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이 나라마다 다른 이유
[경향신문] 5월 22일은 불교 최대 명절인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음력으로 4월 8일인 이 날을 사월초파일이라고도 부른다. 기독교의 성탄절과 달리 부처님 오신 날은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과 일본, 한국, 대만 등 북방불교(대승불교)권에서는 4월 8일이다. 이 중에서도 중국과 한국은 음력 4월 8일, 일본은 양력 4월 8일을 기념한다. 일본의 부처님 오신 날이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한 달가량 빠른 셈이다.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라오스 등 남방불교권에서는 베삭 데이(Vesak Day)라는 이름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데, 이 날은 음력 4월 15일이다. 올해는 5월 29일이 베삭 데이가 된다.
불교가 국교인 남방불교권에서 베삭 데이는 국가 차원의 축제로 치러진다. 1956년 네팔에서 열린 WFB(세계 불교도 우의회) 총회에서 양력 5월 15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지정했다. 그러나 양력날짜와 보름달이 뜨는 날짜가 차이가 생기면서 1998년 총회에서 양력 5월에 보름달이 뜨는 날, 즉 음력 4월 15일로 정해져 지키고 있다. 보름달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불교에서 신성하게 여겨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태어날 때도 어머니인 마야 부인이 보름날 수행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999년 유엔에서는 북방불교의 음력 4월 8일 대신 음력 4월 15일을 ‘유엔 베삭 데이’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설명할 때 ‘불기’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서기 2018년인 올해는 불기 2562년이다. 예수님 탄생을 기준으로 서기를 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불기는 부처님이 2562년 전에 탄생했다는 의미일까. 그렇지 않다. 불기의 기준은 부처님이 열반한 해다. 즉 불기 2562년이라는 것은 부처님이 열반한 지 2562년 만에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부처님이 탄생하거나 열반한 해와 날짜가 사료에 정확히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후대의 학자나 신도들을 통해 구전으로 전해지면서 그 시기를 추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처님의 열반 시점을 추측하는 것도 나라마다 달랐다. 결국 1956년 WFB에서 부처님의 열반 시점을 BC 544년으로 통일하면서 올해는 불기 2562년을 맞게 된 것이다.
한국 불교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외에도 성도재일(음력 12월 15일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날), 출가재일(음력 2월 8일), 열반재일(음력 2월 15일) 등을 4대 명절로 따로 지키고 있다. 반면 남방불교에서는 이 날들을 모두 묶어 베삭 데이로 지낸다. 양력 4월 8일로 부처님 오신 날을 지내는 일본은 이때 ‘하나 마츠리’를 개최해 불단에 꽃을 바친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국내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는 서울시내 중심부에서 펼쳐지는 연등축제다.
조계종 국제교류위원 명법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날짜가 나라별로 다르지만 서로 초청하고 축하하며 소통하고 있다”면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열리는 연등회에도 남방불교권의 많은 스님들이 참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처님 오신 날은 국내에서 1975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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