독자 요청에 자신의 일상을 담은 다른 영상도 최근 공개했다. 봇노잼이 양치질을 하거나 학원으로 향하는 모습, 쇼핑하거나 밥을 먹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영상은 17일 기준 조회 수 56만회를 넘겼다.

‘봇노잼’의 인기에는 그의 잘생긴 외모도 한몫을 한다. 수천명의 구독자들이 참여하는 실시간 채팅의 각종 ‘드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그의 인기는 최근 유튜브 콘텐츠 변화의 더 큰 흐름과 닿아 있다.

‘사랑’의 ‘같이 공부해요’ 유튜브 영상 갈무리

‘같이 공부해요’ 영상 봇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같이 공부해요’ 영상은 봇노잼뿐이 아니다. 미국 뉴욕의 도서관에서 자신이 공부하는 영상을 올리는 치대생 ‘사랑’의 구독자는 14만명이다. ‘이제 EJ’의 구독자는 1만7천명, ‘공시생 동혐스쿨’의 구독자는 1만명, ‘한빈이’의 구독자는 6300명이다.

‘같이 공부해요’ 영상은 일종의 ‘브이로그’(VLOG)다. 브이로그는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또 다른 브이로그인 ‘같이 준비해요’(GRWM·Get Ready With Me)도 인기를 끌고 있다. 출근이나 약속을 위해 화장하고 옷을 입고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가리킨다. 반대말로는 ‘같이 잘 준비 해요’(GUWM·Get Unready With Me)가 있다. 일정을 끝내고 돌아와 잠들기 전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같이 ~해요’(with me) 콘텐츠가 부상하기 직전에 유행했던 콘텐츠는 ‘~하는 법’(How to)이었다. ‘남자친구를 속이는 쌩얼 메이크업’ ‘메이크업 스펀지 세척하는 방법’ 등과 같은 화장법부터 ‘마카롱 색깔 예쁘게 나오도록 굽는 법’ ‘삶은 달걀 까는 법’ 같은 각종 정보가 담긴 콘텐츠들이다. ‘~하는 법’ 콘텐츠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현진 유튜브 콘텐츠파트너십 수석부장은 “최근 유튜브에서는 ‘공감’이란 요소가 특히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다. 전통적인 게임, 뷰티, 먹방 콘텐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소소한 일상이나 감정을 나누는 크리에이터가 많아지면서, 브이로그 또는 대화형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1인 창작자를 지원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사업자인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의 본질은 ‘소통’과 ‘인터랙티브’다.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쳐주는 것’에서 ‘함께 하는 것’으로 콘텐츠의 흐름이 변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말했다.

특별하지 않아도 돼

유튜브가 네이버와 차별화되는 지점 중 하나는 개방성이다. 네이버는 동영상 콘텐츠를 제한된 이용자들만 업로드할 수 있도록 폐쇄적으로 운영해왔다. ‘네이버티브이(TV)’ 채널을 개설하려면 구독자 3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러나 유튜브에는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평범한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유튜버가 늘어나고, 역시 평범한 시청자들이 이 콘텐츠에 공감을 하면서 유튜브 이용시간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돈도 벌 수 있다. 같은 1인 미디어인 아프리카TV가 시청자로부터 별풍선을 받아 수익을 얻는다면, 유튜브는 영상 중간에 광고를 삽입해 조회 수에 따라 돈을 받는다. 보통 조회 수 1회당 1원을 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상이 길면 광고를 추가로 삽입할 수 있어 광고 수익은 조회 수 1회당 2~3원이 될 수도 있다.

유튜브는 10~40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사용시간이 긴 앱이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유튜브 사용시간(76억분)은 2~6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2년동안 사용 추이를 살편보면, 2016년 9월 유튜브(117억분)는 네이버(111억분)를 따라잡았고 지난해 9월 유튜브(206억분)는 카카오톡(201억분)을 앞지르며 한국인이 가장 오래 쓰는 앱에 등극했다.

아무나 광고를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유튜브는 최근 1년간 구독자 1000명,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인 채널에만 광고를 붙일 수 있게 한다. 시청자의 성별, 나이, 취미, 위치, 사용기기, 사용시간, 광고 호응도, 광고 시청시간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시청자가 가장 흥미를 보일 만한 광고를 적절한 때에 노출한다.

