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가서 '관광'만?..구의원, 보고서도 '짜깁기'

조기호 기자 2018. 5. 1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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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여름 물난리 속에서도 일부 도의원들이 외국 연수를 떠나서 비난이 쏟아진 적 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외유성 출장 논란 끝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제 곧 6·13 지방선거가 치러지는데 과연 우리 동네 구의원들은 어떨지 조기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한 구의회의 작년 해외 출장 보고서입니다. 구의원들이 두 팀으로 나눠 각각 미국과 홍콩을 다녀온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7~8일간 머물면서 공식 방문한 기관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모두 관광지입니다. 재작년 중국과 몽골로 떠난 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 강서구 의원 :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몽골 말하고 제주도 말하고 틀리나 그런 차원에서 말을 한번 탔던 것이고.]

취재진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서울시 25개 구의회의 해외 출장 보고서 2년 치를 입수했습니다.

종로구를 뺀 24개 구의회가 해마다 해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출장비는 의원 1명 당 한 번에 평균 250만 원, 어느 구의회 할 것 없이 모든 출장에 관광지가 다수 포함돼 있었지만 의원들은 관광은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서울 은평구 의원 : 보세요. 버킹엄 궁전, 대영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변명이 아니라 어차피 그 많은 비행시간 들여 갔는데 그냥 공관이나 공무적인 것만 본다는 것이 과연 그게 괜찮은 건가 (생각합니다.)]

[서울 양천구 의원 : 그게 하나의 관광이라고 하면 관광일 수 있고, 또 그 나라의 역사를 배우는 거면 배울 수 있는데…]

보고 배우는 게 많다는 것입니다.

출장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여기저기서 인터넷 백과사전을 짜깁기한 내용에 다른 지자체의 보고서를 그대로 베낀 경우도 있습니다.

정책 제안을 하겠다는 구절을 모두 발췌해 조례로 만들어 실행한 게 있는지 일일이 확인해 봤습니다. 정책 반영 건수는 '0건'.

[안진걸/민생경제연구소장 :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왔다 갔다 하고 인터넷에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잖아요. 굳이 출장을 가야 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관행처럼 이어져 온 외유성 해외 출장, 세금 내는 주민들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김흥기)     

조기호 기자cjk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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