광고 방식은 유튜버가 선택할 수 있는데, 시청자가 30초 이상 시청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광고, 시청자가 광고를 다 봐야 수익이 발생하는 광고, 시청자가 건너뛸 수 없지만 광고 길이가 6초밖에 되지 않는 광고 등으로 나뉜다. 광고 수익은 유튜브와 유튜버가 45 대 55로 나눈다. 당장은 큰돈이 안 되지만, 조회 수가 꾸준히 유지되고 동영상 개수가 쌓이면 상당한 수입이 발생하게 된다.

공부하는 모습, 화장하는 모습 등 평범한 일상 자체가 콘텐츠이기에, 특별한 말솜씨나 끼도 필요 없다. 중요한 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로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다. 구독자 수 170만명에 연간 수익이 17억원에 육박하는 유튜버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은 자신의 저서 <유튜브의 신>에서 “전체 길이는 5분 이내, 초반 30초가 기회다. 특정 콘텐츠를 일주일에 2~3회씩, 1~2년간 꾸준히 업로드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보다 유튜브…‘탄핵 정국’ 때 껑충

“젊은 세대는 아예 검색 자체를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보면서 걱정도 많아지고 ‘진짜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유튜브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 대표는 “포털의 검색 기능을 유튜브가 온전히 가져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동영상 인프라를 강화해 유튜브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하는 법’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검색은 네이버’라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음원 사이트 대신 유튜브에서 음악감상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뉴스, 드라마, 영화 등도 유튜브가 주요 시청 통로가 되고 있다. 단순히 먹방, 패러디 영상, 게임 등을 소비하던 부수적 플랫폼에서, 네이버까지 위협하는 강력한 ‘플랫폼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최근 발표한 ‘연령대별 모바일앱 사용시간’ 조사 결과(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 2만3천여명 대상)를 보면, 유튜브는 10~40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사용시간이 긴 앱이었다.

지난 4월 기준 국내 유튜브 사용시간은 258억분으로, 카카오톡(189억분), 네이버(126억분), 페이스북(40억분) 등의 사용시간을 크게 웃돌았다. 유튜브는 10대(76억분)와 20대(53억분), 30대(42억분), 40대(38억분)에서 가장 오래 쓰는 앱이었고, 50대 이상에서도 51억분을 기록해 1위 카카오톡과 거의 차이가 없는 2위였다. 10대의 경우 유튜브 사용시간(76억분)은 카카오톡(24억분)과 페이스북(16억분), 네이버(11억분), 네이버웹툰(7억분), 캐시워크(4억분) 등 2~6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봇노잼’의 ‘같이 공부해요’ 유튜브 영상 갈무리

10~20대의 높은 유튜브 이용률은 제트(Z)세대(13~24살)의 특성을 반영한다. 1995년 이후 태어나 유년 시절부터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된 Z세대는 텍스트(글)에 익숙한 기존 세대와는 달리 이미지나 동영상에 먼저 반응하고 멀티미디어 형태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노가영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모바일사업본부 전략기획 모듈장은 저서 <유튜브 온리>에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글자→이미지→영상→생중계 영상’으로 진화해 간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구글이나 네이버가 아닌 유튜브 앱에 단어를 입력한 후 검색된 영상으로 궁금증을 푸는 Z세대에게 글과 사진으로 소통하는 페이스북은 느리고 지루하다”고 지적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유튜브 사용시간이 길어지긴 하지만, 유튜브의 위력은 30대 이상에서도 사용시간이 가장 긴 앱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특히 국내에서 유튜브 사용시간이 훌쩍 뛰어오른 시점이 ‘탄핵 정국’ 무렵이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와이즈앱 조사를 보면 2016년 3월만 해도 유튜브 사용시간은 79억분으로 카카오톡(189억분), 네이버(109억분)에 이어 3위였다. 그러나 2016년 9월 유튜브(117억분)는 네이버(111억분)를 따라잡았고 지난해 9월 유튜브(206억분)는 카카오톡(201억분)을 앞지르며 한국인이 가장 오래 쓰는 앱에 등극했다.

송재룡 대표는 “탄핵 정국 당시 30~40대도 유튜브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촛불집회 등 관련 영상을 찾아보게 되면서 유튜브 사용층이 전 연령대로 확장됐다”며 “탄핵 정국이 유튜브에 새로운 기점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유튜브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영상 소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유튜브를 포함해 1인 미디어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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